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한 번, 마법처럼 피부가 달라진다?
차오르는 달빛 아래, 우리는 진정 케어에 집중해야 한다.
보름달이 뜨는 ‘그날’
달이 여성의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왔다. 서양에서는 초경 파티를 ‘First Moon Party’라고 일컬었고, 동양에서는 달을 뜻하는 한자를 사용해 ‘월경(月經)’이라는 생물학적 단어를 만들었다. 단순히 주기성을 띠기 때문이라고 하기에는 왜 하필 달일까 싶다. 지구의 자전과 공전 주기도 있는 데다 달은 우리와 무려 38만 km 넘게 떨어져 있지 않나. 하지만 달에는 영험한 기운이 깃들어 있다고 믿으며 지금껏 살아왔다. 그러던 중 독일의 한 연구진이 15년간의 연구 끝에 월상(月相), 즉 달의 주기와 여성의 월경주기가 ‘동기화’된다는 증거를 제시했다. 친구와 월경주기가 비슷한 이유가 어쩌면 달의 영향 때문일 수도 있다는 말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두 주기는 상관관계이지 인과관계는 아니다. 그러면 어떤 ‘상관’이 있을까? 연구 결과에 따르면, 보름달이나 초승달이 뜬 날 월경을 시작하는 빈도가 높았고, 반대로 반달일 때 빈도가 가장 낮았다. 더 흥미로운 점은 월경주기가 불규칙한 여성도 월식이 찾아온 달을 기준으로 월경주기가 규칙적으로 바뀌기도 했다. 원인은 이렇다. 달은 약 29.5일을 주기로 초승달, 반달, 보름달로 뜨고 진다. 그리고 여성의 월경주기는 약 28일. 두 주기가 유사한 것이다. 또 15일을 기준으로 진행되는 단계마저 비슷하다. 그렇다면 좀 더 꼼꼼히 생각해보자. 월경주기에 따라 우리 피부는 뒤집어지고 나아지지 않나. 마침 피부 턴오버 주기도 28일이다. 어쩌면 ‘내 피부는 왜 이럴까’에 대한 해답, 달은 알고 있지 않을까?
달과 동기화되는 피부
“정말 달 모양에 따라 피부가 바뀔까?” 더 많은 연구를 해야 하지만, 달과 월경주기의 상관관계가 밝혀진 만큼 삭망에 따른 피부 턴오버 주기를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보름달과 반달, 초승달이 뜰 때 우리는 피부를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보름달 앞서 말했듯 보름달이 뜬 날 월경이 가장 빈번하게 시작된다. 이때부터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 2가지 호르몬의 분비량이 모두 최저치에 머물고, 약 7일 뒤 월경이 끝날 때 에스트로겐 수치가 조금씩 높아진다. 이로 인해 시상하부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해서 체온이 미묘하게 상승하고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아 피부의 생기가 없어지고 칙칙해진다. 와인피부과 김홍석 대표 원장은 “이 시기에는 평소 사용하던 스킨케어 제품도 자칫 민감한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그러니 저자극 화장품을 사용하고 피부 열감을 낮추기 위해 보습과 쿨링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조언한다.
하현달 월경이 끝난 직후부터 배란기 전까지 약 일주일간의 난포기, 즉 하현달(반달)이 뜰 때 에스트로겐 분비가 증가하면서 피부 컨디션이 점점 회복될 때. 에스트로겐은 각질층을 유연하게 하고, 엘라스틴과 콜라겐, 히알루론산 생성을 촉진하기 때문에 이 시기를 잘 활용해야 한다. 김홍석 대표 원장의 말에 따르면, “이 시기는 월경주기에 생긴 트러블을 집중 케어하기 위한 최적의 시기”다. 여드름 압출 후에도 회복과 재생이 빠른 건 물론, 새로운 세포가 생성되는 시기이므로 이후 흉터가 남을 확률도 낮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안색이 돌아오는 시기!
그믐달과 초승달 월경 14일 후부터 21일 후까지 해당하는 배란기, 피부가 건조하고 트러블이 올라온다. 에스트로겐 분비가 감소하는 반면, 프로게스테론 분비는 증가하기 때문이다. 피부의 항상성이 조금씩 무너지는 때인 것. 피부 상태가 불안정한 만큼 pH 균형을 유지할 수 있도록 약산성 클렌저를 사용해야 한다. 그리고 각질과 과잉 피지가 모공을 막지 않도록 화학적 각질 제거제로 각질을 부드럽게 녹이는 것도 좋은 방법. 자칫 관리에 소홀하면 예상치 못한 트러블이 생길 수 있으니 사전 예방에 집중할 것.
상현달 월경 일주일 전 프로게스테론 분비량이 최고조에 달하고 에스트로겐 분비량은 현저히 줄어드는 때. 피지 분비를 비롯해 각질 형성 세포의 활동이 왕성해지고 모공이 막혀 트러블이 생긴다. 심지어 신체는 불필요한 수분을 축적해 부종이 나타나거나 개인에 따라 월경전증후군(PMS)을 겪기도 한다. 김홍석 대표 원장은 “피부 표면에 드러나는 문제가 턱 주변 여드름이다. 배란기에 집중했던 피지 컨트롤 케어를 유지하며 스폿 케어에도 신경 써야 한다. 스크럽은 피하되 항염과 충분한 보습이 필수”라고 전한다.
피부 고민, 곧 해결된다
여드름을 무조건 압출하거나 피부 상태를 면밀히 확인하지 않고 스크럽하는 행동은 오히려 피부 악화를 야기한다. 피부는 턴오버 주기에 따라 피부가 재생되고 원래 기능을 회복하므로 이 기간에 맞춰 충분한 휴식과 각질 케어 그리고 진정 케어를 해야 한다. 만약 자신의 월경 시작일이 보름달 뜨는 날이라면 진정 케어에 신경 쓰고, 왼쪽이 통통한 반달(하현달)이 뜨기를 기다리자. 이때 우리 피부는 알아서 좋아지는 시기이고, 안색은 달빛처럼 환해질 수 있을 테니.
사진 김태선
도움말 김홍석(와인피부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