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풋풋했던 여름 날의 기억, 하성운
최고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가수 하성운. 그가 생각하는 최고는 어떤 모습일까.
지난달 미니 앨범 5집 활동을 마무리하고 지금은 콘서트 준비가 한창이죠?
무대 위에서 하지 못했던 곡들을 많이 준비하고 있어요. 이번 활동 때도 팬들이 무대를 함께 즐기지 못한 게 너무 아쉬웠어요. 이게 익숙해질 것 같은데, 익숙해지지가 않아요.
팬들의 함성이 가득 찬 무대가 많이 그리울 것 같아요.
그립기도 하고요. 한편으로는 편하기도 해요. 팬들 앞에서는 매번 지나치게 잘하고 싶은 마음이 강해지거든요.
팬들에게 뭔가를 보여주기 위해 준비하는 시간은 보통 어때요? 두렵고 긴장되나요 아니면 빨리 보여주고 싶어 설레나요?
공존해요. 걱정되기는 하는데, 제일 큰 마음은 팬들이 와서제 무대를 즐기고 좋아하는 모습을 하루 빨리 보고 싶다는 거예요. 이렇게 만나는 게굉장히 오랜만이기도 하고.
이번 의 수록곡을 들으며 하성운의 첫 번째 솔로 미니 앨범 가 떠올랐어요. 작년에 냈던 두 앨범과는 좀 다른 콘셉트였죠?
작년까지는 하성운이라는 가수로서의 색깔을 찾기 위해 유니크하고 싶었어요. 아이돌이라는 타이틀에서 멀어지고 싶기도 했고요. 트랙 선정부터 콘셉트까지요. 그런데 이번 앨범은 가수 하성운으로서 어떤 색깔을 만들어간다는 의미보다는 제가 지금까지 작업해온 곡들을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음악들로 트랙을 구성했죠. 타이틀곡은 여름이니까 청량한 노래를 선택했고요.
‘스니커즈 (Sneakers)’나 ‘라이딩 (Riding)’에서의 하성운의 목소리는 시원한데, ‘야광별’이나 ‘론리 나잇 (Lonely Night)’ 같은 곡에서는 또 달라요. 곡마다 목소리 분위기가 완전히 딴사람 같달까요?
제 목소리를 다양하게 입혀보면서 사랑받을 수 있는 목소리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노래를 만들고 싶어요. 예를 들면 아이유 선배님이나 악동뮤지션이나 정승환 같은 분들처럼. 그렇게 되기 위해 대중에게제 목소리를 적응시켜주는 것이기도 하고요. 사람이 한 목소리를 계속 들으면 좋아지는 게있더라고요. 그래서 다양한 톤으로 계속 들려주려고 해요.
사람들에게 목소리를 각인시키려면 오히려 한 가지 장르로 밀어붙이는 게 낫지 않아요?
맞아요. 그래서 헷갈려요 아직. ‘댄스곡 하면 안 되고 그냥 발라드만 해야 할 거 같은데?’ 하는 생각도 드는데, 무대 위에서 보여줄 수 있는 퍼포먼스나 다른 걸 포기를 못하는 거죠. 그래서 OST 작업 제안이 들어올 때 좋아요. 정말 제 목소리를 원하는 거니까.
이번 앨범 타이틀곡 ‘스니커즈 (Sneakers)’ 중에 ‘어쩜 난 crazy, 왠지 더 멈추고 싶지 않아’라는 가사가 있어요. 남들이 뭐래도 멈추지 않고 계속했던 무언가가 있나요? 음….
없어요?
아뇨. 너무 많아서요. 저는 항상 제 판단을 믿어요. 제 생각대로 행동하고 거기에 만족하는 타입이에요. 그래서 후회도 거의 하지 않고요. 뭐든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게맞다고 생각해요.
다른 인터뷰에서도 거의 매번 “내가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것을 할 거다”라고 말했는데, 기억해요?
진짜요?(웃음) 갑자기 최근에 태연 선배님 인스타그램 스토리에서 봤던 글이 떠올랐는데요. “뚱뚱하면 뚱뚱하다고 마르면 아파 보인다고. 넉넉하게 입으면 사내 같다고딱 붙게 입으면 야하다고. 많이 먹으면 돼지라고 조금 먹으면 까탈스럽다고. 명품 좋아하면 된장녀라고 보세 좋아하면 꾸밀 줄도 모른다고. 어차피 욕할 사람들은 다 하니까 내 맘대로 사는 게 좋습니다.” 정말 공감됐어요. 제가 뭘 해도 싫어할 사람은 싫어하고 좋아할 사람은 좋아하더라고요. 그래서 안 좋은 얘기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으려 해요. 휘둘리지도 않고요.
그만큼 스스로의 선택에 자신 있다는 거죠?
만족을 많이 하기는 해요. 그리고 싫어도 좋아질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도 좋아서 하는 거니까요. 노래로 예를 들어 생각해보면 저도 이럴 때는 이런 노래가 좋고 저럴 때는 저런 노래가 좋거든요. 그것처럼 제 선택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언젠가 좋아하게 될 수 있잖아요.
그럼 내가 하고 싶은 걸 못한 적은 없어요?
좋아하는 걸 못해본 적은 없는 것 같은데. 만약 못하면 스트레스 받을 것 같아요. 내 맘대로 안 되는 것들은 많죠. 그럼 깔끔하게 포기하고그 순간 다른 하고 싶은 걸 만들어버려요.
언제나 대중의 평가를 받는 아이돌 가수로서는 굉장히 좋은 성격인 것 같은데요? 주위 시선에 흔들리지 않을 것 같아요.
크게 상관 안 해요. 유일하게 팬들만 신경 써요. 팬들이 혹시 상처받거나 실망할까 봐. 그런 건 걱정되는데, 다른 사람들 눈치는 전혀 안 봐요.
노래, 춤은 물론이고 예능에도 출연했고 오디오쇼 MC로도 활약했어요. 아이돌은 왜 이 모든걸 잘해야 할까 생각해본 적 있어요?
<프로듀스 101 시즌2>부터 생각이 크게 바뀌었어요. 원래는 가수 하려면 춤, 노래만 잘하면 되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방송도 잘해야 하더라고요.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장점을 막 흡수했던 것 같아요. 잘해야 한다는 부담을 가진 적은 없어요. 방송은 제가 편안하게 해야 그걸 보는 사람도 편안하게 볼 수있더라고요. 그리고 저는 오히려 잘하려고 하면 힘이 들어가서 뜻하는 대로 안 되기도 해요.
잘해내야 한다는 스트레스를 받는 타입은 아닌 거네요?
딱 하나 노래 말고는요. 노래할 때는 공부도 많이 하고 스트레스도 받는데, 다른 건 애초에 제가 잘할 거라고 생각하질 않아요. 제가 예능인도, MC도 아닌데요 뭘. 노래도 좀 편하게 해야 하는데 사실. 그게잘 안 되더라고요. 그리고 포기가 빠른 편이라, 해봐서 아니다 싶은 건 쉽게 놓아요. 물론 억지로 계속할 때도 있지만요.
지금까지의 대화로는 억지로 뭔가를 하는 게 상상이 잘 안 되는데요?
최근에 서핑을 배웠어요. 한 번 탔는데 못 타겠더라고요. 한 번 더 가서 해보니 잘할 수 있을 거 같아서 흥미가 생겼어요. 얼마 전에 골프도 배웠는데 공이 채에 아예 안 맞아요. ‘난 이거 잘할 수가 없겠다’고 생각했는데 한 번 더 하니까 그때보다는 늘어 있던데요?
그럼 포기가 빠른 게 아니라 될 때까지 하는 사람 아니에요?
지금 말한 건 백 개 중에 포기안 하고 더 해본 두 개를 이야기한 거예요. 하다 보니까 되는 것도 있어요. 춤도 처음엔 어렵고 싫고 못하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해야 하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잘 추고 싶고,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나 잘하는 것 같은데?’라는 생각을 하고 있더라고요.
더 도전해보고 싶은 분야가 있나요?
연기요. 그런데 저는 하게 된대도 안 배울 거예요. 더헷갈릴 것 같아서요. 직접 부딪쳐보고 느껴야 하는 타입인가 봐요. 준비하면 잘하려고 해서더 부자연스러울 것 같아요. 그리고 편하게 하면 그게 오히려 좋은 연기가 될 수도 있고요.
한 인터뷰에서 ‘항상 최고가 되려고 노력한다’는 말을 한 적 있어요. 하성운이 생각하는 최고는 어떤 모습이에요?
최고라는 말이 멋있잖아요. 이를테면 제 앞에 최고라는 수식어가 붙는 거예요. “걔 노래 최고야” 하는 식으로요. 최고가 되자고 계속 스스로 마음을 다잡는 거죠. 그래야 발전도 있다고 생각해요. 최고가 되려고 밥도 잘 먹고, 운동도 하고, 노래도 열심히 하고, 돈도 모으고, 사람들도 잘 만나고 있어요.
사람들 만나는 것도 최고가 되기 위한 노력이에요?
사람이랑 대화하다 보면 생각도 바뀌고 배울 점도 많아요. 그리고 이렇게는 안 해야겠다는 점도 있고요. 그리고 인연이라는 게어떻게 될지 몰라요. 그 사람이 저한테 어떤 도움을 줄지 모르는 거고. 기자님이 저한테 오늘 봤던 으리으리한 집들을 사주게 될지도 모르죠. 왜 사람이 재산이라고 하잖아요.
지금까지 작업한 곡 중에 특별히 애착 가는 노래가 있어요?
‘야광별’요. 딱히 이유는 없는데 좋아서 계속 들어요. 녹음하면서 질리도록 들어서 앨범 나오고 나면 잘 안 듣는다는 사람도 봤는데, 저는 제 노래 많이 들어요. 제가 자주 듣는데, 팬들의 반응도 좋으면 그 곡이 더소중해죠. ‘블루메이즈 (Bluemaze)’ ‘문득’이라는 곡도 같은 의미로 소중해요.
그럼 본인이 쓴 가사 중 가장 소중한 구절이 있다면요?
‘2000 Miles’ 가사 중 ‘반짝이는 하늘을 봐 내 편이 되어줄’이라는 가사가 있어요. 하늘이 저희 팬덤명인데, 그 가사를딱 외칠 때만큼은 뭔가 팬들의 눈을 보고 얘기하고 싶고, 표정을 보고 싶어요.
그럼 요즘 제일 많이 하는 생각은 뭐예요?
요즘엔 일 말고는 다른 생각할 틈이 없어요. 곧 리패키지 앨범도 나오고, 콘서트도 준비해야 하고, 예능도 나가야 하고요.
일 말고 취미 생활은 없어요?
친구들 만나서 술 마시는 거 좋아해요. 스트레스 쌓이면 술로 푸는 편이거든요. 요즘엔 그마저도 잘 못하기는 하지만요.
잡지 이름이 <뷰티쁠>이라서 물어볼게요. 최근에 아름답다고 느낀 게 있어요?
글쎄. 하늘? 팬을 뜻하는 거예요. 아님 진짜 하늘? 하늘이랑 구름 보면 이쁘더라고요.(웃음) 이름을 정말 잘 지었어요. 인스타그램만 봐도 사람들이 하늘이나 구름 예쁘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잖아요. 그럴 때마다 괜히 뿌듯해요. 그리고 내 목소리 들을 때. 이건 좀 그런가?
자기를 굉장히 사랑하는 것 같아서 좋은데요?
아, 그리고 하나 더 있어요. 운동하고 나서 근육이 좀 펌핑됐을 때? 결국 다 제 얘긴 거 같은데, 스스로 만족을 하지 않으면 살 수가 없어요. 그렇지 않아요?
사진 박원구
헤어 손혜진
메이크업 안성희
스타일링 강이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