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리스트가 픽한 꽃 향수
매일 꽃을 다루는 플로리스트가 말한다. 그들이 지극히 편애하는 퍼퓸 리스트.
이윤주’ s PICK
바이레도 라 튤립 오 드 퍼퓸

“플로리스트라는 직업상 매일 진짜 꽃향기를 맡다 보니 인위적인 향은 멀리하게 됐어요. 여성스러움을 강요하는 것 같은 화려한 향이 부담스럽기도 했고요. 그러다 바이레도의 라 튤립을 만났는데, 꽃향기인데도 지나치게 화려하지 않고 담백하고 정갈한 매력을 지녀 반했죠. 신선한 튤립 향으로 시작해 베티버와 우드로 담담하게 마무리하는 우아한 향이라 자주 손이 가요. 꽃보다는 풀 향에 가까워 비가 내린 뒤 촉촉한 숲길을 걸었던 추억에 잠기게 합니다. 스트레스가 쌓인 날 뿌리면 긴장했던 마음이 느슨해져요.”
– 이윤주(플라워플리즈)
박진희’ s PICK
샤넬 샹스 오 땅드르 오 드 뚜왈렛

“평소에 주로 꽃이나 과일로 작업하다 보니, 프루티 플로럴 향에 자연스럽게 애착이 가더라고요. 제 ‘최애’ 프루티 플로럴 향수는 샤넬 샹스 오 땅드르예요. 처음부터 강렬하게 파고드는 향은 아니지만, 은은하게 퍼지는 향기가 매력적이죠. 특히 미들 노트의 히아신스 향이 모든 노트를 잘 어우러지게 하는 것 같아요. 히아신스는 꽃 중에서도 향이 진하기로 유명한데, 프레시한 시트러스 향과 묵직한 머스크 향을 하나로 묶어주는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포근하게 남는 재스민과 머스크 잔향도 매력적이라 작업실에서 일하다 힐링이 필요할 때마다 뿌려요.”
– 박진희(므와)
김경민’ s PICK
이솝 이더시스 오 드 퍼퓸

“향수를 공간마다 다르게 두고 사용하는 편이에요. 집에서 애용하는 향수, 차 안에 두고 뿌리는 향수, 작업실에서 쓰는 향수가 다 달라요. 이솝의 이더시스는 작업실에 두고 사용하는 플로럴 향수예요. 묵직하면서도 딱 하나로 정의하기 어려운 은은하고 묘한 꽃향기가 나는데, 전형적으로 페미닌한 느낌을 주는 플로럴 향이 아니라서 더 좋아요. 게다가 인센스를 피운 것처럼 분위기를 바꿔주는 힘도 있죠. 업무로 인해 고민이 많거나 새로운 생각이 필요할 때 자주 뿌립니다. 공중에 분사하면 룸 스프레이 효과도 누릴 수 있어요.”
– 김경민(레 브아)
채강희’ s PICK
딥티크 오 모헬리 오 드 뚜왈렛

“이미 유명한 플로럴 향수는 그 향만이 가진 고유의 분위기가 확고한 편이라 선호하지 않아요. 비교적 덜 알려졌으면서도 은은하고 부드러운 향을 찾다가 딥티크의 오 모헬리에 정착하게 됐죠. 오 모헬리는 시원하지만 부드러운 꽃향으로 너무 달달하지도, 무겁지도 않은 상쾌한 플로럴 향을 풍겨요. 산뜻하게 톡 쏘는 향기가 뿌린 즉시 기분을 리프레시해주고요. 이국적인 일랑일랑 향이 휴양지에 여행 온 것 같은 기분을 연상시켜요. 따스한 봄기운이 느껴지거나, 후덥지근해지는 초여름 날씨에 자주 애용하는 기분 좋은 향이에요.”
– 채강희(채뜰)
사진 김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