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구건조증 맞습니까?
메마르고 뻑뻑한 눈. 안구건조증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고?
가볍게 넘긴 일이 큰 화로 돌아올 때가 있다. 안질환이 그렇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국내 안구건조증 환자 수는 2020년 기준 245만 명으로 해마다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안구건조증은 ‘현대인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만성질환’ 중 하나로 불릴 정도로 흔한 질병이다. 원인은 다양하다. 과도한 스마트폰 사용과 미세먼지, 장시간 마스크 착용 등일 수 있다. 그러나 주된 원인은 역시 건조한 날씨와 환경이다. 2월과 8월처럼 냉난방을 위해 창문을 닫고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긴 계절에는 더 많은 환자가 발생한다.
안구건조증의 대표 증상으로는 눈 시림이나 자극감, 이물감, 건조함이 있다. 이른 아침부터 눈꺼풀이 무겁고 충혈됐거나 오후가 될수록 시야가 흐리고 뿌옇게 보이는 증상도 있으며, 심할 때는 찬 바람을 맞으면 눈물이 흐르고 두통을 느끼기도 한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눈꺼풀의 깜빡임 수가 적어지거나 피로해지면 안구건조증이 아니라도 건조함을 호소하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인공눈물을 수시로 넣고는 했지만 나아지지 않는다면 주목할 것. 안구건조증인 줄로만 알았던 증상이 사실은 다른 질환일 수 있기 때문이다.
CHECK POINT
지금 내 눈, 진짜 안구건조증일까? 건조함 외 다른 증상이 나타났다면 주목할 것.
1 눈과 입이 마르고, 끈끈한 가닥이 눈 안쪽에 고여요.
눈과 입이 마르면 ‘셰그렌증후군’이 의심된다. 셰그렌증후군은 인체 밖으로 액체를 분비하는 외분비샘에 림프구가 침범해 침과 눈물의 분비를 감소시키고, 구강과 안구가 건조해지는 자가면역질환 중 하나다. 각막과 결막을 덮는 상피세포가 파괴돼 각결막염이 발생하며, 눈물이 잘 나지 않아 눈꺼풀 아래가 거칠거칠한 느낌을 받는다. 이 외에도 작열감이나 충혈, 가려움증, 피로감, 광감수성 증가 등 평소에 느끼지 못했던 불편함이 나타나기도 한다.
2 자고 일어나서 눈을 뜨면 찢어지는 듯한 통증이 계속돼요.
각막은 우리 신체에서 단위 면적당 신경세포의 밀도가 가장 높은 곳이다. 총 5개 세포층으로 구성돼 작은 충격이나 자극에도 다치기 쉬운 민감한 부위기도 하다. 간혹 아침에 일어났을 때 급격한 통증을 호소하기도 하는데, 자는 동안 부은 각막이 쓸려 상피가 벗겨졌기 때문이다. 이를 ‘각막상피미란’이라고 한다. 각막상피미란은 재발률이 높은 질환이므로 초기에 치료하는 게 중요하다. 보존적 치료도 효과가 미미하다면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3 눈 주위가 붓고 빨개지며 눈이 앞으로 돌출된 것 같아요.
안와 조직에 염증성 질환인 ‘갑상선 안병증’이 생긴 걸 수도 있다. 초기에는 눈부심이 심하고 눈에 이물질이 들어간 듯 불편하기도 하다. 심할 때는 물체가 두 개로 보이거나 눈이 튀어나오며, 시신경을 압박해 시력 손실이 오기도 한다. 시기적으로 갑상선 기능 이상보다 늦게 발생할 때가 많지만, 동시에 나타나거나 갑상선 안병증이 먼저 생길 수도 있다. 갑상선 기능 이상을 치료한다고 갑상선 안병증이 호전되는 건 아니니 방심은 금물.
4 어느 날부터 시야가 뿌옇고 흐려졌어요.
눈 속 조직 중 하나인 포도막에는 많은 혈관이 존재한다. 부위에 따라 홍채와 수정체, 모양체, 그리고 맥락막으로 구성돼 있으며, ‘포도막염’은 이들 부위에 발생한 염증을 뜻한다. 원인과 염증 정도에 따라 증상도 다양하게 나타난다. 대표 증상으로는 시력 저하, 시야 흐림, 충혈, 통증, 비문증 등이 있으며 피부나 소화기 등 전신에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포도막염에 걸렸을 때는 먼저 내인성 염증인지 세균 감염이나 종양 등으로 인한 이차적 염증인지 감별한 뒤 치료해야 한다.
5 갑자기 충혈된 뒤부터 빛에 민감해졌어요.
눈동자 주변을 자세히 보면 색소를 가진 고리가 있다. 이 부분이 ‘홍채’인데, 이곳에 갑자기 염증이 발생했을 수 있다. ‘급성 홍채염’은 가장 흔한 포도막염 중 하나로 충혈과 눈부심 증상을 동반하며, 둔하고 아릿한 통증이 일어나기도 한다. 안구 위 눈꺼풀을 누르거나 밝은 빛에 노출될 때 악화되는데, 보통 눈곱이나 분비물 없이 발현돼 치료 시기를 놓칠 수 있으니 주의할 것. 홍채염은 치료하지 않으면 녹내장 등으로 이어질 수도 있으니 빠른 검진을 요하는 병이다.
사진 김태선
모델 스완
메이크업 정지은
도움말 박형직(강남서울밝은안과)
어시스턴트 공지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