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리 하나가 피부를 망치나?

당독소 때문에 살찌는 것도 억울한데, 피부까지 늙게 한다고?

피부를 망치는 당독소

대체 당독소가 뭐길래? 당독소는 잉여 포도당과 단백질이 엉겨서 만들어진 성분으로, 정확한 명칭은 최종당화산물(AGEs, Advanced Glycation End products)이다. 혈관을 돌아다니며 염증과 노화를 일으키는 주범이기도 하다. 당독소가 혈관에 붙으면 혈관이 딱딱해지고, 신장에 붙으면 신장 기능이 떨어지며, 심하면 심부전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또 호르몬에 붙으면 호르몬 생성을 방해하고, 피부와 장기 조직을 딱딱한 갈색으로 만들거나 근육과 뼈를 이루는 단백질 기능을 손상시키기도 하는 무시무시한 녀석이다. 설상가상으로 당독소는 미관까지 해친다.


당독소는 ‘당화 반응’이 만들어낸 결과다. 당화 반응은 포도당이 아미노산, 단백질 혹은 다른 중요한 생체분자와 결합해 그들의 구조를 바꾸어 기능 이상을 유발하는 작용을 말한다. 정제 탄수화물과 설탕을 많이 먹으면 우리 몸의 혈당 수치가 높아진다. 그러면 결국 분자가 피부에 있는 콜라겐과 엘라스틴 같은 단백질에 영구 결합하는 당화 반응이 일어난다. 일단 당독소가 붙은 콜라겐과 엘라스틴 섬유는 되돌릴 수 없다. 다른 세포나 단백질과 만나도 제대로 기능할 수 없기 때문이다.

콜라겐은 매끄럽고 탄력 있는 피부를 유지해주고, 엘라스틴은 늘어나거나 수축된 피부를 정상 상태로 되돌릴 수 있게 돕는 이로운 단백질인데, 당독소를 잘못 만난 죄로 ‘독’이 되는 것. 당독소가 붙은 단백질이 피부 표면의 탄력을 빼앗아가 조기 노화를 일으켜 피부를 더 거칠고, 빳빳하고, 주름지게 만든다. 오늘 먹은 음식이 곧 내일의 건강을 말한다. 당독소는 음식을 통해 만들어지기 때문. 당연한 결과지만 채소를 섭취했을 때보다 육류를 섭취했을 때 당독소는 더 활발하게 생성된다.

미국 영양학회지에 실린 한 논문에 따르면, 다양한 국가의 성인 463명의 식단과 피부 상태를 조사한 결과 생선, 올리브유, 콩류를 주로 섭취한 사람은 고기와 버터 같은 기름진 음식과 설탕을 많이 먹는 사람보다 주름이 적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같은 재료라도 조리 방식에 따라 당독소 수치가 달라질 수 있다. 한 연구 집단은 2010년 한식과 당독소의 연관성을 발견했다. 재료를 굽거나 튀기는 조리 과정 중 음식은 ‘갈색’으로 변하면서 더 좋은 맛과 향을 낸다. 이를 ‘마이야르 반응’이라고 하는데, 이 반응을 내기 위한 건조한 열로 만드는 조리법은 당독소를 생성시키는 주원인이기도 하다. 특히 삼겹살이나 돼지갈비처럼 구운 음식이 많은 한식이 만들어낸 당독소는 다크 스폿이나 점, 색소침착, 기미, 검버섯을 야기하는 멜라닌 생성에 큰 요인이 된다.

누구나 영원한 젊음을 꿈꾸지만 불로장생의 묘약은 없다. 노화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독이 이끄는 생활 습관으로 더 빨리 늙는다는 건 누구도 원치 않는다. 축 처진 살과 주름, 검버섯처럼 겉으로 드러난 문제는 시작에 불과하다. 당독소가 피부로 나타나는 순간 몸속 장기는 이미 약해질 대로 약해졌다는 방증. 당독소는 ‘트로이의 목마’ 같다. 분명 경고하는 이도 있었고, 스스로 경계해야 할 때도 알지만 슬쩍 허락하는 순간 재앙이 시작된다. 아직 늦지 않았다. 오늘부터 바꾸자. 지금이 유일한 기회일지 모른다.

  CHECK LIST

혹시 내 몸속에도 당독소가? 전에 없던 피부 반응이 생겼다면 확인해보자.
1 알레르기 반응이나 가려움증이 생겼다.
2 주름, 색소침착, 검버섯, 탈모 등 노화 과정이 빨라졌다.
3 붉은 염증성 여드름, 모낭염이 자주 생긴다.
4 기존의 아토피피부염이 악화되었다.
5 원인 모를 습진이 생겼다.

  EAT

당독소는 입으로 들어온 음식을 통해 만들어진다. 당독소와 이별하고 싶다면 ‘이렇게’ 먹어야 한다.

1 지중해식 식사를 하라
신선한 채소와 과일, 식이섬유 가득한 통곡물, 기름기가 적은 단백질 위주로 식사하면 체내 염증 수치는 줄고, 활성산소를 막는 비타민 A·C·E는 충분히 섭취할 수 있다.

2 카르노신 섭취량을 늘려라
카르노신은 아미노산의 한 종류로 당독소로 인한 피해를 막아준다. 생선과 유기농 치즈, 달걀의 섭취량을 늘리자. 채식주의자라면 당근, 셀러리, 오이, 석류에 주목할 것.

3 건강한 지방을 먹어라
아보카도와 고등어, 견과류, 호박, 잎채소는 처진 피부를 탱탱하게 가꾸는 데 도움을 준다. 지방이 많은 육류는 당독소 생성의 지름길임을 명심하자.

4 찌거나 삶거나 끓여라
당독소를 만드는 큰 요인은 노릇노릇 맛있게 굽고 튀긴 음식이다. 120℃ 미만의 저온에서 음식을 조리하면 당독소 형성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음식을 구울 때는 레몬즙이나 애플사이더비네거를 첨가해 당독소 형성을 줄이자.

5 베리류와 시트러스류를 먹어라
설탕 가득한 디저트 대신 베리류와 시트러스류를 챙겨 먹자. 베리류는 항산화 물질과 비타민 C가 풍부해 피부를 탱탱하게 만들어준다. 시트러스류는 히알루론산을 분해하는 히알루로니다아제를 억제하는 나린제닌이 풍부하다.

6 향신료를 더해라
강황, 계피, 정향, 생강, 마늘, 오레가노 같은 향신료는 노화 방지에 도움을 주고, 항염증과 면역력 강화, 혈당 조절 작용으로 당독소 생성을 억제한다.

  CARE

당독소로 손상된 피부는 되돌릴 수 없다. 하지만 아래 성분들로 보완할 수는 있다.

1 비타민 C
콜라겐 합성에 큰 역할을 하는 항산화제다. 2013년 브라질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비타민 C는 산화스트레스와 당분화를 제한해 세포의 독성을 감소시킨다.

2 레티놀
비타민 A의 유도체 레티노이드(Retinoid)로, 세포 재생 촉진과 노화 예방 능력이 뛰어나다. 자극적일 수 있으니 전문가와 상의해 사용할 것을 추천한다.

3 히알루론산
탱탱하고 수분이 가득 찬 피부를 만들고 싶다면 주목할 것. 체내에서 자연적으로 생산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점점 감소하니 챙겨 바르자. 노화 방지에 큰 도움이 된다.

4 폴리하이드록시산
민감한 피부에도 사용할 수 있는 부드러운 화학적 각질 제거제 성분이다. 2014년 미국 피부학 학술지 기사에 따르면 락토비온산, 말토비온산 같은 PHA는 비효소 당화를 억제할 수 있다.

5 자외선 차단제
자외선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는 건 주름과 색소침착을 막아주는 첫 번째 공식! 최소 SPF 30인 제품을 추천하지만, 스펙트럼이 넓은 차단제일수록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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