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UMN FLASH
향기를 고르는 또 하나의 기준, 꽃에 담긴 의미를 탐색하고 향을 음미하는 것.
조향사 장 클로드 엘레나는 향수를 문학에 비유한 바 있다. 제품 하나하나가 고유한 스토리를 담은 문학 작품과도 같다는 뜻에서다. 그렇다면, 그 속에 담긴 원료는 하나의 단어이자 향을 이해하는 키워드인 셈. 그렇다면 올가을 마음을 말랑말랑하게 해줄 플로럴 향수들, 각각의 원료에 숨은 메시지는 무엇일까? 바이올렛은 영원을 뜻하고 가드니아는 청결과 순결을 의미하며, 핑크빛 장미는 ‘행복한 사랑’이라는 로맨틱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그러고 보니 꽃에 담긴 메시지와 향기, 생각보다 끈끈한 연결고리가 존재한다.


청결, 순결, 행복을 의미하는 화이트 가드니아를 주인공으로 담아서일까? 비누처럼 맑고 깨끗한 향. 75ml 28만원.


이제까지 알고 있던 나의 것’이라는 재스민과는 조금 다르다. 관능적인 재스민 향기에 우드와 화이트 플라워의 온기를 더해 묘하게 섹시하다. ‘당신은 자극적인 꽃말처럼, 낮보다는 밤에 더 어울리는 향. 100ml 29만8000원.


영원을 뜻하는 바이올렛 꽃과 바닐라를 조화롭게 담아낸 이 향을 색으로 표현하자면 화이트 그 자체다. 나른한 기운이 감돌 만큼 부드럽고 파우더리한 향. 100ml 44만원.


만다린과 핑크 페퍼콘을 설탕에 절인 듯 달콤하다. 하지만 이내 새벽 이슬처럼 맑고 청초한 플럼 블로썸의 향기가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100ml 16만8000원.


장미의 싱그러운 향기에 머스크의 따뜻한 기운을 더한 향. 기존의 로즈 골데아가 성숙한 이미지라면 이 향수는 이제 갖 스무 살을 넘긴 소녀의 풋풋함이 배어 있다. 75ml 16만5000원.


<오만과 편견>에 등장하는 소녀들이 향수를 뿌린다면 이런 향이 아닐까? 천방지축의 풋풋한 소녀들을 뜻하는 네롤리에 불가리안 로즈, 바닐라를 더해 발랄함과 우아함이 공존하는 향. 90ml 17만6000원.


위로와 위안의 의미를 가진 포피 꽃처럼 마음이 포근해지는 향. 바이올렛 꽃과 블랙커런트 과즙 향을 담았지만, 보리의 따뜻한 기운이 이를 중화시켜 남녀 모두에게 잘 어울린다. 100ml 18만8000원.


오렌지 블로섬의 꽃말은 순결이다. 그 의미를 염두에 두고 만든 것처럼 오렌지꽃과 과즙을 그대로 갈아 넣은 듯 쌉싸래한 향기가 일품. 100ml 32만5000원.
사진 김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