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헐적 단식의 새로운 법칙, 5:2 다이어트
굶지 않고 비만과 5:2로 싸워서 승리했다. 마음껏 먹을 수 있는 내일이 있기 때문이다.
2010년 전 세계에서 기아와 영양실조로 죽은 인구는 100만 명 정도다. 그런데 비만으로 사망한 전 세계 인구는 약 300만 명이나 된다. 의학 학술지 <랜싯>은 “전 세계 성인 8명 중 1명이 비만”이라고 밝혔으며, 이스라엘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저서 <호 모 데우스>에서 “21세기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가뭄이나 에볼라, 알카에다의 테러 공격으로 죽기보다 맥도날드에서 폭식해 죽을 확률이 더 높다”고 했다. 1996년 세계보건기구(WHO)는 비만을 질병으로 규정했다. WHO의 자료에 따르면, 1975년 이래 비만 인구는 전 세계적으로 약 3배 증가했다. 국내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2020년 국민 건강영양조사 통계에 따르면, 여성 비만율은 27.7%로 전년보다 2.7% 증가했으며, 남성 비만율은 48.0%인 절반에 가까운 수치가 되었다. 남녀 모두 조사를 시작한 이래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줄어든 신체 활동, 빈번해진 외식 빈도와 가공식품 섭취량 증가를 비만의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가장 큰 원인은 적정 섭취량의 기준을 넘긴 과잉 섭취다. 산업이 발달함에 따라 우리는 언제든 음식을 쉽게 구할 수 있고 먹고 싶은 만큼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매년, 매달, 매주 수많은 다이어트가 유행했다가 사라진다. 자몽과 달걀, 블랙커피 등 제한된 음식만 먹는 덴마크 다이어트부터 저탄고지의 케토 다이어트, 하루에 한 끼만 먹는 1일 1식까지 수없이 많다. 다이어트 인구를 겨냥해 낮은 열량으로 포만감을 주는 두부 면이나 해초면, 곤약 밥 같은 다양한 식품도 출시됐다. 그러나 이를 활용한 실제 다이어트 효과는 미미하다. 달콤한 유혹은 늘 주위에 포진하고, 체중을 무리하게 감량한 탓에 요요 현상이 찾아온다. 사실 비만의 가장 큰 문제는 스트레스를 받거나 통제력을 잃는 등 신체 전반에 걸친 부정적인 변화에 있다. 실망하기는 이르다. 목표 감량치에 도달할 뿐 아니라 원래 체중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낮고 오랫동안 감량한 몸무게를 유지할 수 있는 다이어트 방법이 있기 때문이다. 영국 BBC의 프로듀서이자 의학자인 마이클 모슬리 박사가 찾아낸 ‘5:2 다이어트’법이 그것이다.
방법도 간단하다. 일주일에 5일은 평소대로 음식을 섭취하되 나머지 2일은 하루 칼로리 섭취량을 평소의 4분의 1(600kcal)로 먹는 것. 이 방법은 허기를 느끼는 일도 적고 신진대사율 감소 현상이나 요요 현상도 없었다. 오히려 몸의 활력은 올리고 혈당 수치는 낮춘다. 칼로리 섭취량을 갑작스럽게 줄이면 몸의 신진대사나 뇌 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신체는 지방을 축적한다. 인슐린 때문이다. 혈당을 조절하는 호르몬인 인슐린은 혈당이 올라가면 분비되는데, 그로 인해 지방 저장 활동이 활성화된다. 5:2 다이어트를 비롯한 간헐적 단식의 장점은 인슐린의 분비량도 감소한다는 데 있다. 자동적으로 인슐린에 대한 신체 저항성이 내려가며 지방 저장을 멈추고 살이 찌지 않게 된다. 한마디로 감소한 인슐린이 신체의 시스템을 바꾸는 원리다. 게다가 일반적인 간헐적 단식과 달리 끼니 수에 제한이 없다. 강도 높은 운동보다 다이어터를 힘들게 하는 건 무작정 굶거나 똑같은 음식만 먹는 것일 터. 그런 의미에서 5:2 다이어트는 주 2일 칼로리 제한이 아닌 주 5일 치팅 데이(Cheating Day)를 가지는 셈. 공복 시간이 길어지는 걸 막아 압박감이 줄어들고 스트레스도 덜 받는다.
다이어트를 지속하는 게 수월해진다면 이미 절반은 성공한 것과 마찬가지. 식욕과 포만감을 만족시킬 저칼로리 음식을 잘 활용한다면 5:2 다이어트는 말 그대로 ‘배부른 다이어트’가 될 수 있다. 보편적으로 다이어트는 체중 조절을 위한 방법을 의미하지만, 본래 영어로는 식단(食單)이라는 뜻으로, 특정 목적을 위한 식사 계획을 의미한다. 식단으로써 5:2 다이어트가 더욱 특별한 이유다. 단식을 하면 세포의 노폐물이나 불필요한 부분을 자가포식해 없애는 ‘오토 파지(Autophagy)’ 기능이 활성화한다. 일반적인 상태에서 간은 세포분열을 촉진해 노화를 일으키는 ‘IGF-1’이란 호르몬을 생성하는데, 평상시보다 칼로리를 제한하면 해당 호르몬이 감소해 손상된 세포를 복구하는 상태로 몸이 변한다. 일종의 세포 자가 치료로 제한된 식단이 자연 치유력을 향상시키는 것. 덕분에 5:2 다이어트에서는 자연스레 각종 노화 질병의 위험성이 감소한다.
단식이 주는 스트레스에 반응해 인지력 감퇴 위험도 줄어들고, 뇌에서 신경 영양 인자를 다량 생산해 기분이 좋아지고 활기가 차오르기까지 한다. 그러나 모든 이에게 맞는 방법은 아니다. 주 2일이기는 해도 하루 600kcal 이하로 섭취하는 건 매우 극단적인 초절식이다. 당연히 오래 유지하면 건강을 해친다. 임산부나 섭식 장애 환자, 혈당 장애가 있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주치의와 상의 후 진행한다. 위와 같은 문제가 없더라도 전문가들은 칼로리를 제한하는 이틀을 연달아 붙여 5:2 다이어트를 진행하지 않을 것을 권고한다.
사진 김태선
도움말 김희준(청주나비솔한의원) 서수진(유어클리닉)
참고서적 <간헐적 단식법>(토네이도, 마이클 모슬리·미미 스펜서) <5:2 다이어트>(형설라이프, 케이트 해리슨)
어시스턴트 공지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