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혜의 여정
열한 살에 매거진 커버 모델로 데뷔한 그녀의 여정. 드라마 <정년이>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남긴 배우 김윤혜는 곧 방영할 차기작 <나의 완벽한 비서>를 통해 자신만의 연기 세계를 구축해가고 있다.
윤혜 씨가 데뷔한 2002년의 룩이 다시 유행하고 있어요. 그래서 화보 콘셉트도 모델 데뷔 당시의 룩을 오마주하는 느낌으로 잡았어요.
유행 같은 거에 민감한 편이 아니라서 잘 몰랐는데, 전달해주신 화보 시안을 보고 ‘아, 맞다. 이땐 이랬지’ 하고 옛날 생각이 났어요. <보그걸>과 <키키> <쎄씨> 등 잡지 촬영을 자주 하던 때가 떠오르더라고요.
저는 윤혜 씨가 ‘우리’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던 모델 시절을 기억하는 사람 중 하나예요.
맞아요! 이렇게 화보 촬영장에 오면 ‘우리’라고 부르는 언니, 오빠들을 만나게 돼요.
그럴 때 기분이 어때요?
뭐랄까, 오히려 되게 신선해요. 저는 ‘김윤혜’로 오랫동안 연기 활동을 해왔잖아요. 그래서 ‘우리’라는 이름으로 불러주면 조금 낯설어요. 드라마 <정년이>를 통해 많은 분이 제게 관심을 주시면서 팬들이 포스팅한 과거 잡지에 실린 사진을 봤는데,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해줘서 묘한 감정을 느꼈어요. 그 사진을 보면 그때의 제가 낯설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잘 버틴 제 모습이 고맙기도 해요. 이렇게 다시 관심을 가져주시는 게 정말 감사하고 행복하더라고요
서혜랑 역으로 연기자로서의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켰어요. 혜랑은 윤혜씨에게 어떤 의미이고 자신과 닮은 점이나 다른 점이 있을까요?
혜랑인 겉으로는 실력도 뛰어나고 자신 있어 보이지만, 내면적으로는 불안함을 지닌 캐릭터예요. 저 역시 누군가에게 칭찬을 받아도 온전히 믿지 못하고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해요. 이런 부분은 누구나 공감할 것 같아요. 그래서 혜랑이를 밉지 않게 보이도록 연기하고 싶었고, 많은 사람이 공감하는 캐릭터로 완성되기를 바랐어요. 특히 혜랑이가 보여주는 불안감이나 집착은 비록 드라마지만 현실 속 우리 모두가 가끔 경험하는 감정이라고 생각해요. 사람마다 표현 방식이 다를 뿐이지 누구나 그런 불안감을 조금씩은 가지고 있잖아요. 그래서 혜랑이를 연기할 때 저 스스로도 내면을 더 들여다보게 된 것 같아요.
새해 시작과 함께 공개되는 <나의 완벽한 비서>도 굉장한 기대작이에요.
혜랑이와는 정반대 캐릭터라던데, 차기작에서 맡은 ‘정수현’이란 캐릭터는 어떤 인물인가요? 혜랑이와는 상반된 캐릭터로, 싱글 맘이자 사랑스러운 그림책 작가예요. 힘든 상황에서도 씩씩하고 밝게 살아가고, 힘든 부분을 긍정적으로 이겨내는 모습이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인물이에요.
<정년이>와 <나의 완벽한 비서>를 거의 동시에 촬영했다던데, 이렇게 상반된 캐릭터를 한 번에 연기하는 게 힘들지는 않았어요?
오히려 재미있었어요. 혜랑이는 감정이 격한 캐릭터잖아요. 그런데 <나의 완벽한 비서>에서는 제 성격과 거의 비슷한 역할이라 편안하게 몰입할 수 있었어요. 겹쳐서 촬영할 때도 있었는데, 서로 완전히 다른 캐릭터지만, 이질감은 느끼지 않았어요. 오히려 극과 극을 오가는 게 제겐 신선한 도전이었죠.
이번 작품에서 특별히 기대하는 부분이 있나요?
<나의 완벽한 비서>는 제게도 새로운 도전이에요. 싱글 맘이라는 설정도 그렇고, 그림책 작가라는 인물의 밝고 씩씩한 모습이 시청자에게 따듯하게 다가가면 좋겠어요. 또 제가 맡은 캐릭터가 보여주는 긍정의 에너지와 강인함을 많은 분이 사랑해주시면 더 좋겠어요.
배우 김윤혜가 아닌, 인간 김윤혜의 일상이 궁금해요. 일상에서는 어떤 하루를 보내나요?
조금 계획적인 편이에요. 일이 없을 때도 그날 할 일을 정하고 움직이려고 해요. 집 안을 청소하거나, 제가 좋아하는 베이킹을 하거나, 산책하면서 기분을 전환하는 식이죠. 영화관에서 혼자 영화를 보기도 해요.밥도 잘 해먹는 편이에요. 누룽지에 김이랑 장아찌를 곁들이거나, 명란김이 너무 맛있어서 밥을 먹기도 하고. 홈트도 조금씩 시도하는데, 솔직히 오래 하진 못해요. 15분 정도 따라 하다가도 금세 딴 데로 빠져요. 그래도 한두 번이라도 꾸준히 하려고 노력 중이에요.
어린 시절 말이 없던 ‘우리’의 모습과 또 혜랑이의 모습과 달리 김윤혜는 너무 사랑스럽고 소소한 수다를 잘 떠는 털털한 사람인 거 같아요.
맞아요. 제가 부끄러움을 잘 타서 화보를 촬영하고도 모니터를 보는 일이 좀 쑥스러워서 말이 없는 건데, 뭔가 그런 제 모습을 새침하다고 하는 분도 계시더라고요. 그래도 일하면서 여러 일을 겪다 보니 좀 더 무던하고 밝아지기는 했어요.
지금 힘든 순간을 지내고 있는 독자에게 윤혜 씨의 긍정의 에너지를 전파해줄 수 있을까요?
어떤 일이든 끝은 분명히 있어요. 지금 겪는 일이 아무리 큰일처럼 느껴져도 결국 해결될 거라고 믿는 게 중요한 거 같아요. 저도 예전에 엄청 큰일이라고 여긴 문제가 결국엔 해결되는 과정을 겪다 보니, 이제는 좀 더 차분하게 바라보게 되었어요. 시간이 지나면 해결되지 않는 일은 거의 없더라고요. 그래서 앞으로 일어날 일을 미리 걱정하거나 염려하지 않으려고 해요. 미래를 예측하기보다는 오늘에 집중하고 기분 좋은 일상을 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제가 선택한 일이라면 그때의 선택은 최선이었을 거라고 믿어요. 과거에 대한 후회보다는 현재의 나를 믿고 살아가는 게 마음을 더 가볍게 해주니까요.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면 분명히 좋은 일이 또 올 거라고 믿고요.
마지막으로 <나의 완벽한 비서>를 기다리는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번 작품은 정말 자연스러운 모습을 많이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제가 평소에 좀 더 닮았다고 생각하는 캐릭터라서 따뜻한 긍정의 에너지를 전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보시는 분들이 이 드라마를 통해 작은 위로와 행복감을 느끼면 좋겠어요. 많은 기대와 사랑 부탁드립니다.
더 많은 화보와 인터뷰는 <뷰티쁠 1월 호>를 기대해 주세요.
사진 김선혜
메이크업 성미현
헤어 박수정
스타일리스트 정다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