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향사가 말하는 본능에 가까운 향

향을 만드는 사람에게 가장 원초적인 향은 무엇일까? 뜨겁고도 황홀한, 오감을 자극하는 본능의 향 7가지.

겔랑 라르&라 마티에르 컬렉션 로즈 바바르
풍성한 장미 향과 과하지 않은 알데하이드 향이 클래식한 멋을 더해 마치 로즈 스파에서 목욕하는 듯한 기분을 선사한다. 겔랑 라르&라 마티에르 컬렉션 로즈 바바르 200ml 70만6000원.

PORTRAIT OF ROSE
“장미는 어떤 식물보다 큰 존재감을 자랑한다. 핏방울처럼 불타오르는 짙은 컬러와 날카로운 가시, 강렬한 매력을 지니며 대담한 향기를 뽐낸다. 특히 야생의 장미는 그 아름다움과 반항적인 매력이 배가된다. 많은 예술적 해석을 가진 원료기도 하다. 본능은 장미와 닮았지만 그만큼 더 열정적이고 매혹적이다. 그래서 나는 본능이라는 단어를 듣고 ‘로즈 바바르’를 떠올렸나 보다.” 티에리 바세(겔랑 조향사)

제로보암 하우토
부드러운 튜베로즈에 군침이 돌 만큼 상큼한 파인애플과 그린애플 같은 모던한 과일 노트가 더해져 깊고 풍부한 향을 풍긴다. 제로보암 하우토 30ml 16만5000원.

KISS ME MORE
“살갗이라는 단어를 보면 절로 떠오르는 향이 있다. 바로 튜베로즈. 이런 생각을 하는 건 비단 나뿐만이 아닐 거다. 예부터 튜베로즈는 키스를 받고 싶은 부위에 뿌리라고 할 정도로 살냄새와 비슷한 향으로 유명하다. 하우토는 이 튜베로즈의 매력을 극대화한 향수. 특유의 크리미하면서도 파우더리함이 매력적인, 살짝 곁들여지는 상큼함이 맡을수록 황홀함을 배가한다. 관능적인 향이 마음속 깊숙한 곳으로부터 키스하고 싶은 본능을 깨운다.” 프랑수아 헤닌(조보이 파리 창립자)

디에스앤더가 아이 돈 노우 왓
겨울 숲속 나무에서 나는 듯한 시원하고 그윽한 향이 특징. 어떤 향과 레이어드해도 무난하게 잘 어울려 베이스 향수로 추천한다. 디에스앤더가 아이 돈 노우 왓 50ml 22만9000원.

BY YOUR SIDE
“사람마다 본능을 느끼는 향은 다르다. 같은 향이어도 누군가에겐 더없이 좋은 향이, 다른 이에겐 진저리 칠 만큼 거부감을 줄 수 있다. 본능은 대놓고 관능적인 향보다 무의식적으로 익숙한 향기에 이끌리기 때문이다. 향수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살냄새’를 좋아하는 이유다. 모름지기 살냄새는 어떤 향과도 잘 어울리는 투명한 향을 품어야 하는데, ‘아이 돈 노우 왓’은 뿌렸을 때 피부 본연의 향을 더 풍성하고 매력적이게 만들어준다.” 데이비드 세스(디에스앤더가 창립자)

트루동 아펠리
장미 비누 향 같은 첫 향과 달리 시간이 지날수록 그린 우디너리한 쌉사름한 풀의 향이 매력적. 보슬보슬 비 오는 날 나는 풀 냄새 같기도 하다. 트루동 아펠리 100ml 33만원.

COSMOS DREAM
“아펠리는 나에게 유일무이한 존재다. 이 향수의 이름인 아펠리는 지구와 태양이 가장 멀어지는 지점인 ‘하지(아펠리온, aphelion)’에서 따왔는데, 이름처럼 독특한 방식으로 자신을 드러낸다. 뿌리는 순간 자연과 아침 이슬이 잔잔하게 맺힌 숲에 서 있는 듯한 기분을 선사하며, 시원한 풀 향이 사라질 때쯤 존재감을 은은하게 드러내는 장미 향을 맡으면 자연과 우주가 나와 함께하는 것 같은 본능이 느껴진다.” 앙투안 리(트루동 조향사)

히비스커스 마하자드
상큼함보다 바닐라의 달달함이 더 크게 느껴진다. 뒤이어 등장하는 약간의 메탈릭한 악센트가 진득한 우아함을 더한다. 히비스커스 마하자드 50ml 29만8000원.

FIRST MOMENT
“자연과 본능은 떼놓을 수 없는 사이다. 내가 자연 속에서 맡은 잊히지 않는, 잊을 수 없는 향을 구현하는 이유 역시 직관적이고 본능적인 향을 담아내기 위해서다. 히비스커스 마하자드는 내가 가장 자주 착향하는 향으로, 중동 원석 시장에서 붉은 히비스커스 차를 마시던 때 느낀 기운이 생생하게 담겼다. 입안 가득 풍성하고 진하게 퍼지던 차 향이 복잡한 원석 시장에서 보석을 발견한 것처럼, 번쩍이는 존재감을 뽐내며 본능을 일깨울 거다.” 티보 크리벨리(메종 크리벨리 창립자)

어비어스 by 리퀴드 퍼퓸바 브와
시원하고 깔끔한 시더우드 하나만으로 에지 있는 향을 내는 미니멀한 향수. 새벽 공기처럼 요란하지 않은 향 덕에 데일리로 가볍게 즐기기 좋다. 어비어스 by 리퀴드 퍼퓸바 브와 100ml 17만9000원.

SECRETLY, GREATLY
“본능은 활력이 넘치는 단어다. 그래서 은밀하게 숨겨진 것이 불꽃처럼 폭발할 때 가장 큰 힘을 갖는다. 그 힘은 우리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위대하며 동시에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시더우드와 닮았다. 그윽하고 무게감 있는 향이지만 기운을 돋우는 상쾌함을 지니기 때문. 시더우드 향을 맡으면 매서운 날카로움이 전율처럼 전해질 거다. 어비어스의 브와는 그런 시더우드의 정수를 가장 잘 표현한 향수. 맡을 때마다 나의 본능이 꿈틀거린다.” 다비드 프로사드(리퀴드 퍼퓸바 창립자)

아무아쥬 가이던스
배, 안개, 헤이즐넛과 사프란, 오스만투스, 시트러스, 샌들우드, 앰버, 바닐라까지. 절묘하게 섞인 이국적인 향이 포근하고 달큼하게 어우러진다. 아무아쥬 가이던스 100ml 48만원.

GARDEN VIBES
“후각은 오감 중 개인차가 가장 큰 감각이다. 친숙한 환경에 크게 반응하는 감각이기도 하다. 오만 곳곳을 여행하는 동안 꽃과 함께하던 환경에 익숙해진 나에게 황홀한 본능을 느끼게 한 향은 단연 꽃향기. 특히 가이던스는 오만의 오스만투스 꽃이 만발한 정원을 거닐며 영감을 받아 탄생한 향수다. 사용한 원료만 보면 매우 여성스러운 향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바닐라와 앰버가 더해진 덕에 섬세하면서도 강인한 개성을 지닌다.” 르노 샐먼(아무아쥬 크리에이티브 총책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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