키토 다이어트의 두 얼굴
우리가 그토록 맹신한 #저탄고지 다이어트의 함정.
1 키토 다이어트, 이대로 괜찮을까?
빵을 포기하는 대신 고기를 먹을 수 있다? 꽤 괜찮은 협상처럼 들린다. 탄수화물은 먹지 않고, 지방과 단백질은 마음껏 먹어도 되는 ‘키토 다이어트’ 이야기다. 탄수화물을 섭취하지 않으면 몸에서 에너지원으로 쓸 탄수화물이 없으니, 대신 지방을 태워 에너지를 얻는다. 즉 몸이 지방만 태우는 특수한 상태로 바뀐다는 것이 키토 다이어트의 원리. 굶지 않고 먹으면서도 살을 뺄 수 있다니 얼마나 행복한 다이어트 방법인가? 키토 다이어트에 전 세계 다이어터의 관심이 쏠리는 건 당연한 일. 하지만 전문가들은 키토 다이어트를 현명한 다이어트 방법으로 꼽지 않는다. 미국 뉴스 매거진 < U.S. 뉴스 & 월드 리포트 >는 스탠퍼드대 의대 교수와 하버드대 의대 교수, 듀크대 운동영양학 교수 27인을 모아 저탄고지 다이어트를 평가한 적이 있다. 그 결과는? 저탄고지는 5점 만점에 1.9점으로, 다이어트 종류 10가지 중 꼴지에 가까운 37위를 차지했다. 단기간 감량하는 데는 적합하지만, 장기 감량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 때문이었다. 건강에 좋지 않고 요요 현상이 발생하기 쉬운 게 치명적 단점. 게다가 키토 다이어트를 하다가 탄수화물을 조금이라도 먹으면 키토 상태가 무너지게 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엔 키토 다이어트로 인해 여러 부작용까지 나타난다고 한다. 대표적인 것이 ‘키토 플루’와 ‘키토 래쉬’다.
2 키토 다이어트의 부작용, 키토 플루 평소 탄수화물을 많이 섭취하던 사람이 갑자기 키토 다이어트를 하면 두통이나 피로, 메스꺼움 같은 증상을 느끼게 된다. 마치 감기와 비슷한 증상이라 ‘키토 플루(Keto Flu)’라고 한다. 이에 대해 청주나비솔한의원 김희준 원장은 설명한다. “하버드대 의대의 연구 자료에 따르면, 키토 플루는 키토 식단을 시작한 후 2~7일 사이에 일어날 수 있는 증상입니다. 두통이나 멍해지는 느낌, 피로, 과민함, 메스꺼움, 수면 장애, 변비 등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꼭 키토 식단이 아니더라도 가공식품을 갑자기 줄이거나 채식 또는 항염증 식단을 한 후에도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탄수화물 섭취가 줄어들면서 포도당 대신 지방을 분해한 부산물인 케톤을 에너지로 사용하는데, 이런 갑작스러운 변화에 몸이 잘 적응하지 못해 일어나는 현상으로, 키토 다이어터에게 발생하는 흔한 부작용이다.
3 키토가 피부에 미치는 악영향, 키토 래쉬
키토 다이어트의 두 번째 문제점으로는 ‘키토 래쉬(Keto Rash)’가 있다. 일명 키토 두드러기인데, 정식 명칭은 ‘색소성 양진’이다. 가려움증을 느끼면서 색이 변한다는 뜻으로, 우리 몸의 정중앙과 척추를 중심으로 생길 때가 많고 가슴이나 등 같은 상체 부위에 주로 나타난다. 미파문피부과 문득곤 원장은 키토 래쉬에 대해 “실제로 키토 다이어트를 하다가 목 주변과 몸통, 등에 가렵고 붉은 발진을 보여 내원한 환자들이 종종 있습니다. 또 키토 다이어트로 인해 몸이 케톤체로 바뀌면서 생성되는 아세톤이 혈관 주변에 염증을 유발하여 피부 발진을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덧붙여 문 원장은 “키토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뿐 아니라 탄수화물을 급격하게 제한하는 사람에게도 색소성 양진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라며 극단적 키토 다이어트의 위험성을 강조했다.
4 극단적 키토 다이어트 대신 저탄수화물 다이어트
이처럼 탄수화물을 무조건 제한하는 키토 다이어트는 여러 부작용을 불러일으킨다. 단기적으로는 괜찮지만 장기적으로는 몸에 결코 좋다고 할 수 없다. 특히 인체의 필수 영양소인 탄수화물을 섭취하지 않는 것이 추후 큰 문제를 일으키거나, 지방과 육류 섭취의 급증으로 심혈관계 질환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극단적 키토 다이어트는 반대하지만, 탄수화물을 적절히 줄이는 데는 찬성한다. 김희준 원장은 “우리나라처럼 탄수화물을 많이 섭취하는 나라에서는 완전한 키토시스를 목표로 삼지는 않더라도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는 건 추천해요. 저탄수화물, 특히 나쁜 탄수화물인 정제 설탕 등은 줄이는 게 좋습니다”라고 이야기한다. 즉 무분별한 키토 다이어트 대신 적절한 저탄수화물 다이어트를 하라는 것. “탄수화물 양을 무리하게 줄이기보다는 천천히 줄이세요. 그리고 탄수화물을 줄이면서 부족할 수 있는 비타민 A와 C, 미네랄, 비타민 B₁₂ 같은 영양소를 보충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라는 미파문피부과 문득곤 원장의 조언도 참고하자. 이제 극단적 키토 다이어트 대신 현명한 저탄수화물 다이어트를 통해 건강하게 예뻐질 일만 남았다.
사진 김태선
도움말 김희준(청주나비솔한의원), 문득곤(미파문피부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