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리의 크리스마스 악몽

그토록 기다리던 파티의 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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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피스 큐밀리너리, 이어링 엔프라임.

아침부터 촬영하느라 고생 많았어요. 가장 최근 진행한 화보 촬영이 지난 8월이었어요. <뷰티쁠> 촬영은 오랜만이라 오히려 즐거웠죠. 스튜디오에 오기 전부터 설레기도 했고요.

예리에 대해 들려오는 이야기에선 언제나 ‘의지’를 빼놓을 수 없는 거 같아요. 화보 촬영을 하든 녹음을 하든 드라마를 찍든 뭐든요. 의지가 굳다고요. 본인 스스로를 믿기 때문일 거예요. <뷰티쁠> 화보 촬영을 앞두고서는 어떤 의지가 가장 앞섰을지 궁금하네요? 제가 보고, 듣고, 먹는 걸 이미지에 녹이고 싶었어요. 화보 촬영은 좋아하는 스케줄 중 하나예요. 한살 한살 나이를 먹을 때마다 달라지는 내 모습을 나중에 찾아볼 수 있잖아요. ‘내가 저 나이 때는 저런 모습이었구나’ ‘저 때는 저런 표정을 지었구나’ ‘저런 스타일을 좋아했구나’ 등등. 그래서 더 재미있는 거 같아요. 오늘 촬영도 지나고 보면 일기를 보는 느낌일 거고요.

화보 촬영을 앞두고 원하는 시안을 보내주는 경우가 아예 없지는 않지만 드물긴 해요. 예리가 보내준 시안이 이번 화보 콘셉트에 많은 영향을 줬어요. 그래서 고맙고 반가웠고, 저 스스로도 욕심이 더 생겼죠. ‘지나고 봤을 때 어떤 모습이면 좋을까?’ 하고 생각하는 순간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어요. 시안부터 바로 찾았죠. 제게 12월은 곧 ‘크리스마스’예요. 팬들이 다 알고 있을 정도로 크리스마스를 좋아하는데, 어릴 때부터 1년 내내 크리스마스만 기다리는 아이였거든요. 캐럴도 11월부터 들어요. 그래서 12월호 촬영이라고 했을 때 크리스마스가 가장 먼저 떠올랐나 봐요. 뻔하지만 누구나 좋아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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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딩 점퍼 이자벨 마랑, 브라 톱, 스커트 모두 알렉산더 왕.

누구에게든 하고 싶은 게 많다는 건 행복한 일인 거 같아요. 하고 싶은 걸 해냈을 때 얻는 성취감은 어떤 것보다 삶에 큰 행복을 가져다주니까요. 10월 초 인스타그램에 올린 문장은 그래서 인상적이었어요. “모든 것은 마음의 조작에 불과하고 행복과 불행은 남이 만든 것이 아니라 내 속에 있다는 이야기죠. 그래서 내가 행복한 마음으로 그릴 때 그것을 보는 사람도 행복해질 수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다른 사람이 한 말이지만 예리가 스스로에게 하는 말처럼 느껴졌거든요. 촬영 때문에 방문한 제주도에서 우연히 들른 전시를 보고 올린 거예요. 많은 전시물 가운데 그 문장이 눈에 확 들어왔어요. 그때는 이유를 몰랐는데 이젠 알 거 같아요. 저 스스로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라는 걸요. 전시나 책에서 본 글에 공감하거나 공유하고 싶은 문장이 있으면 인스타그램에 자주 올리는 편이에요.

한편으로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 속 문장을 올린 날이나 악뮤의 찬혁이 쓴 <물 만난 물고기> 속 문장을 올렸을 때는 ‘예리가 행복하지 않은가? 그래서 행복을 찾으려 부단히 노력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걱정되기도 했죠. 기우였기는 했지만요. 그 당시의 제 마음을 대변한 글이긴 해요. 전 거리낌 없이 감정을 표출하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그런 것에 무딘 사람이기도 하고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걸 꺼려요. 주위 사람에게도 힘든 내색을 하지 않으려 노력하는데, 가끔 티가 나나 봐요. 그럴 때 바로 알아채고 챙겨주는 사람들이 곁에 있어 다행이다 싶어요.

독서를 즐기는 편이에요? 요즘도 밤에 잠을 잘 못 이뤄서 책을 보는 건 아니겠죠? 예전엔 잠이 안 오면 책을 읽었어요. 그런데 책을 보니까 오히려 생각이 많아져서 더 힘들더라고요. 요즘은 새로운 방법을 찾았죠. 자기 전에 영상이 화려한 영화를 봐서 눈을 피곤하게 하는 거예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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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트 패턴 원피스 H&M.

주로 어떤 책을 읽나요? 장르물을 좋아해요. 추리소설이나 미스터리물, 스릴러물 같은 것들요. 그럼에도 자극적이거나 무서운 건 잘 안 읽게 되더라고요. 꿈에 나올 거 같아서요. 완전 겁쟁이거든요. 하하.

올해 연기자로서 작품을 두 개나 했어요. tvN <드라마 스테이지 2021-민트 컨디션>은 배우로서 성공적인 데뷔를 하면서 아이돌을 향한 대중의 검증 과정을 무사히 거쳤고, 웹드라마 <블루버스데이>는 아이돌이라는 수식어를 뺀 순수한 연기자로서의 가능성을 넓혀줬다고 생각해요. 스스로는 어떻게 평가하고 싶어요? 처음 하는 일이라 욕먹을 각오를 하고 시작했는데 반응이 좋아 신기했어요. 그전까지 저 자신에게 조금은 냉정했는데 이제는 수고했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스스로에게 너그럽지는 않거든요. 자꾸 다그치다 보니 점점 더 힘들어지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고생했다고 토닥토닥해주고 싶어요. 더 열심히 하고도 싶고요. 연기하는 게 재미있거든요. 다음 작품도 하고 싶으니 스스로를 달래줘야죠.

‘다른 모습이 된 본인을 보여주는 것 자체가 재미있다’고 한 인터뷰를 봤어요. 레드벨벳 활동과 달리, 예리가 아닌 다른 캐릭터로 살면서 느끼는 감정은 구체적으로 어떤 감정이에요? 연기를 해보지 않은 사람으로선 그 감정이 어떤지 사실 잘 모르거든요. 연기를 보는 것과 직접 하는 건 달라요. 당연히 신경 쓸 것도 많죠. 촬영장에는 스태프가 정말 많은데, 그 가운데 서서 눈물 연기도 해야 하고요. 도통 눈물이 나올 분위기가 아니거든요. 하지만 순간에 집중하면 원하는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는 게 연기의 가장 큰 매력인 것 같아요. 이번에 다시 한번 느꼈어요.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힘들었는데, 자꾸 빠져들게 되더라고요. 많은 사람이 그런 식으로 하나의 일에 매료되면서 워커홀릭이 되지 않나 싶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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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탄체크 원피스 뷔미에트, 이어링 엔프라임.

전에 장르물을 찍고 싶다고 했는데, <블루버스데이>로 이뤄냈어요. 또 하고 싶은 역할이 생겼겠죠? 이번에는 어떤 역할이 탐나는지 궁금해요. 몇 년 뒤에는 교복이 안 어울릴 나이가 될 테니 학생 역할을 한 번은 더 해보고 싶어요. 장르물은 워낙 좋아해서 기회만 되면 계속 해보고 싶고요. 그 대신 타임리프물은 해봤으니까 아예 시대를 초월한 사극은 어떨까요?

오늘 화보는 취소가 되더라도 쿨하게 즐기는 ‘나 홀로 파티’가 콘셉트였어요. 그런데 진짜 파티에 가기로 했는데, 취소되면 어떨 거 같아요? ‘왜지?’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 거 같아요. ‘쉴 때는 제대로 쉬자’는 마음으로 친구들을 만나면서 쉬는 사람이었는데, 최근 2년간은 아무래도 친구나 지인들을 자주 못 봤잖아요. 그런 일상적이고 사소한 시간에 대한 애틋함이 커졌어요. 몇 년 전이었다면 파티가 취소돼도 아무렇지 않았을 거예요. 지금은 아니죠. 지금의 저는, 노는 데 진심이거든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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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탄체크 원피스 치카 키사다 by 아데쿠베, 스니커즈 골든구스.

사실 예리가 콘셉트를 정하는 것에 ‘진심’이라고 느낀 건 이번 SM 핼러윈 코스튬을 보고서예요. 드라마 <궁>의 신채경 코스튬을 했죠? 이번 핼러윈 파티는 비대면으로 개최한다는 말을 듣고 곧장 떠오른 콘셉트였어요. 드라마 <궁>을 다시 보고 있었는데 정말 재미있더라고요. 특히 눈에 들어온 게 한복이었어요. 한복을 저렇게 아름답게 풀어내다니, 뭔가 ‘한복의 재발견’ 같은 느낌이랄까? 오래전에 방영한 드라마지만 촌스럽지도 않았고요. 특히 SM 코스튬 파티에 대한 해외 팬들의 기대가 높거든요. 우리 한복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평소에도 목적이 있건 없건 꾸밈을 즐기나요? 좋아해요. 패션과 메이크업에도 관심이 많아요. 옷을 사는 걸 즐기기도 하고요. 그래서 화보 촬영할 때도 다양한 스타일의 옷을 최대한 많이 입어보려고 하죠. 하나의 스타일에 구애받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예쁜데, 건강해서 더 예뻐요. 예리를 보면 ‘건강한 건 이래서 예쁜 거구나’ 하는 사실을 직접 보는 것 같아요. 건강하고 싶은 이유는 누구나 같겠지만 방향은 조금씩 다르잖아요. 예리가 추구하는 건강은 어떤 모습이에요? 평소 필라테스를 꾸준히 하고 있어요. 운동이 정신 건강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고 생각하거든요. 몸을 움직이면서 에너지를 만들면 일할 때도 무기력해지지 않더라고요. 오히려 생동감 있고 활기 찬 모습이 나오니까요. 정신이 건강해야 신체가 뿜어내는 에너지에서 힘이 느껴지는 것 같아요. 그런 모습이 더 아름답지 않나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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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님 재킷 리바이스, 데님 팬츠 후즈, 스틸레토 세르지오 로시.

촬영 스케줄이 있으면 아침 일찍이라도 운동을 하고 온다는 말을 들었어요. 그런데 귀찮지는 않아요? 처음에는 운동하는 걸 싫어했어요. 근데 어느 순간부터 좋아지더라고요. 운동을 하면 상쾌하고 건강해지는 기분을 스스로 느끼기 시작하니까 좋아하게 된 거죠.

그런데 건강에 빠질 수 없는 게 식이요법이잖아요. 먹는 걸 즐겨요? 맛집 같은 곳도 자주 가나요? 먹는 건 당연히 좋죠. 맛집은 시간이 없어서 못 가요. 어제도 청담동의 유명한 삼겹살집에 가서 대기표까지 끊어서 먹고 왔어요.(웃음) 그렇지만 식단 관리를 해야 할 때는 어쩔 수 없이 조절해요. 대신 굶지는 않고 건강한 음식을 찾아 먹어요. 요즘은 비건 음식처럼 건강하지만 칼로리가 낮은 음식이 많아서 즐겨 먹고는 해요.

사소한 행복과 성취감을 안다는 데서 스스로를 잘 이해하고 있다고 느껴져요. 주위에서 예리가 많이 단단해졌다는 말도 들었어요. 좋아하는 걸 이야기할 때 얼굴이 행복해 보여요. 목적을 이루기 위해 나아가는 모습도 좋아 보이고요. 맞아요. 최근 많이 달라졌다는 걸 스스로도 느껴요. 몇 년 사이 좋은 쪽으로 변한 거 같아요. 친구들에게도 예전과 달리 좀 더 건강하고 활기차졌다는 말을 종종 듣거든요. 마인드를 바꾸려고 노력했어요. 작고 소소한 것에서부터 행복을 찾는 쪽으로요.

일종의 ‘소확행’이네요? 진짜 소소한 일상이 행복을 주는 거 같아요. 알람 없이 아침에 일어난 하루랄까. 알람이 울리지 않았는데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날 수 있다면 행복할 거 같지 않아요? 제가 매일 하는 일 중 하나가 잠들기 전 가습기에 물을 채우는 일인데, 가습기 안에 물이 가득 차 있는 것만 봐도 행복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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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벳 슈트 네헤라 by G.STREET 494, 네크리스 일레란느.

예리의 스물세 살이 곧 지나가요. 다른 인터뷰에서 해가 바뀌는 것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올해는 어때요? 여전히 특별한 게 없나요? 생각이 좀 바뀌었어요. 그 인터뷰를 했을 때는 스무 살이어서 그렇게 말한 거 같아요.(웃음) 내년엔 스물넷인데, 회사에 처음 들어간 열두 살 때부터 늘 막내였거든요. 그래서인지 ‘스물넷’이라는 숫자가 아직은 멀게만 느껴지고요. 그래도 스물넷만의 좋은 일이 생기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어요.

또래와 달리 어릴 적부터 다양한 사람을 만나면서 일해왔잖아요. 예리가 성숙한 이유는 그 때문인 것 같아요. 생각이 깊고 굳건하다고 느껴져요. 지금까지 함께해온 사람들이 오늘의 예리를 만들었다면, 내일의 예리를 만들 사람들은 어떤 사람일까요? 산타 할아버지 같은 사람이 좋아요. 보기만 해도 행복하고 편안한 사람들과 늘 함께하고 싶어요.

주변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는 사람을 말하는 걸까요? 아니요. 스스로 편안함을 발산하는 사람이 멋지다고 생각해요. 나한테 무언가를 해줌으로써 편안한 사람이 아니라요. 그런 사람은 그 자체로 매력적이거든요.

‘예리의 감’을 믿어요. 지금은 데뷔했을 때보다 제법 안정기에 접어든 것 같아요. 여전히 오락가락하지만요.(웃음) 앞으로 어떤 일이 찾아올지 모르지만 마주하는 모든 일을 즐겨보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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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트 톱 펜디, 이어링 엔프라임.

거리 두기도 완화됐는데 특별히 하고 싶은 게 있나요? 오늘 콘셉트 같은 ‘파티’라든가. 영어 공부요. 어릴 때부터 계속해왔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꾸준히 하지 못해 아쉬웠거든요. 하다가 멈추고 하다가 멈추고. 어느 레벨에서 더 이상 발전이 없는 것 같아 영어 공부를 더 열심히 하고 싶어요. 네이티브처럼 편안하게 구사할 수 있을 때까지요. 거리 두기도 완화됐으니 이제 다시 레슨을 시작하려고요.

끝없는 자기 계발을 통해 지금의 김예림이 된 거라고 생각해요. 올해의 김예림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하하. 스물셋이라는 숫자가 아직도 어색하네요. 예림아, 올해는 건강했잖아. 그래서 자랑스러워.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해였어. 장하다!

내년에 이루고 싶은 3가지가 있다면요? 첫 번째로 하고 싶은 건 월드 투어. 지난 2년간 진행했어야 할 월드 투어가 취소됐거든요. 사실 월드 투어가 아니어도 좋아요. 팬들과 만날 수만 있다면 어디든 좋죠. 새 작품도 하고 싶어요. 연기 경력에 있어 다음 스텝을 밟으며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고 싶거든요. 마지막은 우리 강아지 똘이와 시간 보내기. 똘이는 본가에서 지내는 제 남동생과 다름없는데, 자주 보기가 힘들거든요. 연말이라 그런지 미안한 마음이 더 커요. 쉬는 날에 왜 더 자주 똘이를 보러 가지 않았을까 하는 자책도 하고요. 내년에는 똘이와 더 많은 추억을 만들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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