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으로 말해요
‘예쁘다’는 사람의 공통점, 건강하고 탄탄한 등 근육.

등 근육이 몸 선에 미치는 영향
지난 하반기 인기몰이를 했던 Mnet 예능 프로 <스트릿 우먼 파이터>에 출연한 모니카와 립제이를 비롯한 여러 댄서의 모습을 잊을 수 없다. 그저 마르기만 하지 않은 몸 선이 어찌나 아름답던지. 서 있기만 해도 당당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기운의 원천은 등이었다. 하긴, 넷플릭스 <스위트홈> 서이경 역을 맡은 이시영도 ‘미친’ 등 근육으로 모두의 감탄을 자아내지 않았던가? 소위 예쁘다는 사람의 공통점은 탄탄한 등 근육이었다.
이들을 보니 궁금증이 생겼다. 등 대고 잘 줄만 알았지, 등의 역할이 있던가? 어떤 역할을 하고 왜 중요한가? 스테디 소속 조대일 트레이너는 “등은 우리 몸의 대근육 중 하나로 척추를 바로잡는 기둥 역할을 하는 데다 ‘몸의 뇌’라고 할 정도로 중요하다. 올바른 자세를 만들고 에너지를 저장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는 이어서 “글리코겐 성분을 저장하는 데도 도움을 줘서 기초대사량을 높이고 칼로리 소모량을 늘리는 데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
또 필라테스 바이 줄리의 박선주 대표 원장도 “등 근육이 약하면 등이 굽고 어깨가 앞으로 말리는 체형으로 변한다. 등 근육 균형이 잡히면 불편하던 상체 통증도 잦아들면서 어깨와 목 라인을 예쁘고 길게 가꿀 수 있다”고 한다. 이들의 설명을 정리하면 이렇다. 등 근육은 척추를 지지하고 목과 어깨가 굽지 않도록 한다. 기초대사량을 늘리기에도 관여한다. 잠깐, 휜 척추와 거북목과 라운드 숄더, 낮은 기초대사량은 우리 얘기 아닌가? 지금 당장 등 근육을 살펴야 한다.
복잡하지만 리드미컬한 등 근육
‘등’이라고 통칭해서일까? 등 근육은 한 판으로 이뤄져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근육 수십 가지로 구성돼 유연하고 힘 있는 움직임을 관장한다. 그야말로 리드미컬하다.
상체에서 제일 큰 등 근육 중에서도 가장 넓은 부위를 차지하는 건 광배근이다. 이 근육은 흉추 6번부터 장골릉까지 붙어 있는데, 쉽게 말해 ‘뒷구리’에 손을 올리면 만져지는 큰 근육이다. 팔을 안으로 모으고 뒤로 보내는 동작에 관여하고 물체를 당길 때 가장 큰 역할을 한다. 또 날개뼈라 불리는 견갑골을 잡아주고 척추를 곧게 지지한다. 어깨가 위로 솟는 걸 방지하기 때문에 어깨가 보기 싫게 솟았다면 광배근의 힘을 기르는 데 집중해야 한다.
광배근과 함께 넓은 부위를 차지하는 승모근은 상부, 중부, 하부로 나뉠 정도로 크고 정교하다. 상부 승모근은 목과 어깨의 안정화를 돕고, 중부 승모근은 좌우 견갑골의 균형을 담당한다. 박선주 대표 원장은 “중부 승모근이 약하면 어깨가 굽는 라운드 숄더 체형이 된다”며 승모근 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하부 승모근은 가슴을 쭉 펴고 상체를 바로 세우는 데 도움을 준다. 깊게 위치하고 있어 운동할 때 자극점을 찾기 어렵고, 어려운 만큼 약해진 부위이기도 하다. 컴퓨터와 휴대전화를 장시간 사용해 통증이 있거나, ‘우뚝 솟은 승모근 싫어요’라고 생각한다면 아이러니하지만 승모근의 힘을 기르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다음 ‘등’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근육은 척주기립근. 조대일 트레이너는 “척주기립근은 몸에서 중요한 것 가운데 하나인데, 신체 전반의 안정을 잡아주기 때문이다. 몸을 세워 수직적인 자세를 유지하도록 하고, 두 발로 걸을 수 있도록 힘을 내는 근육”이라고 한다. 광배근과 승모근, 척주기립근의 역할이 크지만, 무엇보다 등 근육이 눈에 띄는 경우는 팔이 움직일 때다. 팔의 움직임에 따라 빛을 받기라도 하면 슬며시 몸을 따라 빛과 그림자가 바뀔 때 등 근육이 가장 아름답게 보인다. 팔의 움직임과 관련 있는 능형근, 대원근, 소원근, 전거근 덕분이다. 앞선 근육보다 크기는 작지만 팔을 유연하고 자연스럽게 움직이게 하는 데서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사람들 대부분이 신경 쓰지 않아 많이 약해져 있다. 팔을 상하좌우로 움직이기에 불편하고 뻣뻣하다면 이 근육의 힘을 기르는 데 집중하자. 이렇듯 등 근육은 큰 근육과 작은 여러 근육으로 이뤄져 있고 신체 부위로 살피면 팔과 어깨, 등은 하나의 리듬을 가지고 물 흐르듯 움직인다. 하나의 악기처럼 섬세하고 세밀한 조율이 필요하다.
등 근육이 약하면 호흡마저 어렵다
그런데도 등 근육 운동을 소홀히 하면 어떻게 될까? 점점 목이 짧아지고 앞으로 나오며 시선이 아래를 향한다. 고개를 들기 위해 턱을 올려 목 깊은 곳의 근육, 즉 심부경추굴곡근이 약해진다. 이뿐만 아니다. 박선주 대표 원장은 “견갑골의 간격이 벌어지면서 어깨가 말린다. 그러다 보니 견갑골 위치도 올라가고 새우등처럼 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여기에 덧붙여 조대일 트레이너 역시 “신체 전반이 앞으로 말리면 척추의 불균형은 물론, 디스크 등 여러 질환을 야기할 수 있다.
이때 근육의 위치와 신체 균형을 빠르게 회복하지 않으면 호흡근 기능이 저하될 수 있다”며 등 근육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단순히 탄탄하고 ‘보기 좋은’ 등을 갖기 위해 등 근육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건강과도 밀접한 연관성이 있음을 잊지 말 것. 상체와 함께 하체가 망가지는 건 시간문제다. 신체는 모두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어느 한 부위에만 집중하지 않고 주변 근육과 균형에 맞게 골고루 운동해야 하는 이유다. SNS에서 마주했던 여성들의 ‘예쁨’은 사실 ‘건강함’ 아니었을까?
일러스트 신미영
도움말 박선주(필라테스 바이 줄리) 조대일(스테디 소속 트레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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