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도 락토프리가 필요해

우유 속 유당이 피부 노화와 여드름을 악화시킨다. 과당만큼 피부에 해를 끼치는 유당 이야기.

피부도 락토프리가 필요해
로브 자라.

여기 모두가 논쟁하는 식품이 하나 있다. 미식가, 요리사, 농학자, 부모, 화학자, 영양학자, 경제학자, 동물 애호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한마디씩 거든다. 누군가는 ‘신의 음료’, 누군가는 ‘하얀 독약’이라고 한다. 바로 ‘우유’다. 의외로 영양 성분 100여 가지를 한 번에 섭취할 수 있는 음식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우유는 접근성과 가성비를 모두 갖춘 훌륭한 식품이다. 우유에는 당분, 지방, 단백질이라는 3가지 기본 요소가 들어 있다.

유당은 우유 100g당 약 4.6% 정도를 점유한 당분으로, 포도당과 갈락토오스 2가지의 단당류로 구성된 이당류다. 우유를 마시면 위장 위쪽 작은 창자 부위의 장 세포에서 분비되는 ‘락타아제’라는 효소가 이당류인 유당을 2가지 단당류로 분해해 장에서 혈관으로 흡수한다. 문제는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2가 유전적으로 유당을 분해하거나 소화하지 못한다는 거다.

특히 아시아인의 경우 90%가 넘는 비율이 유당불내증을 보일 정도로 다른 인종에 비해 흔한 편. 원인은 유당을 분해하는 락타아제를 지속적으로 생성할수 없다는 데 있다. 이 경우 소화되지 않은 유당이 대장에 서식하는 박테리아를 만나서 발효되고, 이로 인해 복통이나 설사 같은 불쾌한 부작용이 일어나기도 한다.

그런데 우유가 피해를 주는 기관은 장뿐만이 아니다. 우유를 마실수록 피부도 망가진다. 정확히는 우유 속 유당이 주요 원인이다. 과당처럼 유당 역시 몸속 단백질과 결합해 당화 반응을 일으켜 최종 당화 산물을 발생시킨다. 실제로 2020년 국제 학술지 <산화의학과 세포수명>에 기재된 한 논문에서 쥐에게 유당을 주입했을때 나타난 피부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피부가 얇아지고 털이 가늘어지면서 수분 함량이 낮아졌으며 주름이 생기기까지 했다고. 또 항산화 작용과 면역 반응도 떨어졌고, 콜라겐 손실까지 야기됐다. 논문은 피부 노화가 갈락토오스의 섭취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유당은 과당보다 덜 위험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당이 세포 산화 스트레스를 유도할 수있는데도 말이다. 유당으로 인한 노화는 세포 산화 스트레스와 함께 항산화 시스템을 억제하는데, 유당에 의해 유도된 산화 DNA 손상은 피부 노화의 결정적인 원인이 된다.

미파문피부과 문득곤 원장은 “유당이 여드름을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특히 우유의 특정 단백질이 당 함량과 비례해 인슐린 수치를 올리면 피부는 피지를 과잉 생산하는데, 그때문에 표면의 여드름균과 함께 유해균 및 효모균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유당을 잘 소화시키지 못하면 만성 염증 발생률을 높이고, 면역 체계에 지장을 주어 눈두덩이 부풀어 오르거나 처진 눈밑이 도드라지는 노화 반응이 나타나기도 한다.

유당이 피부에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2000여 년 전 클레오파트라는 건조한 사막 기후에서 부드럽고 촉촉한 피부를 유지하려고 매일 우유로 목욕했고, 로마 시대 네로 황제의 두 번째 부인 포베아 사비나도 하루에 우유 세안을 7번이나 하면서 피부 탄력성을 가꾼 걸로 유명하다.

오래전부터 우유가 발효되는 과정에서 생긴 ‘락트산(Lactic Acid)’의 효능이 검증된 셈이다. 락트산은 피부 표면의 각질과 모공 위 노폐물을 탈락시키고, 새로운 각질을 생성시켜 건강한 피부로 가꿔준다. 미네랄과 비타민 A가 풍부해 보습과 영양뿐 아니라 상피세포를 촉진해 정상적인 각화 주기 유지를 돕기도 한다. PHA 성분 중 하나로 알려진 락토바이온산(Lactobionic Acid)은 우유에 함유된 유당 락토오스의 산화로 생성됐으며, 피부 유연화 작용과 미세 주름 개선 효과가 뛰어나다. 이처럼 피부에 득과 실 모두를 가지는 우유. 이제 피부에 양보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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