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버퍼링 중입니다…#성인ADHD

집중하기 어렵고, 머릿속은 흐릿하며, 감정 기복이 심하고, 매일 피곤한 나. 혹시 설명되지 않는 다른 이유가 있는 건 아닐까? 조용해서 더 놓치기 쉬운 성인 ADHD 이야기.

해야 할 일이 늘 머릿속을 맴돌지만 좀처럼 시작하기 어렵고, 누군가의 한마디에 하루 종일 마음이 흔들리며, 멍하니 딴생각만 하다 하루가 끝나버린다. “누구나 그럴 수 있어”라는 말로는 위로받기 어려울 만큼 너무 자주, 너무 깊게 반복되는 이 어려움은 생각보다 많은 사람의 일상에 스며들어 있다. 이런 집중력 저하, 무기력, 감정 기복 같은 흔한 증상 이면에는 최근 성인기에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조용한 ADHD’라는 신경 발달 특성이 숨어 있을 수도 있다. ADHD는 일반적으로 과잉 행동과 충동성을 동반하는 장애로 알려졌지만, 모든 경우가 그렇지는 않다. 특히 성인에게는 눈에 띄는 행동 대신 주의력 저하, 실행 기능의 어려움, 정서 과민성 등으로 조용하게 나타날 때가 있으며, 이를 조용한 ADHD라고 한다. 물론, 몇 가지 증상만으로 조용한 ADHD를 단정할 수는 없다. 앞서 언급한 어려움은 현대인의 삶에서 흔히 겪는 내용이기도 하니까. 정확한 진단은 전문가에게 세부적인 검사와 상담을 해야 한다. 그럼에도 반복되는 혼란에 대해 설명을 찾고, 이름을 붙이고자 하는 시도는 충분히 유의미하다. 삶의 기능을 흔들 만큼 집중하기 어렵고, 감정의 파동이 크며, 에너지가 쉽게 소진되는 상태가 지속된다면 ‘혹시?’를 떠올려보는 것도 자신을 이해하는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 다음은 조용한 ADHD와 관련된 주요 양상과 일상 속 징후에 대한 정리다.

성인 ADHD 자가 테스트

사람들과 대화할 때, 얼굴을 마주 보고 말하는 데도 집중이 안 될 때가 얼마나 자주 있나?
□ 아님 ····························· 0점
□ 드묾 ····························· 1점
□ 가끔 ····························· 2점
□ 종종 ····························· 3점
□ 자주 ····························· 5점

자리에 앉아 있어야 하는 모임이나 상황에서 얼마나 자주 자리를 이탈하나?
□ 아님 ····························· 0점
□ 드묾 ····························· 1점
□ 가끔 ····························· 2점
□ 종종 ····························· 3점
□ 자주 ····························· 5점

혼자 시간을 가질 때 편안하게 이완 또는 느긋하게 쉬는 게 어려울 때가 자주 있나?
□ 아님 ····························· 0점
□ 드묾 ····························· 1점
□ 가끔 ····························· 2점
□ 종종 ····························· 3점
□ 자주 ····························· 5점

대화를 나누면서 얼마나 자주 상대방이 말을 마치기 전에 당신이 말을 끝내나?
□ 아님 ····························· 0점
□ 드묾 ····························· 1점
□ 가끔 ····························· 2점
□ 종종 ····························· 3점
□ 자주 ····························· 5점

마감 시간 직전까지 얼마나 자주 일을 미루나?
□ 아님 ····························· 0점
□ 드묾 ····························· 1점
□ 가끔 ····························· 2점
□ 종종 ····························· 3점
□ 자주 ····························· 5점

생활을 질서정연하게 유지하고 자잘한 것을 챙기기 위해 얼마나 자주 남에게 의존하나?
□ 아님 ····························· 0점
□ 드묾 ····························· 1점
□ 가끔 ····························· 2점
□ 종종 ····························· 3점
□ 자주 ····························· 5점

※ 점수를 합산했을 때 14점 이상이면 ADHD를 의심할 수 있다.
* 미국 정신의학회 제공
* 자가 테스트는 가능성 예측이며, 정확한 진단은 전문가와 상의해야 한다.

조용한 ADHD, 이렇게 나타난다

CASE 1 주의 산만 & 집중력 저하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도 유난히 피곤하거나, 일에 집중하려 애쓰지만 자꾸만 딴생각이 떠오른다면? 조용한 ADHD를 가진 사람은 외부 자극보다 내면의 잡생각이나 걱정 등에 더 쉽게 끌리는 경향이 있다. 책 한 페이지를 여러 번 반복해 읽거나, 단순한 작업에도 몰입하기 어렵고, 대화 중에도 흐름을 놓쳐 맥락에서 벗어나는 일이 잦다. 상대의 말을 놓치거나, 중간에 멍해지는 순간이 반복되면 의사소통에 혼선이 생겨 오해나 단절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는 단순한 산만함이 아니라 뇌의 정보 처리 시스템이 과잉 활성화되어 주의력 조절 기능이 약화된 결과일 수 있다. 멀티태스킹에 취약하고, 작은 방해에도 흐름이 쉽게 깨지는 특성은 일뿐 아니라 대인관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CASE 2 조직력 부족 & 실행 장애

계획은 머릿속에 가득하지만 실제로는 하나도 실행되지 않는 경우, 스스로 게으르다고 느끼기 쉽다. 하지만 조용한 ADHD인 사람들은 일의 시작 자체에 큰 부담을 느끼고, 실행에 필요한 에너지를 제대로 끌어올리지 못하는 특징이 있다. 정리 정돈이 어려워 주변이 늘 어수선하고, 잦은 지각으로 일정 조율에 실패하며, 늘 벼락치기에 의존하는 패턴이 반복되기도 한다. 이는 실행 기능의 결함 때문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알고 있는데도 행동으로 전환하는 연결 고리가 느슨해진 결과다. 머릿속에는 끊임없이 해야 할 일이 떠오르고, 생각은 계속 맴돌지만, 그 생각을 실제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고 머릿속에만 머무는 상태가 반복된다. 이로 인해 ‘계획과 실행 사이의 괴리’가 커지고, 반복적인 미루기가 결국 좌절로 이어지게 된다.

CASE 3 감정 과민성 & 만성 피로감

누군가의 한마디가 오랫동안 마음속에 박혀 괴롭고, 감정이 시도 때도 없이 요동치며, 어느 순간 에너지 방전과 함께 몸이 먼저 지쳐버리는 느낌이 지속된다면? 조용한 ADHD는 정서 조절에도 영향을 미쳐 작은 자극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거나 감정의 폭이 넓어질 수 있다. 이는 감정을 조절하는 뇌 회로의 연결이 약하거나 불안정해 감정이 빠르게 올라오고 오래 지속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또 스트레스나 감정 자극에 대해 뇌가 과도하게 반응하면서, 자율신경계가 쉽게 과열되고 긴장 상태가 길어지는 경향도 있다. 그 결과 신체 에너지가 빠르게 소모되며, 피로감이나 탈진이 반복된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자기 비난이 깊어지고 스스로를 더 몰아세우며, 겉으로는 아무 일 없어 보이지만 내면은 감정과 에너지가 계속 고갈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지금 위와 비슷한 감정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면, 단순한 기분 문제가 아닌 뇌의 반응 특성일 수 있다는 점을 한 번쯤 점검할 필요가 있다.

PLUS TIPS 일상 속 어려움을 줄이는 관리 전략

일상생활에서 집중력 저하, 실행력 부족, 정서적 과민함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다면, 다음의 일반적인 관리 전략들이 도움이 될 수 있다.

• 25분 집중 → 5분 휴식을 반복해 집중 지속력 기르기.
• 주변 공간을 단순하게 정리하고, 노이즈 캔슬링 등을 활용해 시각 자극 줄이기.
• 하루 업무나 할 일을 3가지 목표로 간결화해 집중도 올리기.
• 2분 안에 끝날 수 있는 일은 바로 실행해 미루는 습관 줄이기.
• 디지털 플래너, 포스트잇 등으로 일정을 시각화해 뇌의 부담 덜어주기.
• 감정 일기를 써서 상황과 감정을 분리하는 연습하기.
• 가벼운 운동, 명상, 스트레칭 등을 루틴화해 자율신경 안정화 유도하기.
• 알람, 소셜미디어, 조명 등 자극 요소를 줄여 에너지 고갈 최소화하기.

BEAUTY+ says

조용한 ADHD는 단순한 산만함도, 성격의 문제도 아니다. 일상에서 반복되는 어려움이 있다면, 그것은 뇌가 세상을 받아들이는 방식이 조금 다르기 때문일 수 있다. 하지만 조용한 ADHD를 간과하고 방치하면 원인 모를 반복된 실수와 좌절, 업무 지연과 감정 기복 등이 쌓이면서 결국 자존감과 자아상에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렇기에 의심이 든다면 더 늦기 전에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점검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혼자 감내하던 당신의 어려움이 조금이나마 이해받고 설명되기를, 이 기사가 그런 시작이 되기를 바란다.

일러스트레이터 김예은
참고서적 <나는 왜 집중하지 못하는가>(반건호, 라이프앤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