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이 체질

생각만 해도 절로 웃음소리가 재생되는 뮤지컬 배우 홍지민. 데뷔 30주년을 맞은 지금까지도 변함없는 긍정의 에너지는 대체 어디서 오는 걸까?

30주년 축하해요! 데뷔 무대 기억나요?
그럼요. 지금도 생생해요. 서울예술단 시절, <애랑과 배비장>에서 ‘물동이 아낙 1’ 역으로 처음 무대에 섰어요. 물동이를 들고 무대를 그냥 지나가는 짧은 역할이었는데, 제게는 정말 소중한 첫걸음이었죠. 그때는 조연 배우들은 무선 마이크를 찰 수 없었어요. 메인 배우 몇 명만 무선 마이크를 착용했는데, 그게 어찌나 부럽던지! 그래서 하얀 면봉을 머릿수건 사이에 몰래 끼우고 무대에 올라갔죠. 멀리서 보면 진짜 마이크처럼 보이게 하려고요. 지금 생각하면 참 맹랑한 짓이었죠. 결국 선배한테 들켜서 화장실에서 혼쭐이 나도록 꾸중을 들었답니다.

진짜 무선 마이크를 찬 건 언제였나요?
얼마 안 가서요. 프로젝트 공연 <넌센스>에서 허버트 수녀 역을 맡았거든요. 꽤 비중 있는 역할이었죠. 당시엔 뮤지컬 배우 중 성악 전공자가 많았는데, 저처럼 허스키한 보이스를 가진 사람은 드물었어요. 덕분에 빠르게 주목받을 수 있었고, 마침내 진짜 마이크를 차게 됐죠.

데뷔 이후 거의 쉬지 않고 활동했죠?
맞아요. 아이를 낳고도 무대를 거의 떠나지 않았어요. 가수의 꿈을 품고 음반을 준비한 2년 정도가 유일한 공백기였죠. 물론 그때도 노래는 계속했어요. 비록 앨범은 끝내 나오지 않았지만, 그 시간 덕분에 많이 배웠고, 오히려 소중한 경험으로 남아 있어요.

30년 동안 활동해온 자신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들어요?
사람들이 ‘고생 많았다’고들 하시는데, 저는 아직도 진행 중이라고 생각해요. 언제 이렇게 시간이 흘렀나 싶고요. 물론 작품마다 힘들고 스트레스도 받았지만, 지나고 보니 다 의미 있는 시간이었어요. 무대를 워낙 좋아하고 즐기니까요.

다른 길에 대한 유혹은 없었나요?
엄청 많았죠. 유아교육과 출신인 데다 교사자격증이 있어 보컬 학원을 해보자는 권유도 받았고, 장사를 해보라는 사람도 있었어요. 보험설계사나 홈쇼핑 호스트를 하면 잘할 것 같다는 말도 들었죠. 근데 마음이 움직이지가 않더라고요. 사실 밖으로 보여지는 저와 실제 저는 좀 다르거든요. 대범하고 과감해 보이는 외모와 달리 소심하고 심약한 면이 있어요. 눈물도 많고요. 그래서 새로운 사업을 벌일 용기가 잘 안 나요. 의욕과 열정으로 충만하던 어린 시절에는 스스로가 엄청 빠른 템포로 사는 멀티태스커라고 여겼는데, 요즘 들어선 생각이 바뀌었어요. 전 천천히 생각하고, 하나에 집중하는 게 맞는 사람이더라고요.

데뷔 초에 상상하던 30년 후의 나와 지금은 아주 다른가요?
어릴 때는 막연히 ‘30년쯤 지나고 나면 다 이뤄져 있겠지’라고 생각했어요. 대본만 보면 노래가 술술 나오고, 걱정 없는 화려한 삶을 살 거라 상상했거든요. 근데 아니더라고요. 그때보다 더 많이 연습해야 하고, 걱정도 많아졌어요. 그리고 욕심의 방향도 크게 달라졌죠. 예전엔 무대가 삶의 전부였지만, 지금은 가정이라는 큰 축이 생겼잖아요. 배우 못지않게 엄마로서의 삶도 소중해요.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당시의 욕심처럼 일에 계속 올인하며 살았다면 지금의 저는 없었을 거예요.

30주년을 가능하게 한 신념은 무엇인가요?
“연습은 거짓말하지 않는다.” 이게 제 신념이에요. 방송이나 사진은 편집이 가능하지만, 무대는 오롯이 저만의 힘으로 완성해야 하는 공간이거든요. 연습한 만큼 보여줄 수 있어요. 사람이다 보니 돌발 상황이 일어나기도 하고, 순간적으로 대사를 까먹을 수도 있잖아요. 근데 연습을 많이 하면 머릿속은 새하애져도 몸과 입은 절로 움직여요. ‘충분히 연습하고 충분히 익힌 후 무대에 오른다.’ 이것만은 잊지 않으려고 해요.

30주년을 기념해 앨범도 준비 중이라면서요?
맞아요. 지난 2월에는 30주년 콘서트 <Sing Your Song>을 열었고, 봄에는 ‘엄마의 엄마’라는 곡을 담은 앨범을 발매할 거예요. 작년에 친정엄마와 함께 방송에 출연할 기회가 있었는데, 우리 모녀의 상황과는 맞지 않는 노래를 요청하시더라고요. 치매를 앓는 엄마에게 엄마의 꿈을 찾아 나서라는 뜻의 가사를 불러 드리기가 죄송했어요. 그래서 촉박한 시간 속에서 ‘엄마의 엄마’라는 곡을 짧게 썼어요. 당시에는 1절만 만들었는데, 이번 어버이날을 맞아 그 곡을 완성해 선보이려고 합니다.

끊임없는 에너지의 비결, 도대체 뭔가요?
인터뷰 질문지를 보고 진지하게 생각해봤는데, 나를 웃게 하고 행복하게 하는 것은 결국 ‘감사’더라고요. 건강하게 연습할 수 있고, 나를 필요로 하는 무대가 꾸준히 있다는 것. 그거 하나로도 웃음이 나와요. 엄마의 영향도 있을 거예요. 친정엄마의 성격이 아주 밝으시거든요. 계속 웃고 계신 덕분에 주변인까지 덩달아 웃을 정도로요. 어릴 때부터 엄마를 보고 느낀 행복하고 즐거운 감정이 쌓이고 쌓여 지금의 제가 된 것 같아요. 마음의 평안을 되찾은 것도 한몫했을 거예요. 어릴 적에는 작은 일에 연연하고 걱정 근심이 많았죠. 모두에게 사랑받고 싶다는 생각도 했고요. 하지만 그런 욕심을 다 내려놓고 지금 가진 것에 감사하다 보니 절로 행복하고 웃음이 나는 것 같아요. 정신적 에너지는 감사에서, 육체적 에너지는 운동에서 나온다고 생각해요.

운동을 진심으로 즐긴다고 했는데…. 그게 가능한가요?
원래 ‘운동 절대 안 해’ ‘PT에 왜 돈을 써?라는 주의였어요. 다이어트는 무조건 식단으로만 해결하고, 운동이라고 해봐야 러닝머신에서 걷는 정도였죠. 그러다 팬데믹 당시 남편 따라 시작한 서킷트레이닝에 푹 빠졌어요. 그게 얼마나 재미있었는지, 남편은 관련 사업도 시작했답니다. 지금은 필라테스, PT, 태권도까지 다양하게 하고 있어요. 20대에 운동을 시작했다면 지금 더 건강했겠지만, 이제라도 운동의 즐거움을 알게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요즘 하고 싶은 일이 있어요?
짬이 나면 댄스 전문 학원에 다녀보고 싶어요.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게 정말 즐겁거든요. 시작을 두려워하는 분도 있으시겠지만, 이건 취미잖아요. 일단 해보고 안 맞으면 그만두면 돼요. 부담 없이 일단 시작해보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피붓결이 정말 좋으네요. 비결이 있다면요?
피부가 엄청 예민하고 건조한 편이에요. 두꺼운 무대 분장을 자주 하다 보니 더 민감해졌고요. 그래서 철칙이 하나 있어요. 무조건 바로 클렌징하기! 무대가 끝나면 대기실에서 곧바로, 지방 공연이라 그럴 시간이 없을 때는 고속도로 휴게소에서라도 꼭 지워요. 그리고 그 위에 화장품을 듬뿍듬뿍 바르죠. 남편이 ‘그만 좀 발라요’라고 할 정도로요. 매일 지키는 스킨케어 루틴도 적지 않아요. 낮에는 6종류, 밤에는 10종류 가까이 바르는데, 요즘 잊지 않는 것은 BPH 하이드로 컴플렉스 수딩 아쿠아젤과 믹소일입니다.

뷰티에 관심이 많은가 봐요.
피부가 건조해서 정말 많은 것을 시도해봤어요. 근데 결국 저한테 가장 잘 맞는 건 많이, 듬뿍 바르는 거더라고요. 얼굴만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건 아니에요. 불면증 완화에 도움을 주는 트리트먼트 오일도 쓰고,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는 오일을 겨드랑이 부위에 바르기도 해요. 또 마사지 건을 들고 다니며 온몸을 풀어주기도 하고요. 시술에 의존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예뻐지고 싶어 평소에도 꾸준히 노력하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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