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 스타로 변신한 기탁의 하루
‘시네마’ 같은 기탁의 하루.
오늘 화보 콘셉트는 ‘기탁의 하루’였어요. <슈퍼밴드2> 이후 어떤 하루를 보냈나요?
<슈퍼밴드2>방송 중에 복학해서 학교를 거의 가지 못했어요. 그래서 <슈퍼밴드2> 끝나자마자 열심히 학교에 다니고 있어요. 그러면서 연습도 하고 곡 작업도 하는 중이에요.
방송 중에 복학했으면 일상이 많이 바뀌었을 것 같아요. 주변 사람들 반응은 어때요?
10월부터 대면 수업으로 바뀌었거든요. 주변 사람을 보면 아무렇지 않은 친구도 있는 반면, 아예 모르는 후배가 와서 사인해달라고 한 적도 있어요. 또 버스 정류장에서 가끔씩 팬이라고 하는 분들이 있어서 처음에는 되게 놀랐어요. 주로 이어폰을 꽂고 있었거든요. 갑자기 누군가가 오셔서 뭐라고 말을 하시는데, 이어폰 빼고 들어보니 잘 보고 있다면서 팬이라고 하시더라고요.(웃음) 감사하죠, 참.
<슈퍼밴드2>에 처음 등장했을 때 시네이드 오코너의 ‘Nothing Compares 2 U’를 불렀고 풋풋한 매력을 발산했는데, 반면에 기승전결이 확실해야 돋보이는 오디션에서 쉽지 않은 선곡이었어요.
엄청 많은 곡을 부르고 연주하고 편곡도 해봤는데, 제가 어떻게 해야 다른 참가자가 저를 뽑아줄지 고민했어요. 그래서 기타리스트와 보컬리스트의 모습을 둘 다 보여주면서 ‘나 이런 것 저런 것 할 줄 알아’라고 생각하고 준비한 거예요. 결국에는 참가자에게 ‘픽’이 되고 밴드를 만들어야 하는 거잖아요. 그러다 보니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는 데 중점을 두고 선곡했어요.
이후 첫 프런트맨으로 선정됐을 때 적잖이 당황한 모습이었어요. 정말 몰랐던 것 같던데.
네, 맞아요. “왜 내가 됐지? 왜?” 처음에 이 생각이 강하게 들었어요. 정말 당황했어요. “오?” “잉?” 이런 느낌
왜 뽑힌 것 같아요?
일단 제가 보컬과 기타 두 파트를 맡을 수 있잖아요. 저를 보며 ‘쟤는 쓸모가 많겠다’는 것 아니었을까요?(웃음)
그럼 어떤 멤버와 어떤 음악을 들려주고 싶었어요? 처음 영입한 멤버들과 오아시스의 ‘Champagne Supernova’를 선보였잖아요.
처음에 모든 참가자가 모여서 53명의 영상을 다 같이 봤거든요. 그걸 보면서 마음에 드는 참가자를 적어놨는데, 제가 써놓은 리스트 중 ‘원픽’들이었어요. “만약 내가 프런트맨이 되면 이 사람을 뽑아야겠다.” 다행히 첫 프런트맨으로 뽑히고, 첫 번째로 팀원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바로 영입했어요. 사실 제가 <슈퍼밴드2> 나와서 처음 밴드를 해봤거든요. 그래서 멤버들과 기본적인 밴드의 모습, 합을 보여주고 싶었고 밴드 멤버로서 배우고 싶은 것도 많았어요. 그냥 ‘밴드’ 하면 떠오르는 ‘기본적인 밴드’에 집중한 것 같아요.
그다음에는 이적의 ‘달팽이’를 불렀는데, 올랐던 <슈퍼밴드2> 무대 중 유일하게 탈락 후보가 된 무대였어요.
3명이서, 트리오로 보컬과 기타, 베이스, 드럼 이렇게 구성했어요. 준비하면서 로킹한 것도 연주하고 다른 것도 많이 했는데, 오히려 멤버들이 먼저 ‘이번에는 기탁이 목소리에 집중하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 곡을 선곡했어요. 그랬는데 결과가 아쉬우니 정말 미안하더라고요.
탈락 후보가 된 뒤의 다음 무대에서는 어떤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마음가짐이 달랐을 텐데.
그게 정확히 ‘Boomerang’이었어요. “나는 본선 3라운드 때 독기를 품고 땀 흘리는 모습을 보여줘야겠다. ” 이런 생각.
말한 대로 기탁의 독기 품은 모습을 처음 봐서 낯설었어요. 그렇게 안 해봤던 무대를 하는 건 어땠어요?
저는 연주하거나 노래할 때 몸짓이 적은 편이에요. 근데 ‘Boomerang’은 그렇지 않은 무대였잖아요. 본선 3라운드에서 시네마 멤버들을 만나고, 그들을 통해 배우고 하면 할수록 점점 늘더라고요. 멤버들이 많이 가르쳐줬어요.
예를 들면요?
일단 윤성이 형한테 보컬을 배웠어요. 저는 살랑살랑 부르는 편이라면, 형은 굉장히 ‘막’ ‘빡!’ 부르거든요. 원시적인 느낌이 있어요.(웃음) 베이시스트 정호 형한테는 무대 위 몸짓을 많이 배웠어요. 그 형은 무대에서 베이스를 들고만 있어도 멋있거든요. 그리고 슬옹이 형은 제가 해보지 않은 장르를 할 수 있도록 했어요. 저는 그런 장르를 한 번도 안 해봤거든요. ‘어, 나도 이거 할 수 있구나’를 느끼게 해줬어요.
그럼 음악 외 일상에서는 서로 어떤 역할이에요?
우선 슬옹이 형이 앞장서서 계획을 짜요. 그럼 정호 형은 앉아서 왕자님처럼 ‘응, 좋아’ 하는 스타일. 그리고 윤성이 형은 진짜 웃겨요. 의외로 웃겨요. 방송에는 한 번도 안 나와서 아무도 모르거든요.(웃음)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인데 그 형은 말도 안 되게 웃겨요. 저는 음… 잘 모르겠어요. 아, 맞다. ‘막내인데 형 같다’는 말을 듣기는 했어요.
그런 멤버들과 시너지가 좋아서인지 ‘Boomerang’은 모든 심사위원과 대중한테 큰 호평을 받았어요. 그중 기억에 남는 코멘트가 있나요?
저는 음악을 들을 때 듣기 편하고 자연스러운 걸 좋아해요. 심사위원이 편곡에 관해서 ‘물 흐르듯 잘 짜여 있다’고 말했을 때 ‘아, 이게 잘 됐구나. 그래서 좋은 거구나’라고 생각했어요.
본선 4라운드의 ‘Kings and Queens’ 무대를 보니 멤버 모두 성장하는 게 눈에 띄었어요. 마침 심사위원도 같은 평을 했고요.
넷이서 음악할 때뿐 아니라 밥을 먹거나 길을 걷거나 이야기할 때도 되게 재미있어요. 엄청 편안하고 가족 같고. 분위기가 좋고 재미있다 보니 그런 데에서 밴드의 합이 나오는 것 같아요. 서로가 서로에게 배우고 의지하고 성장하고. 앞으로도 서로에게 많이 배우면서 성장하지 않을까요?
<슈퍼밴드2>를 통해 그렇게 ‘케미’가 좋은 넷이서 밴드를 완성했으니 프로그램에 대한 애정도 남다르겠어요.
제게는 엄청 많은 영향을 끼친 프로그램이에요. 일단 <슈퍼밴드2> 출연을 준비하면서 음악적으로 굉장히 늘었어요. 참가하던 중에는 음악적인 것 말고도 인간적으로나 무대 위의 ‘액팅’이나 그런 것까지 성장했고요. 거의 8개월 동안 했거든요. 지금까지 제 인생에서 가장 단기간에 많이 성장한 시기였어요.
그만큼 부담감도 컸겠죠?
그렇죠. 계속 프런트맨을 하고. “하, 내가 이 사람들을 데리고 끝장을 보여줘야 하는데” 하는 부담감도 있었고. 근데, 그 부담감 속에서 저를 굉장히 많이 깨고 이겨냈어요.
그 정도라면 <슈퍼밴드2> 참가한 걸 후회한 적은 없어요?
네, 오히려 정말 감사해요. 저를 크게 성장시킨 프로그램이잖아요. 그런 자세로 임했어요.
이어서 자작곡 ‘RUN’을 불렀잖아요. 멤버들과의 자전적 이야기가 담긴 것도 같고 무언가 힘이 있는 것 같았어요.
그게 시네마 멤버들과의 세 번째 무대였는데 지치더라고요. 매 라운드마다 모든 걸 쏟아부었는데, 또다시 쏟아부어야 하고. 그럴 때마다 누군가 지치면 서로 끌어줬어요. 그런 모습을 곡에 그대로 담은 거예요. 또 두 명의 보컬 곡이다 보니 어떻게 어우러져야 멋있을지 고민했거든요. 그 후에 편곡과 베이스, 기타의 구성을 짰어요. 물론 과정이 힘들었지만 항상 즐거웠어요. 혼자 곡을 쓰는 것과 네 명이서 곡을 쓰는 게 다르더라고요. 함께 곡을 쓰니까 혼자 쓸 때에는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구성하게 돼요. 예를 들어 클라이맥스에서 스파크가 튀고 또 튀는 시너지 같은 곡 흐름이요. 그런 경험이 재미있더라고요.
마지막 곡 ‘항해(Far Away)’ 무대를 보니 전에 했던 음악보다 풍성한 심포닉 사운드가 인상적이었어요. 이 역시 새롭던데. 사운드 자체에 의미를 담은 듯해요.
팀 이름이 ‘시네마’인 만큼 시네마틱한 무대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결선 1차 ‘RUN’을 한 뒤 바로 모여서 그날 이 콘셉트를 정한 거예요. 그래서 영화 음악에서 쓰일 법한 곡 분위기를 선정했고요. 이틀 만에 트랙과 멜로디가 완성되고 나니까 편곡도 빨리 됐고. 모든 과정이 빨랐어요. 아마 ‘RUN’을 통해 자작곡 만드는 과정을 한번 겪어서 그런 것 같아요. 처음보다는 쉽게 진행할 수 있더라고요.
그 곡으로 준우승을 했잖아요. 수많은 참가자 중 2등이면 대단한 건데 정말 차분하더라고요.
제가 원래 리액션이 적은 편이에요. 마음속으로는 ‘오, 2등이구나. 와, 정말 잘했어’라고 생각했는데 표현하기가 어려워요. 뭐든지 덤덤하게 받아들이는 편이고. 근데 광고 나가는 순간에는 주저앉아 있었어요. ‘내가 지금 어디 있는 거지? 여기 있는 게 맞나?’ 싶더라고요.
이후 무대 아래에서 시네마 멤버들과 어떤 이야기를 나눴어요?
모두 호들갑 떠는 편이 아니라서 정말 기뻐하면서도 동시에 그다음을 고민했어요. “2등 한 거 정말 잘한 거야. 앞으로의 행보에 집중하자. 주로 이런 이야기였어요. “2등 했네. 이제 뭐 하지?”
그럼 시네마 멤버로서 앞으로의 계획은 뭐예요?
이전 <슈퍼밴드>와 다르게 <슈퍼밴드2>는 준우승 팀에게도 활동 지원이 돼요. 그래서 지금 시네마로서 활동 계획을 세우는 중이에요. 방송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명확한 앨범 발매나 활동 계획은 없지만, 곧 시네마로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다는 건 확실해요. 조금만 기다려주세요.(웃음)
기탁 개인으로서의 계획도 궁금해요.
사실 <슈퍼밴드2> 지원하기 전부터 앨범 작업 중이었고, 거의 끝난 상태였어요. 그러다 <슈퍼밴드2>에 지원했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붙어버렸고 준우승까지 하게 된 거예요.(웃음) 그래서 앨범 마무리를 못했거든요. 밀린 앨범을 마무리해서 틈틈이 내야 하고. 물론, 시네마 멤버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조율해야 해요. 그리고 공연도 하고 싶은데 코로나 사태가 수그러들지를 않네요. 진짜 공연하고 싶은데. 또 빨리 이사도 가야 하고 면허도 따야 하고 학교도 가야 해요. 할 게 너무 많습니다. 그중 우선순위는 학교예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가거든요. 정말 힘들어요. 그래도 오늘은 첫 화보 촬영이라 학교 수업을 미뤘어요.
앨범 이야기가 나와서 그런데, <슈퍼밴드2>에 참가한 게 지금까지 발매한 싱글이나 앨범에 새로운 음악적 방향을 제시할 것 같아요.
밴드적인 사운드가 돋보이는 음악을 해보고 싶어요. 혼자서 할 수 없는 거잖아요. 정말 밴드만 할 수 있는 밴드적인 음악.
본인이 생각하는 밴드는 뭔데요?
되게 다양하지만, 한마디로 혼자서 할 수 없는 음악. 음악하는 사람이나 밴드 좋아하는 사람이 가끔 ‘저거 밴드 같다’고 말하는 게 있거든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데. 예를 들어 록만 밴드가 아니잖아요. 발라드도 밴드가 될 수도 있고. 저는 얼터너티브 록을 지향하는데, 그 장르만 해도 범주가 엄청 넓은 것처럼. 뭐든 누군가 함께하는 음악 아닐까요?
기탁은 팬에게 어떤 뮤지션 또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어요?
음, 저는 음악을 들을 때 위로를 많이 받는 편이었어요. 저도 신나는 음악이든 처절한 음악이든 언제든 위안을 주는 뮤지션으로 남고 싶어요. 힘든 사람에게 희망적인 이야기를 할 수도, 공감을 할 수도 있잖아요. 저는 둘 다 하고 싶어요. 근데 제가 아직 어리다 보니 ‘힘들지? 근데 할 수 있어’라는 음악을 하고 싶어요. 나이가 들면 ‘힘들지? 나도 힘들더라’ 이런 음악을 하는 뮤지션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과장하는 것보다 있는 그대로 자연스럽게 표현하고 싶어요.
혹시 새롭게 도전하고 싶은 장르나 악기도 있나요?
중학생 때부터 트럼펫을 하고 싶었어요. 불기 어렵다던데, 한번 윤성이 형 걸 빌려서 불어봤거든요. 되게 어렵더라고요. 형은 저한테 트럼펫 알려주고 저는 형한테 기타 알려주고. 그것처럼 시네마 멤버와 하고 싶은 악기, 하고 싶은 음악을 다 해본 것 같아요. 너무 감사하죠, 좋은 멤버를 만나서.
마지막으로 매체명이 <뷰티쁠>이라서 물어볼게요. 최근에 아름답다고 느꼈던 순간이나 사물이 있을까요?
음, 짧은 시간에 많은 일이 일어났잖아요. 당연히 저 혼자서 할 수 있었던 일은 아니고. 최근에 ‘세상에 도와주는 누군가 있을까?’ ‘하늘이 도와주나?’ 그런 생각을 한 적이 많았거든요. 근데 많은 분이 저를 좋아하시고 알아봐주셔서 그런 순간이 감사하고 아름다워요. 기적 같고. 아, 그리고 오늘 촬영 마지막 의상이었던 화이트 니트 카디건을 입은 제 모습도 ‘뷰티풀’이더라고요.(웃음) 새로운 모습이었어요. 감사해요.
사진 김선혜
헤어 이혜영
메이크업 이미영
스타일리스트 강이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