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 방지의 뉴 트렌드 #리버스에이징

안티에이징, 슬로에이징, 웰에이징을 이은 새로운 스킨케어 트렌드는 리버스에이징이다.

1 시간을 거꾸로 되돌리는 #리버스에이징
노화를 늦추고 싶은 사람들의 열망은 시대를 불문하고 늘 존재해왔다.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젊어질지를 고민하는 이들로 인해 안티에이징, 슬로에이징, 웰에이징 등 노화를 늦추기 위한 다양한 방법론이 진화해왔을 정도. 가장 최전선에는 리버스에이징(Reverse–Aging)이 있다. 2023년 7월, 국제 건강 전문 학술지 <에이징(Aging)>에, <노화의 종말>의 저자이자 노화 및 유전학 분야 권위자인 데이비드 A. 싱클레어 교수가 속한 하버드 의대 등이 참여한 국제 연구팀에서 세포를 젊은 상태로 재프로그래밍화하는 최초의 화학적 접근 방식을 발견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 인간 피부 세포의 노화 과정을 몇 년 전으로까지도 되돌릴 수 있는 화학 혼합물 6가지를 발견했다는 내용이었다. 이런 연구가 왕성하게 진행된 바탕에는 일본 교토대 야마나카 신야 교수의 연구가 존재한다. 2006년, 야마나카 신야 교수는 4가지 유전자 조절 인자인 ‘야마나카 인자(Yamanaka Factors)’를 주입해, 다 자라서 분화를 완료한 성체 세포를 분화 전 미성숙한 줄기세포 상태로 되돌릴 수 있음을 확인했다. 즉 세포의 노화를 되돌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한 셈이고, 이 연구 결과를 통해 야마나카 신야 교수는 2012년 노벨 생리학·의학상까지 받았다. 또 하버드 의대 노화생물학연구센터에서 손상된 DNA를 감소시키고 DNA를 보호하는 ‘텔로미어’의 길이를 늘려서 노화 세포를 건강하게 복원하는 법을 발견한 것도 화제를 일으켰다. 이처럼 노화 시계를 거꾸로 돌리거나 노화 양상을 되돌릴 수 있는 가능성이 대두된 이후, 리버스에이징은 현재 가장 활발한 연구를 진행하는 영역 중 하나다. 미파문피부과 문득곤 원장은 리버스에이징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나이가 들면서 생체 구조와 기능이 쇠퇴하는 노화 과정이 진행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이를 지연하고 막는 게 아니라 아예 이전과 같은 상태로 되돌리는 것이 리버스에이징입니다. 기존 슬로에이징이나 웰에이징과 비교했을 때 노화를 거스른다는 것에 차이가 있죠. 현대인의 기대수명이 늘어난 만큼 노화의 시계를 되돌리기 위해 리버스에이징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리버스에이징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뜨거운데, 어떤 원리에 의해 노화 시계를 되돌릴 수 있을까?

2 텔로미어의 길이가 노화를 좌우한다
리버스에이징을 연구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노화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 중 하나로 꼽는 것은 ‘텔로미어’다. 텔로미어는 염색체 말단에 위치해 세포의 수명을 결정하는 DNA 구조로, 손상된 DNA를 감소시키고 보호하는 기능을 한다. 그런데 세포가 분열할 때마다 텔로미어의 길이가 점점 짧아지는 것이 문제다. 실제로 조기 노화를 겪는 이들을 보면 텔로미어가 짧아진 경우가 많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텔로미어와 노화의 상관관계가 매우 깊을 것으로 예상한다. 텔로미어 길이를 보존하거나 늘리면 노화 세포가 건강하게 복원되지만, 길게 연장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최근 ‘텔로머라제(텔로미어가 세포분열을 할 때마다 짧아지는데, 이를 억제하는 효소)’도 발견되어 텔로미어 길이를 유지하거나 연장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 하지만 아직 신약으로 개발 중이라 시중에서 만나려면 최소 10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 대신 일상 속에서 텔로미어 길이를 늘리는 생활 습관을 들이도록 노력해야 한다. 텔로머라제를 쉽게 활성화하는 방법으로 기본적인 것들을 추천한다. 먼저 과일과 채소, 통곡류 위주로 식사하고 소식할 것. 또 유기 색소인 카로티노이드가 풍부한 식단을 즐기는 것도 도움이 된다. 주로 붉고 노랗거나 주황색을 띠는 채소와 과일에 많이 함유되어 있다. 대표적인 것으로 당근과 고구마, 붉은 피망 등이 있다. 유산소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도 추천하며, 스트레스를 잘 해소하고 긍정적인 생각을 하는 것도 텔로미어 길이 유지에 효과가 있다. 미파문피부과 문득곤 원장은 “텔로미어라는 염색체의 경우 우리 말과 생각에 가장 큰 반응을 일으킵니다. 그렇기에 스트레스를 받고 부정적인 생각과 행동을 하면 피부 건강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반면, 긍정적인 생각과 행동을 한다면 텔로미어 연장에 도움이 되겠죠. 궁극적으로는 노화 속도를 늦추는 데 영향을 미치기에 스트레스 관리를 잘하는 것이 텔로미어 길이를 연장할 수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반면 텔로미어의 길이를 짧게 하는 요인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앞서 말한 것과 비슷한 논리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것과 맵고 뜨거운 음식을 자주 섭취하는 것도 텔로미어 길이를 줄이는 요인이 된다. 또 광노화 역시 텔로미어에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자외선 차단에도 반드시 신경 써야 한다.

3 스킨케어 시장에서 리버스에이징의 존재감
리버스에이징에 대한 뷰티 업계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디올 메종에서는 리버스에이징 분야에 대한 연구를 본격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023년 3월 30일 모나코에서 열린 국제 미용 안티에이징 학회(Aesthetic & Anti–Aging Medicine World Congress, AMWC)에서 노화 분야 세계 최고의 전문가와 디올 사이언스 전문가가 참석한 학술위원회를 통해, 디올은 ‘시간의 흐름이 피부에 끼치는 영향을 반전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또 피부와 노화 연구를 위해 세계 최초의 리버스에이징 국제위원회(Board Mondial du Reverse–Aging)를 결성하기도 했다. 이 원회는 세포 노화의 결정 요소를 연구하는 기초 과학 분야 전문가를 비롯해 사회적 관점에 따른 나이의 영향을 연구하는 사회학자, 심리학자, 식물학자, 유명 피부과 전문의 등 세계적으로 권위있는 연구자들로 구성되었다. 이런 협업과 함께 디올 과학국제위원회(Board de Dior Science)는 LVMH 리서치 소속 연구원 600명과 함께 세포 탐구 차원에서 과학과 미용을 결합하는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특히 노화의 12가지 세포적 특성 관련 연구를 선도하기 위해 시간이 끼치는 영향을 지연시키거나 역전시키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이처럼 디올의 과학적 도전에 많은 이들의 관심이 쏠리는 중이다. 이 외에 또 다른 뷰티 브랜드의 움직임에도 주목해야 한다. 피부 메커니즘을 꾸준히 연구해온 스킨케어 브랜드 폴라의 ‘BA(Bio Active) 라인’도 리버스에이징과 관련이 있다. 피부 속 탄력에 관여하는 섬유아세포 활성화를 도와 콜라겐 생성을 촉진하고 노화된 세포에 새로운 힘을 더해준다. 독자 성분인 ‘Bio Active 코어 리퀴드’는 LINC00942를 활성화해 나이에 구애받지 않는 에이지리스 셀의 생성을 돕는 기능을 한다. 이제 스킨케어 시장에서도 세포의 노화를 되돌리는 리버스에이징 코스메틱이 심심치 않게 발견될 것으로 예상된다.

  리버스에이징 효과를 기대해도 좋을 코스메틱 리스트

리버스에이징의 미래
100세 시대를 넘어 이제 120세 시대다. 살아온 시간보다 살아갈 날이 더 많이 남은 우리는 리버스에이징이 구현할 ‘늙지 않는 세상’을 기대하고 있다. 물론 리버스에이징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도 존재한다. 아직 동물을 대상으로 한 연구만 성공했고, 임상실험에서는 성공한 예가 없기 때문. 하지만 데이비드 A. 싱클레어 교수의 주장처럼, 노화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기보다 치료할 수 있는 일종의 질병이라는 관점에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니 리버스에이징으로 인해 더 젊어진 피부와 신체를 갖게 될 날이 머지않았음을 기대해본다.

사진 김태선
모델 손윤아
메이크업 박이화
헤어 박수정
스타일리스트 전현좌
도움말 문득곤(미파문피부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