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도 급발진한다고?
여름의 끝자락, 피부가 급발진하는 진짜 이유.
맑은 하늘, 뜨거운 태양, 푸른 바다와 어우러져 즐겁게 보낸 여름이 우리에게 남긴 건 추억만이 아니다. 이 계절을 만끽하는 사이 피부는 엉망이 돼버렸다. 찜통이 따로 없는 무덥고 습한 날씨에,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듯 퍼붓는 폭우, 강렬한 자외선까지 날씨가 시시각각 바뀌는 여름은 피부에겐 가장 가혹한 계절. 후끈 달아오른 피부와 쉴 새 없이 솟아나는 피지, 칙칙한 안색 등 매년 여름이면 다양한 피부 문제와 마주하게 된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여름의 끝자락에 나타난다. 얼음찜질 몇 번이면 괜찮아지리라 싶었던 피부는 가라앉을 기미가 없고, 표피까지 벗겨진 채 수포마저 생긴다. 번들거리는 피부엔 울긋불긋한 화농성 여드름이 올라오고, 안색이 칙칙해질 뿐 아니라 피부 곳곳에 검은 반점까지 보인다. 안 그래도 바닥을 친 피부 컨디션에 휴식은커녕 자극만 더해지니 참고 참던 피부가 급발진한 것이다. “피부 컨디션이 갑자기 변한 건 피부 장벽이 정상 기능을 하지 못함을 의미합니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조기 노화를 유발할 뿐 아니라 민감성 피부로 변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아이디피부과 전재욱 원장이 설명한다. 갑작스러운 피부 이상 현상이 피부를 빨리 늙게 할 뿐 아니라 피부 타입을 바꿀 수 있다는 것. 하루아침에 변한 급발진 피부일수록 케어의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전문가의 공통 의견. 요즘따라 피부 컨디션이 심상치 않다면, 체크리스트로 피부 급발진 가능성을 점검해보자.
피부가 급발진하는 이유
세상에 일어나는 모든 일엔 인과관계가 있다. 피부도 마찬가지. 이유 없이 급발진하는 피부는 없다. 피부 급발진을 유발하는 원인은 다양하다. 폭염을 견디며 체내 염증 유발 요인이 늘어난 것이 첫 번째 원인. 미파문피부과 문득곤 원장은 “높은 기온으로 피부 자극이 지속되면 염증을 유발하는 사이토카인도 함께 증가합니다. 또 열 민감성이 높아져 체내 신경세포를 자극하면 피부에 열이 나고 혈관성 염증 반응이 증가하죠”라고 설명한다. 평소 같으면 자연스럽게 사라질 문제 요인도 염증과 만나 심각한 피부 문제로 발전할 수 있는 것. 바캉스를 즐기는 동안 급격히 늘어난 자외선 노출 시간도 원인이 된다. 피부가 자외선을 장시간 쬐면 세포 기능이 약해지고, 턴오버 주기가 길어지며 회복력이 떨어진다. 이미 회복력이 저하된 피부에 자극이 지속되니 피부가 회복 불능 상태가 되는 것. 이 외에 환경오염과 스트레스, 잘못된 생활 습관도 급발진을 유발한다. 피부 급발진의 이유를 파악했으니 더 이상 망가지기 전에 피부 컨디션을 회복해보자.
CASE 1 #색소급발진
안색이 어둡고 곳곳에 검은 반점이 생겼어요.
얼굴에 반점이 생기거나 특정 부위가 주변부보다 진하다면 기미나 주근깨가 아닌 과색소침착일 확률이 높다. 여름철 자외선으로 인해 축적된 멜라닌 세포는 수명과 발현 주기가 길다. 여름 잠복기가 지나고 더위가 한풀 꺾인 뒤 피부 표면에 얼룩이 갑작스레 생기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재욱 원장은 “색소침착은 한번 나타나면 잘 없어지지 않는 만큼 자외선 차단제를 철저히 발라 예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미 색소침착이 나타났다면 항산화 케어에 집중하세요”라며 멜라닌에 직접 작용하는 비타민 C나 멜라닌의 이동 경로를 차단하는 나이아신아마이드를 사용할 것을 추천했다.
CASE 2 #열급발진
달아오른 피부가 벗겨지고 수포까지 올라와요
여행지의 환경, 더위, 식습관 등 피부에 열이 오르는 원인은 다양하지만, 특히 피부가 후끈거린다면 피부 면역이 떨어졌다는 신호. 몸이 바이러스와 맞서 싸울 때 열이 나는 것과 같은 원리다. 문득곤 원장은 “피부에 열감을 느낀 지 6~12시간이 지나면 활성산소로 인해 광범위한 피부 손상이 나타날 수 있으니 우선 시트 마스크로 피부를 진정시킬 것”을 권했다. 또 “이미 손댈 수 없이 화끈거리는 상태라면, 식염수를 적신 거즈를 피부에 얹어두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라고 덧붙였다.
CASE 3 #노화급발진
모공이 길게 늘어져 주름처럼 보여요
여름에 늘어난 땀 분비가 모공 탄력 저하의 주원인. 땀 속 노폐물과 짠기가 모공을 막아 원활한 노폐물 배출을 어렵게 하고, 모공을 지지하는 주위 피부의 탄력이 떨어진다. “땀과 함께 피부 속 수분이 증발하면 진피층의 단백질 분해 효소가 활성화하고 탄력 세포가 파괴됩니다.” 전재욱 원장이 설명한다. 모공을 케어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딥 클렌징. 오일을 함유한 오일 클렌저로 모공 속 노폐물을 말끔하게 씻어낸 뒤 레티놀이나 펩타이드 성분의 스킨케어 제품으로 탄력을 잡아줄 것.
CASE 4 #피지급발진
얼굴이 번들거리고 화농성 여드름이 올라와요
냉난방기로 피부 유수분 균형이 깨지는 것은 여름에도 마찬가지. 건조한 에어컨 바람에 온종일 노출된 탓에 피부 속 수분이 증발하고 이를 보완하려고 피지 분비가 증가한다. 늘어난 피지를 줄이기 위해 오일프리 제품을 사용하는 것은 금물. 오일프리 제품이 피부 유수분 균형을 무너뜨리고, 결국 더 많은 유분 분비를 유발하는 악순환이 계속될 수 있다. 문득곤 원장은 “피부 자극을 줄이기 위해 실내외 온도 차는 10℃ 이상을 넘지 않도록 주의하고, 세라마이드와 히알루론산처럼 지질막과 유사한 구조의 성분을 스킨케어 루틴에 추가해 유수분 밸런스를 맞추는 것이 중요합니다”라고 조언했다.
사진 김태선
모델 루자
헤어, 메이크업 정지은
도움말 문득곤(미파문피부과), 전재욱(아이디피부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