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불청객, 자궁근종
임신이나 출산, 어쩌면 생리만큼 흔한 일이다.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 ‘자궁근종’ 이야기다.
도대체 자궁근종이 뭐예요?
주위 여성 또는 오늘 만난 여성들에게 물어보면 절반 이상이 경험했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내가 직접 겪으면 당황스럽기만 하다. 자궁근종은 여성에게 생기는 가장 흔한 종양으로 자궁에 생기는 양성종양을 말한다.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 가임기 여성의 3분의 1이 자궁에 근종을 지니고 있으며, 한 여성의 인생에서 최소 1개 이상의 근종을 갖게 될 확률이 70~80%나 된다. 35세 이상 여성 5명 중 1명은 자궁근종이 있을 정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데이터에 따르면, 2019년 국내 자궁근종 환자 수는 42만 7336명으로, 5년 전인 2015년 30만 4504명에 비해 40%나 증가했다.
특히 최근에는 20~30대 여성에게서도 자궁근종이 빈발한다. 어느 날 심해진 생리통, 갑자기 느껴지는 복부의 압박, 때 없이 찾아오는 출혈 등. 모두 생사를 좌우할 만큼 고통스러운 아픔은 아니지만 이런 증상 모두 자궁이 보낸 적신호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증상이 느껴진다면 운이 좋은 편이다. 자궁근종 환자의 절반 이상은 특정한 증상 없이 발병돼 적정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조용히 자라는 자궁의 혹
자궁근종의 원인은 명확히 밝혀진 게 없다. 다만 수많은 사례를 통해 원인을 짐작하고 연구 중이다. 자궁의 근육세포에 염증이나 손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면서 자궁의 평활근을 이루는 세포가 비정상적으로 증식해 혹을 만드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또 초경이나 폐경기 이후에는 발생이 드물고 근종의 크기가 줄어드는 걸로 보아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영향을 받는 것일 수도 있다. 육식 위주의 식생활로 바뀌며 가축에게 사용한 호르몬제가 우리 몸속에 그대로 들어와 영향을 끼친다는 주장도 있다.
이 외에 비타민 D가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미국 국립 보건 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매일 1시간 이상을 야외에서 보내는 여성의 자궁근종 진단율이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40% 낮게 나왔고, 혈중 비타민 D 수치가 충분한 수준을 보인 여성의 자궁근종 발병률이 32% 낮게 나타났다. 그 밖에도 전문가들은 “몸에 지방이 쌓일수록 근종이 생길 확률이 높다고 하는 비만 위험론을 포함해 출산 미경험, 환경호르몬, 스트레스, 유전인자 등 다양한 원인이 자궁근종 발병의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라고 말한다.
그대로 두어도 될까요?
근종이 있다고 해서 꼭 수술을 하거나 치료해야 하는 건 아니다. 종양의 위치나 크기, 증상에 따라 위험도가 다르다. 저절로 크기가 작아지거나 사라질 수도 있다. 근종이 자궁을 덮고 있는 복막 아래에 생긴다면 자궁 바깥쪽에 위치하기 때문에 증상이 없을 수 있다. 증상이 없다면 주기적인 경과 관찰로도 충분하다. 임신이나 생리에도 지장을 주지 않는다. 다만 근종이 커질 때는 위험하다. 주변 장기를 압박해 통증을 일으키거나 배뇨·배변 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 자궁근종의 80%는 자궁 근층 내에 위치한다.
이 경우 생리량이 증가하거나 극심한 생리통이 동반되며, 착상을 방해해 임신 가능성이 낮아지고 임산부는 유산할 수도 있다. 자궁내막 하층에 발생한다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 합병증이나 출혈이 생기기 쉽고 감염이나 화농, 괴사 등이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자궁근종 때문에 사망에 이르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그러나 방치하면 난임, 유산을 비롯해 배뇨 장애, 신경통 등 문제가 생기거나 드물게는 암으로 악화할 수도 있다.
불청객을 내쫓는 법
환자에 따라 치료법도 다르다. 연령대와 증상, 가임력 보존 필요성에 따라 약물 치료와 수술 방법이 정해진다. 수술할 경우, 과거엔 완치를 위해 자궁 전체를 드러내는 전자궁 적출술을 주로 실시했지만, 최근에는 자궁은 보존하되 자궁근종만 제거하는 자궁근종 절제술이 대부분이다. 약물 치료는 생식샘 자극 호르몬 분비 호르몬(GnRH) 같은 약제를 사용해 근종을 완전히 제거하기보다는 크기를 줄이거나 증상을 완화하는 걸 목적으로 한다.
그 외 비수술적 치료법에는 자궁근종으로 진행되는 혈관을 차단해 근종을 썩게 하는 자궁동맥색전술과 근종에 고강도 초음파를 쏴서 열로 녹이는 일명 하이푸, 근종용해술 같은 시술도 있다. 부끄럽고 무섭다는 이유로 정기검진을 받는 일이 드물고 자궁 질환에 대한 경각심이 부족한 탓에 가볍게 넘기기 일쑤다. 그러나 요즘은 고화질 3D 영상으로 실시간 모니터링해 시술하기 때문에 치료하기 쉽고 안전하다. 자궁은 여성에게 ‘제2의 심장’이라고 할 만큼 중요한 부위다. 지금, 어딘가 불편함을 느낀다면 병증이 깊어지기 전에 전문의에게 찾아가길 권고한다.
사진 김태선
모델 천예슬
메이크업 황희정
헤어 이영재
스타일리스트 김민지
도움말 정미나(서울라헬여성의원)
참고서적 <갖고 살 수는 없나요? 자궁근종>(연서, 추성일) <자궁 칼 대지 않고 수술합니다>(라온북, 김태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