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 브랜드가 메타버스에 빠졌을 때!

메타버스는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라 여기는 ‘어른’을 위하여.

뷰티 브랜드가 메타버스에 빠졌을 때!

  가상현실 속 플래그십 스토어

지난 1월 에뛰드하우스가 제페토에 버추얼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했다. 잠깐, 제페토는 뭐고 버추얼은 무엇이란 말인가? 제페토는 2018년 네이버 자회사 스노우에서 출시한 아바타 기반 메타버스, 즉 가상현실(VR) 플랫폼으로 현재 누적 이용자 수는 약 2억 명에 달한다. 제페토 안에서는 ‘내’가 만든 ‘나’의 아바타가 ‘나’의 지령을 받아 이것저것 하고 있다. 소싯적 싸이월드 미니홈피와 차원이 다르다. 제페토에서는 다른 아바타와 대화를 하고 쇼핑과 여행도 할 수 있다. 나아가 ‘나’의 아바타가 가상현실 속 인플루언서가 돼 돈도 벌 수 있다. 가상현실이지만 지금의 현실이 그대로 투영되는 셈. 그러니 많은 브랜드가 가상현실에 몰두하는 것이다. 개념은 알겠다. 하지만 30대 중반으로서 도무지 다음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이렇게까지 한다고? 이게 돈이 된다고?’ 날것 같은 질문에 에뛰드하우스 MC 팀 이수민은 “젊은 고객이 브랜드가 단순히 제품만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친구처럼 친근하고 가깝게 느끼고 관심을 가진다고 여기면 좋겠어요. 단기적인 매출을 증대하려는 목적이라기보다는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경험하게 하고 소통하는 목적이 더 커요”라고 답한다. 이어서 “특히 Z세대는 어릴 적부터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자연스럽게 접한 만큼 온라인을 통한 체험과 소통에 익숙해요. 온라인과 오프라인 속 인간관계가 다르지 않다고 여겨요, 메타버스 플랫폼을 단순히 ‘놀이’로 접근하기보다는 사회 활동과 또래 친구와 교류의 장으로 여기는 거예요”라며 ‘브랜드 경험’을 위한 서비스임을 강조한다.

  만질 수 없지만 가질 수 있는 아이템

가상현실도 현실이다. 버추얼 플래그십 스토어라고 다를 바 없다는 이야기다. 제페토 속 에뛰드하우스 플래그십 스토어에서는 ‘나’의 아바타에게 메이크업을 할 수 있고 옷을 입힐 수 있으며 심지어 ‘인증샷’도 찍고 공유할 수도 있다. 글로벌 뷰티 브랜드 나스도 마찬가지. 현실과 달리 무한한 가능성을 만들 수 있는 메타버스는 브랜드에게 매력적이다. “모던함과 대담함이 상징인 브랜드의 DNA에 부합해요. 틀에 얽매이지 않는 새로운 시각으로 다양한 변주를 주며 즐기기 때문이에요. ‘내셔널 오르가즘 데이’를 기념해 선보인 NFT 컬렉션의 뒤를 이어 제페토와 협업을 선보였어요”라고 나스 홍보와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는 정재은 대리의 말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또 멈칫한다.

‘NFT? 요즘 난리던데 대체 뭐야?’ NFT는 ‘대체 불가 토큰’의 줄임말로, 쉽게 말하면 블록체인 기반의 한정된 재화에 대한 진품 보증서다. 비싼 재화를 소유하고 인증함으로써 만족감을 느낄 수 있고, 이를 추후 더 높은 금액에 되팔 수도 있다. ‘날것’으로 말하자면 어릴 적 사 모으기 바빴던 ‘100장 한정 수집 카드’ 같은 거다. 금융 업계를 넘어 뷰티 업계까지 넘어온 NFT 열풍은 어쩌면 디지털 활용과 함께 보여주는 삶이 익숙한 Z세대의 행태와 일맥상통하는 것일 수 있다. 정재은 대리는 이어서 “개인 특성에 맞춘 온라인 쇼핑이 활성화되며 많은 뷰티 브랜드도 전통적인 판매 모델을 변경하는 추세예요. 온라인이 익숙한 소비자가 새로운 구매 프로세스를 만드는 거죠. 거기에 맞춰 첨단 뷰티 기술을 도입하는 건 당연하고요”라고 말한다.

  그럼 ‘현실 뷰티’는 없어지나요?

메타버스, NFT와 관련 있는 많은 책을 보고 자문을 구하다 보니 떠오른 질문이다. <메타버스> 저자 김상균 교수는 이 책에서 “메타버스가 현실을 완전히 대체해서는 안 됩니다”라고 단언한다. 시스템이 모든 재화를 공급하는 세상은 물질적 속박에서 벗어난 듯하지만, 이는 물질에 관한 탐구를 포기하는 것과 같고, 물질 없는 정신은 없기 때문이다. “인간은 스스로 놀이를 하며 신을 기쁘게 한다고 했습니다. 신이 인간에게 알려준 놀이가 바로 모방입니다. 인간에게 메타버스는 거대한 모방의 공간”이며 가상현실을 대하는 자세에 관한 고민거리를 던진다.

다소 섬뜩한 고민에 대해 에뛰드하우스 MC 팀 이수민은 이렇게 전한다. “메타버스 공간에서도 브랜드만의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고, 더욱 즐거운 뷰티 콘텐츠를 선보일 계획이에요”라고 나스 정재은 대리도 비슷한 말을 한다. “지속적으로 신선한 버추얼 이벤트 등의 시도를 이어갈 예정이에요.” 여기서 눈여겨볼 단어는 ‘즐거운’과 ‘신선한’이다. 팍팍한 현실과 달리 다양한 체험을 하며 나아가고 더해지는 삶 자체가 환기된다는 것. 그리고 그 속에 현실의 자아를 투영해 다른 자아를 만들고 현실과 똑같은 생활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현실은 사라지지 않는다. ‘부캐’는 ‘부캐’일 뿐이다. ‘본캐’가 있어야 존재한다. 다만, 13년 전 아이폰 출시 이래 세상이 비약적으로 달라지고 우리 삶에서 디지털과 소통이 필수로 자리 잡았듯 가상현실은 삶 자체를 뒤집을 것으로 예상한다. 그것도 더 빠르게. 이미 ‘내’ 주변 사람은 가상현실 속의 ‘나’를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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