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에 바이러스가 산다

‘청결’이 익숙해진 요즘. 화장품은 어떻게 관리하고 있나요?

화장품에 바이러스가 산다

코로나 사태 이후 우리의 생활이 달라졌다. 세균 박멸을 위해 수시로 손을 씻는다. 그리고 항상 손이 닿는 핸드폰부터 책상, 키보드까지 알코올 소독제로 열심히 닦는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아침저녁마다 사용하는 화장품은 그대로 방치하고 있진 않은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감이 커진 요즘, 뷰티쁠러의 화장대는 어떨까? <뷰티쁠> 홈페이지에서의 사전조사에 의하면, 아무래도 얼굴에 직접 바르는 제품이다 보니그 어느 때보다 깨끗하게 관리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청결은 물론 화장품의 유통기한에도 더욱 신경 쓰고 있다고 답한 이들이 무려 70%에 가까웠다. 하지만 응답자의 80%가 화장품을 사용하면서도 ‘혹시’라는 불안감을 떨칠 수 없다고 답했다. 매일 사용하는 화장품, 이대로 괜찮을까? 화장품은 세균이나 미생물에 쉽게 노출된다. 때문에 방부제가 필수적으로 들어간다. 그래서 일정 기간 동안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유통기한보다 수명이 더 짧아지는 경우도 많다. 이는 제품의 용기에 따라 차이가 많이 난다. 펌프나 튜브 타입의 경우 피부에 직접 닿는 경우가 적고 공기와의 접촉도 최소화할 수 있어 오염 위험이 적은 편이다. 고로, 화장품 자체만으로 놓고 봤을 때 생각보다 바이러스에 취약하지는 않다는 결론이다.

우리가 조심해야 할 것은 내 피부 세균과 다른 사람의 피부 세균이 결합되었을 때다. 사람의 피부에는 ‘스킨 플로라(Skin Flora)’라는 세균이 존재한다. 이 세균은 특정 미생물의 과다 번식과 병원균의 침입을 막는 역할을 하는데, 다른 사람의 화장품을 사용하게 되면 각자의 상재균이 섞이면서 감염이 발생할 수 있어 위험하다. 몇 년 전, 친구의 화장품을 사용한 뒤 척추가 손상되어 하반신 마비가 되었다는 기사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감염 경로를 조사한 결과, 원인은 화장품 브러시였다. 모 안에 남아 있던 ‘포도상구균’이 피부로 침투해 척추까지 도달한 것이라고 한다. 이 역시 세균과 세균이 결합되면서 일어난 결과다. 좀더 쉽게 설명하기 위해 한 가지 예를 더 들어보자. 코로나19에 감염된 이가 있다. 그럼 그 사람은 이전에 사용하던 화장품을 모두 버려야 할까? 정답은 ‘No’. 나 혼자 사용할 경우에는 2차 세균 감염이 일어나지 않으며 일정 시간이 지나면 다른 숙주를 찾지 못한 바이러스는 자연스레 소멸된다. 대표적인 바이러스 균으로 예를 들면, 감기나 눈 병의 경우 서너 시간이면 바이러스가 완전히 소멸된다.

아직 코로나19가 화장품 속에 침투했을 때얼마나 생존하는지에 대한 연구는 나오지는 않았다. 하지만 독일 그라이프스발트 대학병원 연구진에 따르면 코로나19 바이러스는 플라스틱, 금속, 유리 등의 표면에서 짧게는 2시간에서 길게는 9일까지 생존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고로 전문가들의 의견은 일반 바이러스들과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예상한다. 이에 관해 메멧 오즈 박사는 여러 명이 사용하는 화장품은 ‘각종 균들의 배양접지’라 표현하며, 각별히 주의할 것을 경고했다. 화장품 비평가 최지현 역시 속옷을 남과 함께 사용하지 않는 것처럼 화장품 역시 사적인 물건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리고 화장품 관리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먼저 해결해야 할 것은 보관 상태다. 일정한 온도와 습도에 화장품을 두는 것이 좋은데, 가장 위험한 곳은 욕실이다. 욕실은 온도와 습도가 계속해서 바뀌기 때문에 세균이 번식하기 좋은 조건이다. 냉장고에 화장품을 보관하는 이들도 많은데, 이는 별로 추천하지 않는다. 적정 보관 온도인 15~25℃보다 낮을 뿐만 아니라 음식물에서 발생하는 세균으로 인해 더 쉽게 오염될 수 있다. 가급적 온도 변화가 없는 직사광선을 피한 그늘진 곳에 보관하는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메이크업 도구는 사용 후 수분이 조금이라도 남았다면 완벽하게 말리는 것이 좋으며, 적어도한 달에 2회 이상은 세척하자. 제형이 조금이라도 변질되거나 향이 변한 제품이 있다면 아까워하지 말고 과감하게 버릴 것. 또 화장품 역시 알코올솜으로 수시로 닦고, 튜브 타입의 경우 제형이 묻어 있는 입구까지 세척하는 게 좋다. 최근에는 유기농, 천연 화장품이 많이 출시되고 있는데, 이런 제품은 보존제를 천연 성분으로 대체하고 있어 장기 보존이 어려운 것들이 많다. 3~6개월 정도로 유통기한이 짧은 편이고, 일반 화장품에 비해 오염될 확률이 높아 더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전 세계가 바이러스 공포에 휩싸인 요즘, 화장품 역시 100% 안심할 수는 없다. 무엇을 바르냐보다 어떻게 바르냐가 더 중요한 시대인 만큼, 화장품 위생에 다시 한번 경각심을 가져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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