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알루론산의 배신
사실, 진피층에 전혀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하지만 여전히 중요하다.
‘피부 속까지 꽉 찬 보습’ 하면 빠지지 않는 성분이 있다. 바로, 히알루론산. 자신의 분자량보다 약 1000배에 달하는 수분을 끌어당긴다는 이유로 보습 성분으로서 굳건히 자리매김해왔다. 하지만 우리는 속았다. 히알루론산은 진피층까지 흡수되지 않는다. 진피층에 정말 중요한 성분인 만큼 진피층까지 ‘꽉 찬 보습’을 채울 줄 알았다. 실제로는 얇디얇은 각질층에만 영향을 미칠 뿐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수많은 브랜드는 히알루론산의 역할과 중요성을 내세워 ‘더 깊은 보습’이라며 신제품을 선보인다. 이유는 무엇일까? 히알루론산은 보습 성분으로서 어떤 역할을 할까? 또는 어떻게 발라야, 어떻게 먹어야 효과적일까? 기온이 낮아지고 찬 바람이 부는 지금, 히알루론산에 관해 좀 더 면밀히 살펴봐야 할 때다.
DOCTOR’S ORDER
피부 건조가 심하고 민감할 때는 히알루론산이 주성분으로 들어 있는 화장품을 선택할 것. 히알루론산은 화장품 전 성분에 ‘히알루론산’이라고 적혀 있지 않다. 대부분 소듐히알루로네이트나 소듐하이알루로네이트라고 쓰여 있다. 이런 성분이 전 성분 중 앞에 위치한 화장품을 선택해야 한다. 단, 함량이 높더라도 1% 이상을 함유한 제품은 찾기 힘든데, 그 이유는 함량이 높을수록 사용감이 끈적이기 때문임을 참고하자.
CASE 1
히알루론산, 각질층에만 영향을 미친다
히알루론산의 실효성을 따지기 전 분자 구조를 살펴보자. 히알루론산은 글루콘산과 N-아세틸글루코사민이 붙어 있는 이당류로 되어 있다. 연속해서 붙는 구조다. 마치 기차의 객차가 많을수록 기차는 길어지지만 더 많은 사람을 태울 수 있는 것처럼 구조가 길어질수록 분자가 커지고 무려 1000배에 달하는 수분을 끌어당길 수 있게 되는 것과 같다. 하지만 히알루론산은 우리 피부가 흡수할 수 있는 분자 크기인 500돌톤을 넘어 5000~20만 돌톤에 이른다. 즉, 진피층까지 흡수될 수 있는 크기가 절대 아니다.
그럼 히알루론산 함량이 높은 화장품을 발랐을 때 피부 결과 피부 건조가 개선된 듯한 기분은 플라시보 효과에 불과할까? 와인피부과 김홍석 대표 원장은 “히알루론산이 자신의 분자의 1000배에 달하는 수분을 끌어들이면 피부 각질층 수분도가 갑자기 높아진다. 그래서 피부에 윤기가 나는 듯하고 미세한 잔주름도 펴지는 현상이 생긴다”고 말한다. 즉, 히알루론산은 피부 진피층까지 도달할 수 없지만, 각질층 표면에 많은 수분을 잡아두고 있다.
CASE 2
저분자 히알루론산도 해결책이 아니다
저분자 히알루론산의 탄생 이유는 간단명료하다. ‘분자가 커서 진피층에 흡수되지 않으면 분자를 쪼개자.’ 히알루론산은 분자의 고리가 매우 긴 편이라 이 분자를 얼마나 잘게 나누는지에 따라 고분자와 저분자로 구분한다. 분자를 최소화하기 위해 여러 공법을 적용한 저분자 히알루론산을 담은 화장품이 잇따라 출시되지만, 진피층까지 도달할 정도, 즉 500돌톤 이하로 만들기는 어렵다. 하지만 유의미한 점은 고분자 히알루론산보다는 흡수율이 높다는 것. 저분자 히알루론산은 고분자 히알루론산처럼 각질층에 수분 보호막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더 깊숙이 침투해 수분을 촘촘히 채운다.
CASE 3
경구용 히알루론산, 아직은 글쎄…
그렇다면 경구용 히알루론산, 즉 먹는 히알루론산은 어떨까? 이전 연구와 달리 최근 연구에서는 피부의 수분량이 증가한 데이터를 볼 수 있다. 피부 진피층에 미치는 효과는 미미하지만 효과가 있다는 이야기다. 피부 진피층에 직접적 도움이 필요하다면 경구용 히알루론산, 피부 보습과 물광 같은 효과를 원한다면 히알루론산 함량이 높은 화장품을 선택하자. 경구용 히알루론산의 부작용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간혹 변비나 생리불순이 나타났다는 의견도 있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그러니 경구용 히알루론산을 섭취할 때 이상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섭취를 중단한다.
CASE 4
그럼에도 여전히 중요한 히알루론산
표피세포 사이도 히알루론산으로 구성한다. 특히, 피부 장벽은 각질층과 지질로 이뤄지는데, 표피의 가장 바깥쪽에 위치한다. 히알루론산 화장품이 필요한 이유는 피부 장벽의 수분과 영양 손실을 막고 외부 환경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해야 하기 때문. 이 과정에서 면역 작용에 관여하기도 한다. 김홍석 대표 원장은 “표피 밀도 역시 피부 결과 톤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표피의 두께는 0.05~0.1mm에 불과하지만 화학물질과 독, 알레르기 등 외부 자극을 차단한다”며 표피 보호, 표피 개선에 관한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렇듯 진피층에 이르는 직접적인 보습은 어렵지만, 피부 결과 톤을 위해서는 히알루론산이 반드시 필요하다.
CASE 5
체내 합성보다 ‘체내 파괴’를 최소화할 것
히알루론산은 체내 합성을 통해 양을 유지할 수 있다. 피부 진피층 속이 히알루론산으로 가득 차면, 일정한 보습을 항상 유지할 수 있는 데다 콜라겐과 엘라스틴을 쉽게 잡아둘 수 있어 피부 탄력까지 좋아진다. 문제는 히알루론산 생성을 갑자기 늘릴 수 없다는 것. 이말은 히알루론산의 체내 합성을 증진시키는 것보다 몸속에서 파괴되는 걸 최소화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거다. 히알루론산이 합성되는 양과 파괴되는 양이 일정하기 때문이다. 이에 관해 김홍석 대표 원장은 “반드시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고 항산화 관련 건강기능식품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사진 김태선
도움말 김홍석(와인피부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