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킵 말고 킵케어
불필요한 루틴은 줄이되 피부에 꼭 필요한 것은 똑똑하게 사수하는 ‘킵케어’를 주목하라.
스킵케어, 잘못하면 독이다
전 세계적으로 미니멀 라이프가 유행하면서 과도한 스킨케어 스텝을 지양하자는 ‘스킵케어’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과영양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늘 마음 한쪽에 이유 모를 죄책감이 남아 있었다. 이를 위한 해결책으로, 화장품 사용을 줄여 새 제품을 덜 소비하고 환경오염을 줄이는 스킵케어가 각광 받은 셈. 이런 좋은 취지만큼 피부에도 효과적이었을까?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무분별한 스킵케어는 피부에 독이 될 수도 있다. 화장품을 1개만 사용하거나 사용량을 확 줄이는 극단적인 스킵케어는 정작 피부가 필요로 하는 수분이나 영양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해 트러블이나 건조, 주름 등을 유발하기도 한다.
유어클리닉 서수진 원장은 “자외선과 스트레스, 미세먼지 때문에 지치고 손상된 피부는 회복을 위해 충분한 영양을 필요로 합니다. 최소의 용량과 단계로 최소의 화장품을 바르는 스킵케어는 의도와 달리 피부에 도움이 되지 못할 수 있고, 제품 선택에 따라서는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라고 조언한다. 실제로 무턱대고 스킨케어 단계를 크게 축소하거나 화장품을 극소량만 사용한 사람들 사이에서 피부가 건조해지고 푸석해졌다는 불만과 고민이 속출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스킵케어를 무조건 나쁘다고 치부할 수 있을까? 그건 또 아니다. 간혹 스킵케어가 필요한 피부도 존재하기 때문. 스킵케어를 함으로써 민감한 피부가 알코올이나 향료, 색소등 유해 성분에 노출되는 상황을 예방하기도 하고, 세럼과 에센스, 앰풀 같은 비슷한 제형의 제품을 너무 많이 사용하거나 같은 성분을 중복해서 발랐을 때 피부에 흡수되지 못한 잔여물이 모공을 막아 트러블이 발생하는 불상사를 막기도 한다. 정리하자면, 피부 고민에 따라 적당한 스킵케어는 필요하지만 극단적인 방법으로 단계를 줄이는 게 아니라 불필요한 과영양 제품을 생략하면서 피부가 필요로 하는 성분과 단계 만큼은 사수하라는 이야기다. 이것이 바로 ‘킵케어’다.
피부 고민 따라 똑똑하게 킵케어하기
모든 피부가 같은 방법으로 킵케어할 수는 없다. 피부 고민별로 필요한 성분과 제품을 정리했으니 이를 참고해 담백하면서도 스마트하게 킵케어를 시작해보자.
TYPE 1 피지 폭발 산유국 피부 ▶ BHA 토너와 젤 크림으로 유분 다이어트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스멀스멀 피지가 올라온다. 이렇듯 피지가 폭발하는 산유국 피부엔 산뜻한 스킨케어가 필수. BHA 성분을 함유한 토너로 피부 결부터 정돈하자. BHA, 일명 살리실산은 지용성으로 피지 분비가 많은 피부에 추천하는 성분. 모공을 청소하고 블랙헤드와 화이트헤드를 제거하는 데다 항염 작용을 하는 동시에 트러블 완화에도 효과적이다. BHA 토너를 사용한 뒤엔 모공을 막지 않는 젤 제형의 모이스처라이저로 보습할 것. 피부가 번들거린다고 모이스처라이저를 생략하면 피부가 건조해지면서 유분을 더 만들어낼 수 있으니 수분을 적당히 채워줄 보습제는 필수. 유분이 많은 크림이나 밤 제형 대신 산뜻한 젤 타입이 제격이다.
TYPE 2 유리멘털 극민감성 피부 ▶ 똑똑한 병풀 크림 하나로 끝
작은 자극에도 통증을 느낄 만큼 피부가 약하고 민감해졌다면, 망가진 피부 장벽을 회복하는 데 힘써야 한다. 피부 재생에 탁월한 ‘시카’, 일명 병풀 추출물을 함유한 화장품을 사용할 것. 병풀 추출물에는 재생을 촉진하는 마데카소사이드와 아시아티코사이드, 마데카식애시드, 아시아틱애시드 등 성분이 함유돼 있어 자극받은 피부의 회복을 돕는다. 극 민감성 피부가 염두에 둬야 할 또 하나의 포인트는 스킨케어 단계의 축소화. VOS피부과 김홍석 원장은 “민감한 피부는 다른 피부에 비해 화장품 개수를 줄여 피부에 가해지는 자극을 최소화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단 재생 크림이나 보습 크림만큼은 스킵하지 말고 발라서 피부 장벽 회복에 신경 쓰세요”라고 조언한다. 똑똑한 시카 크림 하나만 선택해 그 크림만으로 보습을 끝내자.
TYPE 3 트러블 폭발 활화산 피부 ▶ 티트리 항균과 녹차 진정 2스텝
폭발하기 직전의 활화산 피부처럼 트러블이 자주 올라온다면 항염과 항균 케어에 공들일 것. 각종 균이 증식하기 쉬운 상태인 만큼 피부를 청정하게 가꾸는 것이 급선무. 이런 활화산 피부는 과각질화 상태일 확률이 높은 만큼 피부에 엉겨 있는 피지와 노폐물, 각질을 토너를 이용해 피부부터 말끔하게 닦아내자. 항균 효과가 탁월한 티트리 성분 함유 토너라면 더 효과적. 또 트러블이 빠르게 완화할 수 있도록 진정 효과가 훌륭한 녹차 성분 화장품 사용도 추천. 트러블이 올라온 피부에는 리치한 제형보다 피부를 답답하지 않게 하는 질감이 가벼운 보습제를 써야 피부의 트러블이 악화하지 않는다. 미스트 타입 세럼이나 에센스 인 로션처럼 무겁지 않은 제형으로 피부를 산뜻하게 가꿔줄 것. 항균과 진정에만 신경 써도 트러블이 잠잠해질 수 있다.
TYPE 4 푸석푸석 사막 피부 ▶ 안팎으로 수분 이중 레이어링
피부 결이 푸석하고 속땅김이 심한 피부는 피부 겉과 속 보습에 신경 써야 한다. 글리세린이나 히알루론산, 판테놀 같은 수분을 끌어당기는 성분을 함유한 제품을 먼저 바른 다음, 피부에 탄탄한 보습막을 씌워줄 세라마이드와 지방산, 콜레스테롤 성분이 적절히 함유된 모이스처라이저를 사용할 것. 건조하다고 해서 토너와 로션, 에센스, 세럼, 수분 크림, 영양 크림 등 모든 제품군을 바를 필요는 없다. 피부가 흡수할 수 있는 양은 정해져 있기 때문. 미파문피부과 문득곤 원장은 “에센스나 크림을 과도하게 바르면 모공이 막혀 트러블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본인 피부에 맞는 제형의 모이스처라이저를 선택하되 적정량을 지켜 바르고 제품을 바른 뒤에도 30~60초를 충분히 두드려 흡수시켜주세요”라고 권장한다.
사진 김태선
모델 메구
도움말 김홍석(VOS피부과) 문득곤(미파문피부과) 서수진(유어클리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