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을 좌우하는 수면의 세계
못 잔 만큼 살이 찐다고? 언제, 어떻게 자느냐가 비만을 예방한다.

우리는 인생의 3분의 1을 잠자는 데 사용한다. 하루 평균 수면 시간을 8시간으로 계산하면 90세까지 사는 사람은 약 30년을 잠을 자며 보내는 셈이다. 잠은 단순한 휴식을 넘어 하루 동안 쌓인 피로를 풀고 고갈된 에너지를 축적하며 생명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신체 활동이다. ‘잠이 보약’이라는 말처럼 수면은 건강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그러나 현대인에게 수면 부족은 흔한 일. 우리가 시간적 여유가 없을 때 가장 먼저 줄이는 게 바로 수면 시간이다. 수면은 시간이 짧은 것도 문제지만 그 질도 낮아져서 더 심각하다. 폴란드 야기엘론스키대 연구진이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수면 부족이 지속되면 이전 상태로 회복하는 데 7일이 넘게 걸린다고 한다. 연구진은 “집중력 저하, 인지도 하락 등 만성 수면 부족 상태에 따른 변화는 예상보다 훨씬 오래간다”고 경고했다. 일본 나고야대 연구팀은 “수면 장애는 고혈압 발병률을 증가시킨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도 2015년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연구팀이 “수면 장애 중증도가 높을수록 고혈압 발병률은 1.47배, 허혈성 심질환 발병률은 1.43배가량 높아진다”고 발표했다.
수면 부족이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 게다가 수면 부족은 다이어트를 방해하는 최대의 적이다. 사람들 대부분이 수면 주기가 흐트러진 사람의 모습을 마르고 퀭하게 표현하지만, 실제로는 정반대의 증상이 나타난다. 영국 워릭대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성인과 아이 모두 수면 부족 상태일 때 비만일 확률이 약 2배나 높았다. 2018년 스웨덴 웁살라대 연구진은 한 실험에서 “식사량이 늘어나지 않더라도 수면이 부족하면 지방조직의 DNA 메틸화가 일어나 지방량이 증가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즉, 열심히 운동하고 식이요법으로 관리해도 살이 찌는 건 수면 부족 때문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CHECK POINT 1
공복감을 증가시키는 호르몬 변화
잠이 부족하면 뇌의 전두엽 활동이 둔해져 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 식욕을 관장하는 편도체는 이런 현상에 강력하게 반응하고, 우리 몸은 인스턴트 같은 자극적인 음식을 원하게 된다. 게다가 식욕 호르몬은 늘고 식욕 억제 호르몬은 줄어든다. 미국 펜실베니아주립대 연구팀은 “일일 적정 수면 시간인 6시간보다 적게 자면 식욕 호르몬인 그렐린이 늘고 인슐린 민감성이 줄어들며,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식욕 억제 호르몬인 렙틴이 감소한다”고 밝혔다.
CHECK POINT 2
수면 시간만큼 떨어지는 에너지대사율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하면 피곤함과 두통에 시달리며 집중력과 의욕이 떨어지고 활동량은 줄어든다. 소비하지 못한 열량은 그대로 지방으로 축적된다. 수면 부족은 음식의 변화를 야기한다. 앞서 말한 렙틴은 식욕을 억제하는 기능과 함께 대사를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렙틴이 적절하게 분비돼 대사 활동이 원활하면 에너지 소모가 촉진되어 살이 빠지는데, 잠이 부족해 렙틴이 줄어들면 그만큼 대사율이 떨어져 살이 찌게 된다.
CHECK POINT 3
비만이 초래한 수면 부족의 악순환
비만이 수면에 나쁜 영향을 주기도 한다. 살이 찌면 목에 지방이 쌓이고 기도가 좁아진다. 살찐 사람이 수면 중 코를 고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문제는 숨을 쉴 때 공기가 지나가는 길이 좁아지면서 수면 무호흡증이 발생한다는 것. 수면 중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면 수면의 질이 떨어져 깊은 잠을 이루지 못하고 얕은 잠만 자게 되니 피곤함은 늘고 활동량은 줄어든다. 그 때문에 또다시 살이 찌면서 비만과 수면 부족이 되풀이되는 고리에 갇히게 된다.
DOCTOR’S ADVICE
최고의 다이어트 조력자, 수면
우리 뇌 안에는 송과선이 있는데, 이는 햇볕에 반응해 각종 호르몬을 분비하는 기관이다. 이 송과선으로 인해 생체 시계가 돌아가고, 그 시계에 맞춰 호르몬이 분비된다. 멜라토닌도 그중 하나. 멜라토닌은 수면 주기를 조절하는 호르몬으로, 적당한 햇볕을 쬐면 멜라토닌 분비가 원활하기 때문에 낮 동안 햇볕 아래서 활동하길 권장한다. 또 잠들기 전 흡연을 하거나 독서, 영상물 시청, 스마트폰 사용은 삼갈 것. 침실을 어둡고 조용한 환경으로 조성하면 수면의 질을 높이는 데 효과적이다. 수면 시간이 길어진다고 살이 빠지는 건 아니다. 적절한 시간 동안 높은 수면의 질을 유지하면 다이어트 촉진에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사진 김태선
모델 스완
메이크업 박수지
헤어 이영재
스타일리스트 임지현
도움말 김희준(청주나비솔한의원)
참조 <수면 다이어트>(사토 게이코, 넥서스)
어시스턴트 김현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