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NG&DUMB 원호
YOUNG&DUMB 원호
<뷰티쁠>과 약 1년 만에 다시 만나네요. 휴식기에 뭐 하고 지냈어요?
우선 앨범 준비하고, 자체적으로 팬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유튜브 콘텐츠 찍고, 그렇게 무료한 날들을 보내고 있었어요.
최근 브이 라이브를 봤는데 “이러다 내년에 앨범 발매할까 봐 ‘커밍 순(Coming Soon)’ 이미지를 먼저 공개했는데, 그 바람에 엄청 바빴다”고 말했어요.
맞아요.(웃음) 원래 ‘커밍 순(Coming Soon)’ 이미지를 더 늦게 올릴 계획이었어요. 일정대로 올리면 ‘팬들이 오래 기다렸다’ 싶을 때도 앨범이 안 나올 것 같더라고요. 팬들이 너무 지칠까 봐 그거라도 먼저 올린 거예요. 하지만 앨범 준비는 이미 한참 전에 끝낸 상태였어요.
연작 시리즈 [Love Synonym]과 달리 [Blue Letter]라는 새로운 이름의 미니 앨범을 냈는데, 앨범명이 다른 만큼 새로운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하나요?
이번 미니 앨범을 준비하면서 조금 힘들고 외롭기도 했어요. 쉬면서도 그랬고 왠지 모르게 지치는 게 많더라고요. 보통 ‘연예인은 힘들다’고 하는데, 저는 오히려 연예인이라서 버틴 것 같고, 혼자서는 못 버텼을 것 같아요. 힘든 걸 이기게끔 도와준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담은 거죠. 또 현재 힘든 사람들에게 어떻게든 이겨내라고 하기보다는 ‘현재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이고 사랑하면 좋겠다’는 말을 하고 싶었어요. 저는 힘든 제 모습을 경멸했거든요. 그러지 않았으면 해요.
그러면 이번 앨범은 외롭거나 힘든 사람을 위한 ‘레터(Letter)’라고 생각해도 될까요?
네, 맞아요.
이어서 타이틀곡 ‘BLUE’는 어떤 곡인가요?
[Blue Letter]의 ‘Blue’는 우울을 뜻하는 단어이기도 한데, 그 뜻 그대로 사용했어요. 타이틀곡 ‘BLUE’도 마찬가지고요. 직설적으로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곡의 전반적인 내용은 우울감에 관한 게 맞아요. ‘이 음악을 듣고 우울한 사람 모두 자신을 받아들이고 이겨내면 좋겠다’는 의미로 만들었고요. 가사를 보면 알 수 있어요. “우린 젊고 무모하게 즐기자.” 한편으로는 ‘코로나 블루’로 힘든 만큼 다 같이 받아들이고 나아가자는 의미도 담았고요. 그리고 사실 여름에 발매할 생각이었는데, 타이밍이 늦은 것 같아서 아쉽기는 해요. 그래도 팬들이 많이 사랑해주셔서 좋아요.(웃음)
청량한 사운드 위에 반복되는 ‘Young’ ‘Dumb’이라는 단어가 좋더라고요. 혹시 가장 좋아하는 가사는 뭐예요? ‘We are young. We are dumb.’
딱 그 가사가 가장 좋아요. 정말 ‘Young’과 ‘Dumb’이라는 두 단어만으로도 젊고 무모하다는 것만으로도 앞으로의 가능성과 길이 열려 있는 느낌이거든요. 특히 ‘We are young’이 좋아요.
열려 있는 가능성에 대해 말했는데, 그 말처럼 전작과 완전히 다른 음악을 선보였어요. 원호에게도 새로운 도전이었던 것 같은데, 이런 시도와 메시지를 준비하면서 어땠나요?
‘원호’ 하면 강한 인상을 떠올리는 것 같아요. 무대 위에서 강하고 사람이 크고.(웃음)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런 것 말고 이런 것도 잘하니까’ 이렇게요. 그리고 팬들이 보고 싶어 하는 모습이었던 것도 같고요. 이번 미니 앨범에서 가장 신경 쓴 게 메시지였던 것만큼 메시지를 잘 전달할 수 있는 음악을 썼던 거예요. 보통 우울하면 ‘우울할 때 듣는 음악 추천 리스트’ 듣고 비가 키워드인 음악을 듣고 그러잖아요. 우울의 끝에 빠지는 음악보다는 이질감이 들더라도 반대의 느낌으로 곡을 쓰고 들려드리는 거죠. 제가 할 수 있는 한, 영향력이 있는 만큼 사람들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고 싶었어요.
무대 위에서 강한 원호와 이번 이지 리스닝 장르에 어울리는 ‘이지’하고 ‘칠(Chill)’한 원호, 어떤 게 더 본인에게 맞나요?
음, 근데 저는 욕심이 많아서 둘 다 하고 싶어요. 그렇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오랫동안 하던 게 강한 모습을 보여드리는 거라서 그걸 더 잘하는 것 같고. 근데 보여드리고 싶고 들려드리고 싶은 건 편안한 음악을 하는 모습이에요. 제가 잘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것으로 나뉘네요.
이번에 전곡 작사와 작곡에 참여했어요. 노래를 부르고 곡을 만드는 아티스트로서의 작업 방식이 궁금해요.
한마디로 제가 하고 싶었고 만들고 싶었던 음악을 모두 만들었어요. 앨범의 연계성을 생각하다 보니 거기에 얽매이고 곡을 만드는 데 한계를 느끼겠더라고요. 그래서 ‘평소에 하고 싶었던 걸 만들고 추려서 들려주자’라고 생각하고 정말 많은 곡을 썼죠. 음, ‘좀 더 열심히 하자. 많이 만들고 그 안에서 고르자.’ 이렇게 작업한 뒤 앨범 구성을 맞췄어요.
그럼 작사와 작곡 중 특별히 어려운 게 있었어요?
워낙 휴대전화 안에 써둔 가사가 많다 보니 작사는 늘 쉬운 편이에요. 그렇다고 가장 어려웠던 게 멜로디를 만드는 것도 아니었어요. 타이틀곡 결정이었어요. 곡을 여러 방면으로 썼는데 모두 마음에 들지 않았고, 새로운 스타일을 보여주고 싶다 보니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지 고민되더라고요.
반대로 이번 미니 앨범의 결과물과 제작 과정을 통틀어서 가장 자신 있고 자랑하고 싶은 건요?
일단 전반적으로 아쉬운 건 제 목 상태였어요. 녹음 당시에도 성대결절을 겪고 있어 힘들었거든요. 녹음하다 울고, 막. 그만큼 제가 할 수 있는 걸 다 해서 녹음 과정에 대한 자신이 있어요. 그래서인지 모든 곡이 마음에 들고 애착이 가요. 특히, ‘No Text No Call’은 가장 먼저 쓴 데다 사연 있는 곡이라 제일 아끼고 좋아해요.
듣다 보니 감정선이 섬세한 편인 것 같아요. 시시각각 와닿는 감정을 잘 ‘느끼는’ 사람.
음, 맞아요.
최근에 “모든 걸 가질 수 없다”라고도 말했잖아요. 요즘 고민이 있나요?
요즘의 고민….(웃음) 앞으로 남은 시간 동안 제가 더 많은 팬을 만날 수 있는지에 대한 걸 고민해요. 어떻게 해야 더 많은 일정을 소화하고, 더 많은 팬에게 저를 보여줄 수 있을지를. 스스로 늘 시간이 많지 않다고 느끼거든요. 항상 조급하고 시간이 아깝고 다급한 상황이라고 생각해요. 최대한 팬들과 많이 만나고 싶은데, 상황이 상황인 만큼 많은 아티스트의 스케줄이 예전 같지 않거든요. 이거에 관한 고민이 가장 크죠.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한 계기가 있을까요?
이번 미니 앨범 준비하면서 그랬어요. 이전 앨범 이후 계획한 것보다 준비가 빨리 끝났거든요. 그 시간이 너무 아까웠어요. 저를 비롯한 우리 스태프 모두 준비됐는데, 완벽한 타이밍을 위해 비워두는 시간이 필요했어요. 또 저는 개인적으로 진행하는 유튜브 외에 스케줄이 빡빡하지 않은 편이라 팬들을 만날 기회가 거의 없고. 참, 답답하고 저 자신에게 화가 많이 나더라고요.
그만큼 “팬들에게 크게 의지하고 의존도가 높다”고 말한 것도 들었어요. ‘보고 싶다’ ‘사랑한다’는 말보다 인상적이더라고요.
실제로 그런 편이에요. 사랑하는 건 당연한 데다, 언제든지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잖아요. 그래서인지 사랑한다는 말을 많이 하면 아까운 느낌이 있더라고요. 감정이 정말 차올랐을 때 해야 전달의 의미가 있으니까. 평소에 뭘 하더라도 ‘이렇게 하면 팬들이 어떻게 볼까, 이거 하면 좋아하겠지’라는 생각으로 가득해요. 오늘 화보 촬영도 마찬가지예요. ‘이건 이렇게 나왔네. 와, 이건 팬들이 좋아하겠다. 책이 빨리 나와야 팬들이 빨리 보고 좋아할 수 있을 텐데’라는 생각을 했어요. 편지도 많이 받고 힘도 많이 얻죠. 그러다 보니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어요. 팬들 덕분에 나날이 버티고 이겨낸 것 같아요. 제가 힘든 게 얼마나 있겠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조금 아프더라도 자기가 아픈 게 제일 아픈 거잖아요.
그럼 이렇게 애틋한 ‘위니’에게 들려주고 싶은 수록곡이 궁금해요. 지난 앨범의 ‘WENEED’처럼.
‘No Text No Call’을 들려주고 싶어요. 서로 만날 수도 없고 피드백도 없고 상대방의 컨디션조차 알 수 없고, 그런 상황과 마음을 담은 곡이거든요. 또 예전에 인스타그램에 유리잔에 관한 글을 써서 올렸는데, 사실 ‘BLUE’에 대한 제 나름의 첫 스포일러였어요. 근데 팬들이 가사라고 생각하더라고요. 그럴 예정이 아니었는데, 덕분에 ‘24/7’의 가사를 마지막에 급하게 수정했어요. 아마 이런 비하인드는 모르시겠죠?(웃음)
마지막으로 잡지 이름이 <뷰티쁠>이라서 물어볼게요. 최근에 아름답다고 느꼈던 순간이나 물건이 있었나요?
최근 들어서요? 아, 하늘이 예쁘더라고요.
왜요?
평소에 고개를 숙이고 다니거든요. 예전에는 하늘을 보려는 노력이라도 했는데, 요즘은 그러려는 노력도 까먹고 땅만 보게 돼요. 모자 쓴 채 고개 숙이고 다니고. 그러다 보니 하늘을 볼 기회가 정말 없었는데, 얼마 전 앨범 커버 촬영 때문에 바다에 가서 하늘을 봤어요. 너무 좋더라고요. 너무 예쁘고. ‘이런 게 눈앞에 있었는데 내가 못 보고 땅만 보고 걸었구나’라는 생각에 슬프기도 했어요. 앞으로 하늘을 자주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진 황혜정
헤어 박내주
메이크업 염섭주
스타일리스트 김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