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 길티 플레저, #제로슈거 의 두 얼굴

화장실에 들락거리게 된 이유. 모두 #제로슈거 때문이라고?

리얼 길티 플레저, #제로슈거 의 두 얼굴

18세기 귀족의 사치품이었던 설탕은 21세기 노동자의 불량한 식생활의 상징이 됐다. 2012년 미국 성인 중 12~14%는 당뇨병 환자였다. 전체 인구 중 30%가 일생 중 언젠가는 당뇨병에 걸릴 것으로 예상됐다. 20세기 들어 당뇨병으로 사망한 환자의 수가 역사상 전쟁으로 사망한 사람의 수보다 많다는 주장도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20세기 초반 중국의 한 의사가 난징에서 외래환자 2만4000명을 진료하는 동안 당뇨병 환자는 단 한 명이었다. 대형 병원에서 입원환자 1만2000명을 진료한 다른 의사도 겨우 환자 2명만을 당뇨병으로 진료했다. 1980년까지 중국 당뇨병 유병률은 약 1%대로 추정됐지만, 최근 추정치는 성인 인구의 11.6%로 치솟았다. 1920년대 설탕 정제 업계는 1820년대 10년간 생산한 수량과 맞먹는 양의 설탕을 단 하루 만에 생산해냈다.

그러나 소비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던 설탕도 이제는 한물갔다. 이제 식음료의 트렌드는 단연 ‘헬시 플레저’. 무설탕, 슈거프리, 제로슈거 제품으로 건강과 맛을 모두 잡으려는 속셈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단맛은 들어 있다. 설탕을 기피하는 대신 새로운 감미료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감미료는 같은 양을 넣어도 당도가 설탕의 500배나 높지만, 열량은 거의 없어 음료뿐 아니라 과자, 아이스크림, 케이크, 떡, 시럽까지 다양한 식품에 첨가된다. 게다가 섭취 후 혈당 상승을 억제하는 몇몇 대체감미료 덕분에 많은 과학자가 비만이나 당뇨병을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는 감미료 개발에 희망을 걸고 있다. 단, 최근 무설탕을 강조하며 대체감미료를 사용한 제품을 섭취하고, 복통과 설사 증상을 호소하는 사례가 늘며 대체감미료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끊이지 않는다.

물론 모든 감미료가 그런 건 아니다. 국내 식약처가 승인한 설탕의 대체감미료는 총 22종. 크게 합성감미료, 천연감미료, 천연당, 당알코올로 분류된다. 이 중 문제된 건 대부분 말티톨과 소르비톨 같은 당알코올류다. 당알코올은 난소화성이라는 특성 때문에 소화기관 기능에 문제를 일으키는데, 이 때문에 일부 섭취자가 일정량 이상을 섭취해 설사나 소화불량, 복부팽만 등을 겪으며 문제점이 더 두드러졌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자 정부는 식품과 관련된 행정규칙을 제정했다. 표시기준 6조에 “당알코올류를 주원료로 사용한 제품은 그 종류, 함량과 ‘과량 섭취 시 설사를 일으킬수 있다’는 경고 문구를 표기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그러나 여전히 구체적인 함량을 표시하지 않은 경우가 많고, 소비자는 실제 섭취량을 정확히 알기 어렵다.

게다가 최근 인공감미료 탓에 장내 미생물총이 좋지 않은 쪽으로 변한다는 결과도 발견됐다. <분자 과학 국제 저널>에서 발표한 논문 ‘인공감미료가 장내 세균인 대장균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사카린, 수크랄로스, 아스파탐 등 널리 쓰이는 인공감미료는 장내 유익한 박테리아를 병원성 박테리아로 변질시킬 수 있다.

인공감미료가 장내 유익균 수를 30%가량 감소시키고 장내 pH 밸런스를 깨뜨리며 특정 유익균의 성장을 억제한다는 것. 또 정상 세균을 변화시켜 감염성 질환을 일으키거나, 독소를 분비하기도 한다. 변질된 세균은 생물막을 형성하는데, 이는 면역치료에 대한 반응을 더디게 할 뿐 아니라 장내 독소를 발현시키기도 한다. 생물막이 형성되면 장 세포 내 병원성 세균에 대한 침입 가능성이 높아지고, 이는 결국 장 손상으로 이어져 감염과 패혈증, 다발성 장기 부전으로까지 악화된다. 인공감미료가 장내 미생물총에 영향을 주는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대부분 동물실험만 진행한 상태이며,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은 아직 부족하다. 그러나 대체감미료를 포함한 식품 첨가물은 체내에 축적되지 않고 대부분 몸 밖으로 자연스레 배출된다. 포도당 수치를 관리하는 신체 능력을 손상해 장내 미생물 총 불균형과 포도당 불내성을 유발하는 대체감미료도 있지만, 혈당을 거의 올리지 않아 당뇨 및 혈당 건강 연구에 도움을 주는 대체감미료도 있다. 즉 성분마다 다르다는 것.

전문가들은 “많은 음식에 인공감미료를 사용해도, 국제식품첨가물전문가위원회에서 정한 일일 섭취 허용량보다 매우 적은 양이 쓰이니 안심하고 먹어도 좋다”고 한다. 청주나비솔한의원 김희준 원장은 이런 문제점에 대해 “식약처가 대체감미료 등에 대한 성분을 규제하는 만큼 과도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지만, 본인에게 맞는 적정 섭취량은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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