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라운드를 시작하는 박재정

물음으로 가득한 시간을 소리 없이 견뎌온 박재정에게 드디어 그의 시간이 왔다.

박제정의 뷰티쁠 화보이미지, 뷰티쁠 화보, 박제정, 슈퍼스타K 박제정, 박제정 화보.
셔츠 드레익스, 넥타이 톰 포드.

2013년 <슈퍼스타K5>에서 ‘사랑한 만큼’을 부르던 모습을 기억해요. 기대가 커서 실망이 많은 8년이었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박재정의 지난 시간은 어땠나요?
항상 좋은 결과를 희망하며 앨범을 냈어요. 전 ‘내가 하고 싶은 노래만 할 거야’는 안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결과가 나와야 더 오래 가수 생활을 할 수 있고요. 그런데 항상 생각했던 만큼의 반응이 나오질 않아서 ‘나는 안 되는 건가’ 하는 패배감에 빠져 있었어요. 앨범 하나가 나오기까지 수많은 사람과 일을 하는데 저 때문에 그분들 힘까지 빠지게 하는 것 같기도 했고요. 그런데 제 자식 같은 노래들이 덜 사랑받는다고 느낄 때 슬픔을 누구에게도 솔직하게 털어놓지 못하고 살았어요. 심지어 저 자신한테도요. ‘난 괜찮아’ 하면서 거짓말을 했는데 사실 안 괜찮았거든요.

지난 2월에는 SNS에 의미심장한 글을 올리기도 했죠? 적어도 당분간은 음악을 안 할 거라는 이야기인 줄 알았어요.
팬분들을 제외하고 주위에 먼저 제 음악에 대해 이야기를 꺼낸 사람이 없었어요. 가족마저도요. 더 이상 뭔가를 할 원동력이 없는 거예요. 그래서 가수라는 직업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하는 시간을 갖고 싶었어요. 방송에서 제가 보여드린 모습에 대한 후회도 했고요. 예능 프로그램에서 망가지고 어수룩한 모습을 많이 보여드려서인지 제 노래를 듣는 사람들이 집중을 못하는 것 같았어요. 노래를 알리려고 한 건데, 이상한 것만 알리고 있는 느낌이 들기 시작한 거예요.

박제정의 뷰티쁠 화보이미지, 뷰티쁠 화보, 박제정, 슈퍼스타K 박제정, 박제정 화보.
셔츠 드레익스, 넥타이 톰 포드.

결국 그렇게 대중이랑 가까워지면 그 관심이 음악으로 이어질 거라고 생각한 거죠?
판단 미스였죠. 그런데 행동에 대한 결과가 너무 많이 남아 있었어요. 방송에서 비치는 모습도 있는 거고 노래할 때 제 모습도 있는 건데. 인터넷에 제 이름을 검색해봐도 방송 속 행동에 대한 것만 나왔어요. 여러모로 힘들어서 다른 일을 하는 게 맞는 것 같더라고요.

가수가 아닌 다른 일을 하는 박재정은 상상하기 힘든데요?
다른 일을 생각해보지는 않았고, 이 길이 아닌가 했던 거죠.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냥 힘들었던 거예요. 제가 어떻게 딴 일을 상상했겠어요. 그렇게 회사도 없고 일도 없이 혼자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두 달 만에 <놀면 뭐하니?> 작가님이 연락을 하신 거예요. 그래서 출연하게 된 거죠.

박제정의 뷰티쁠 화보이미지, 뷰티쁠 화보, 박제정, 슈퍼스타K 박제정, 박제정 화보.
재킷과 팬츠 모두 벨보이, 스니커즈 반스, 안경 모스콧, 티셔츠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또 예능 프로에 출연하는 것에 대한 걱정이나 고민은 없었어요?
상이 형님이 어떤 오디션인지도 모르고 출연했다고 말했잖아요. 국악 오디션 프로그램인 줄 알았다고. 저도 처음에 섭외 연락 받았을 때 그냥 노래를 한 곡 부르면 좋겠다 정도의 뉘앙스로 들었어요. <불후의 명곡>도 오래 출연했고, 그래서 원래 하던 대로 노래 한 번만 더 해보자 싶었죠. 제가 그곳에서 노래를 하나 안 하나 상황이 크게 달라질 거라는 생각은 없었는데, 일이 커진 케이스예요.

‘MSG 워너비 프로젝트’를 하며 노래하는 직업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되었다고요.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3만 명 정도였는데, <놀면 뭐하니?> 촬영하는 서너 달 동안 12만 명이 됐어요. 그 석 달 동안 지난 8년보다 더 많은 대중분들이 다가온 거예요. 그 순간 ‘어쩌면 나는 정말 많은 사랑을 받고 싶어 하는 아이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마다 부정적인 얘기를 너무 많이 들었어요. 안 좋은 얘기만 했던 사람들이 그런 얘기를 안 하기 시작하더라고요.

박제정의 뷰티쁠 화보이미지, 뷰티쁠 화보, 박제정, 슈퍼스타K 박제정, 박제정 화보.
셔츠 드레익스, 넥타이 톰 포드.

어떤 부정적인 이야기요?
노래뿐 아니라 어떤 행동을 할 때마다 하나하나 문제라고 이야기하던 사람들이 많았어요. 물론 다들 피가 되고 살이 되라고 한 얘기겠지만, 굳이 그렇게까지 말할 필요는 없을 정도로요. <놀면 뭐하니?> 출연 이후 그런 사람들의 태도가 달라졌어요. 주변 사람들이 이젠 뭘 해도 좋게 봐주는 거예요. 쓸데없이 저한테 뭐라고 하지 않으니까 오롯이 노래에만 집중할 수 있겠구나 싶었죠. 그리고 블라인드 오디션에서는 유재석 선배님께 정말 목소리로만 평가를 받았잖아요. 제게는 딱 그게 필요했나 봐요. ‘아 박재정, 노래 원래 이렇게 잘했구나’라는 반응이 나왔을 때 너무 행복했어요. 자신감이 확 생기더라고요. 그렇게 되니까 지금 당장 노래를 더 하고 싶어졌어요. 사실 그 프로그램이 아니었어도 노래는 계속했겠지만요.

그야말로 원석의 재발견이었죠. 그런데 본인은 발라더로서 강점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어요. 지금도 같은 생각인가요?
아니죠. 아닌 건 아는데 그렇게 생각해야 돼요. 스스로가 강점이 있다고 생각하고 그걸 맹신하면 잘못된 길로 빠지기 쉽더라고요. 그런 모습을 자주 봤고요. 자신감까지는 좋은데, 자만하는 게 싫어서 ‘난 발라더로서 강점이 없다’고 생각하는 게 제가 발라드 가수로 살아가는 데 더 도움이 돼요. 사람들이 절 좋아해주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텐데, 뭔가 하나를 특정 지으면 그것밖에 안 하게 될 가능성이 커지더라고요.

박제정의 뷰티쁠 화보이미지, 뷰티쁠 화보, 박제정, 슈퍼스타K 박제정, 박제정 화보.
재킷 드레익스, 티셔츠와 안경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박재정이라는 가수는 ‘진심을 닿게 하는 데’ 강점을 가진 가수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많은 가수가 진심을 다해 노래를 부르겠지만, 그걸 듣는 사람에게 닿게 하는 건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재정의 무대를 보면 노래 중간중간의 숨소리마저 정성과 진심이 담긴 게 느껴지거든요.
노래할 때는 온 정성과 진심을 다해서 부르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다른 건 신경 쓰고 싶지 않아요. 비주얼도 그렇고요. 그리고 애초에 제가 원래 좀 슬픈 사람이에요. 평소에도 한숨을 자주 쉬고 걱정이 너무 많아요. 그래서 그게 노래할 때도 그대로 드러나는 것 같아요. 그런 감정이 노래할 때 도움이 돼요.

평소 성격이 박재정의 발라드에 그대로 묻어난다는 거죠?
네, 그리고 사실 저는 ‘인간은 원래 불행하다. 얼마나 덜 불행할 것이냐’라고 생각하면서 살아요. 행복은 그냥 순간의 기쁨이고요. 제가 원래 조금 부정적인 스타일인데 결국 그걸 보완해서 더 좋아지려고 하는 거거든요. 칭찬보다도 악플을 더 기억하고, 그걸 토대로 어떻게 보완할지에 대한 생각도 많이 하고요. 그런데 안 좋은 생각이 전부 저에 대한 거예요. 남 생각은 딱히 안 해요. 남에 대해서 부정적인 건 잘못된 거라 생각해요. 본인 인생이잖아요.

박제정의 뷰티쁠 화보이미지, 뷰티쁠 화보, 박제정, 슈퍼스타K 박제정, 박제정 화보.
셔츠 더블알엘, 시계 까르띠에, 팬츠와 네크리스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올해만 싱글 앨범 두 장 냈어요. 다음 앨범은 언제쯤 만나볼 수 있을까요?
10월이나 11월 즈음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대학생 같은 풋풋한 감성의 곡, 시티 팝, 제가 만든 자작곡 중에 고민이 많이 돼요.

<놀면 뭐하니?>에서 부른 자작곡 ‘B에게 쓰는 편지’를 음원으로 듣고 싶다는 사람이 굉장히 많아요.
그 곡이 제가 생각하는 정규 앨범 1집의 타이틀곡이었어요. 자작곡으로 채운 정규 앨범을 4년 전부터 꿈꿔왔어요. 타이틀로 생각했던 ‘B에게 쓰는 편지’는 사랑한 사람에 대한 생각을 담아서 쓴 곡이고 나머지 수록곡은 개인에 대한 노래예요. 내가 왜 혼자라고 생각하고 외로운지. 그리고 집 안에서만 100% 나인 것 같고 집 밖으로만 나가면 다른 사람이 돼버리는 마음을 느끼는 곡도 있어요. 그리고 어떤 자리에서 사람들을 위해 내가 망가지는 모습을 담은 곡도 있고요. 그렇게 제 이야기가 담긴 8곡을 준비 중이에요.

앞으로 10년 뒤 박재정의 모습은 또 어떨까요?
모르겠어요. 안 살아봐서요 아직. 미래를 기대하지는 않아요. 사람이 어떻게 될지 알 수가 없잖아요. 그렇게 되겠지? 하다가 실망한 적이 너무 많아요. 기대보다는 계획을 세우는 게 사는 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어떤 것을 이뤄야겠다는 꿈도 좋고요. 허황된 기대보다는요.

가수 박재정 뷰티쁠 화보
니트 레이 by 매치스패션, 셔츠 르메르, 팬츠 코스.

그럼 남은 20대에 이루고 싶은 무언가가 있나요?
정규 앨범만 나오면 죽어도 여한이 없을 거예요. 제가 돈을 버는 이유가 결국 제가 만들고 싶은 앨범을 내기 위해서라는 걸 알게 됐어요. 원하는 연주자분들을 모시고 녹음까지 다 하고서도 주변 사람들에게 들려줬을 때 반응이 좋지 않으면 그대로 폐기했던 적도 있거든요. 그렇게 앨범 만드는 데 시간을 쓰는 건 나중에 팔구십 살이 되어 병원 침대에 누워서 죽을 때가 다 된 순간에도 후회 안 할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잡지 이름이 <뷰티쁠>이라서 물어볼게요. 최근에 아름답다고 느낀 게 있나요?
간이 있고 나도 있고 지금 이런 상황이 있다는 것? 그 자체가 아름다워요. 얼마 전 갑자기 부모님이 ‘이런 저를 낳아주셔서 감사하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노래로도 인정받고 제가 하는 일에 대해서 자신감이 생기니까 지금 저의 모습으로 잘 태어났다는 생각을 했어요. 사람으로 태어나길 잘했구나. 내가 아름다운 시간을 보내고 있구나.

지금 나의 이 순간들이 아름답다는 거죠?
아름답다고 생각해요.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