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하의 순수의 시대

단단하고 강인해 보이지만 아이처럼 천진하고, 섬세하고 영민한 가운데 지극히 순수한, 결코 그 누구와도 비슷해질 수 없는, 배우 김민하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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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굉장히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요. 그사이 이렇게 화보 촬영도 하고요. 화보 촬영은 어땠어요?
뭔가 다들 예뻐해주셔서 자존감이 확 올라가는 날이었어요.(웃음) 포즈를 취할 때도, 더 자신감이 생겨서 과감하게 시도할 수 있었고요.

이제 화보 촬영장은 익숙해졌나요? 연기할 때 카메라 앞에 서는 것과 사진을 찍을 때 카메라 앞에 서는 일은 또 다른 느낌일 것 같아요.
저는 화보 촬영이 너무 재미있어요. 제 머릿속에 그려놓은 레퍼런스를 확 펼치는 느낌이 들어 더 과감해지는 편이고요. 카메라 앞에서 장난도 치고 자유롭게 논다면, 연기할 때는 본업이기 때문에, 열심히 준비한 대로 집중하려고 노력하죠.

지난 8월, 애플 TV+에서 <파친코> 시즌2가 공개됐는데, 시즌1 때와는 또 다른 부담감이 있었을 것 같아요. 첫 방송은 누구와 보셨어요?
너무 아름다운 이야기기도 하고, 시즌1 반응이 워낙 좋아서 긴장한 시간이 있긴 했죠. 결국에는 그저 대본에 충실하고, 어떻게 하면 시즌1과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계속 고민하다 보니, 좀 더 집중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혼자 하는 게 아니니까, 현장의 모든 분들이 도와주셔서 선자의 흐름대로 잘 흘러갈 수 있었죠. 첫 방송은 엄마랑 언니랑 거실에서 TV로 같이 봤어요. 그냥 재밌다고 한마디 하셨는데, 4화가 나온 어제는 그러시더라고요, ‘우리 딸, 너무 고생했네’라고요. 날이 더운데 고생했을 생각을 하니까 마음이 아프셨나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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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를 보고 가장 처음 느낀 건, 그동안 ‘자이니치’에 대해 어쩌면 이렇게 모르고 살았나 하는 반성의 감정이었어요. 극에 몰입하려고 사전에 준비한 것이 있었나요?
워낙 시대 배경이 뚜렷하다 보니 역사적 팩트에 대한 공부를 했고요, 그 후에는 그 시대에 쓰인 소설이나 음악 같은 것을 접했어요. 그 ‘감정’에 좀 더 이입해야 하니까요. 결국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선자’라는 인물의 서사니까, 그 자체에 집중했죠. 그리고 그 시대에 저희 할머니가 사셨기 때문에 질문을 많이 했어요. 어렴풋이 어린 시절 생각도 나더라고요. 어릴 때부터 옛날이야기를 많이 해주셨고, 그 시간을 너무 좋아했거든요. 그 과정에서 역사에 대해 자연스레 알게 됐죠. 저 역시 부끄럽게도 ‘자이니치’에 관한 이야기는 잘 몰랐어요, 그래서 관련 인터뷰를 찾아보기도 하고, 우연히 실제 이야기를 듣기도 했어요. 1980년대 배경에 등장하는 모자수 역의 배우분도, 이상일 감독님도 ‘자이니치’라서 직접적으로 접할 기회도 있었고요.

시즌2의 첫 장면을 27테이크나 촬영하셨다고요. 그건 감독님이 그 장면을 중요하게 여겼기 때문일 것 같은데, 시즌1, 2를 통틀어 배우님이 생각하는, 가장 애틋한 장면을 꼽는다면요?
생각나는 장면이 많은데, 촬영 초반에 하숙집에서 그려낸 장면이 선명하게 기억나요. 그 하숙집은 실제로 지었거든요. 안동에서 2주 정도 촬영했는데, 엄마와 동희, 복희와 함께하며 선자라는 캐릭터를 단단하게 구축한 시간은 정말 애틋해요. 하숙집을 철거하는 마지막 날, 그곳을 떠나는 장면을 촬영하며 느낀 감동도 여전히 선명하고요. 시즌2에서 가족이 모여 촬영하는 순간도 좋았어요. 웃음이 막 나왔거든요. 인물 사이, 관계마다 쌓이는 서사를 표현한 순간은 다 소중하고 애틋해요.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가 있다면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대사가 있어요. 그리고 선자라는 캐릭터를 한 문장으로 표현한 대사라고 생각하는데, 선자가 하숙집을 떠날 때 동희를 안으면서 “그래도 살아야지”라고 말하거든요. 그 대사가 몇 년이 지났는데도 마음속에 남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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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말 바쁘게 지내겠지만, 그 와중에도 스스로를 편안하게 만드는 일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집에서 가족과 재미있는 걸 보거나 강아지와 노는 일상의 소소한 순간이 가장 평온하게 해줘요. 느지막이 일어나 책도 읽고요. 요즘에는 부모님과
시간을 많이 보내려고 해요. 밖에 나가 친구들과 술 한잔하는 시간도 소중하고요.

바쁘게 지낸 만큼 앞으로 계속해서 공개될 작품도 많다고요.
<파친코> 시즌2는 계속해서 나오고, 디즈니+에서는 강풀 작가님의 원작 시리즈인 <조명가게>가 공개될 예정이에요. 그리고 내년 상반기엔 티빙에서 <내가 죽기 일주일 전>이라는 작품도 방영될 거고요. 또 계속 촬영하는 작품도 있어서, 그것 역시 언젠가는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웃음)

아직 밖은 뜨겁지만, 매거진은 가을을 맞이했어요. 남은 올해에 하고 싶은 일이 있나요?
저는 사실 목표가 없어요. 그냥 현재에 충실하는 편인데, 이런 생각을 했어요. 연말을 진짜 재미있게 보내고 싶다고요.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은데, 무엇이 될지는 아직 모르지만, 그래서인지 어느 때보다 연말이 기대되네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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