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투비 YES, I AM
데뷔 10년 차 아이돌, 그리고 비투비가 아닌 서은광, 이민혁, 이창섭, 프니엘에 대해 사소한 이야기를 나눴다.



“우리는 항상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싶다. 계속 변신할 예정이다.” 은광이 2016년에 한 말이에요. <킹덤: 레전더리 워>(이하 <킹덤>)가 비투비에겐 전환점이 된 거 같아요.
민혁 비투비가 보컬 그룹이라는 건 이미 알려졌는데, 스펙트럼이 넓은 아티스트라는걸 보여주는 기회가 됐어요.
은광 저희를 잘 아는 사람들은 진짜 비투비의 모습을 봤대요. ‘비투비 완전 비투비스럽다’ 이런 반응이 많았어요. 사랑받은 곡이 발라드라 이미지가 그렇게 굳어 있었죠.
후배들을 보며 데뷔 초의 모습이 오버랩되기도 했나요?
은광 열정 넘치던 시절이 떠올랐어요. 비투비도 데뷔 초에 ‘비밀 (Insane)’ ‘WOW’ ‘스릴러’ 같은 활동 때 몸이 부숴져라 춤을 췄거든요.
창섭 저희 때랑 너무 달라서 신선하게 봤어요. 무대를 만드는 규모 자체가 차원이 달라요.
민혁 사고의 시발점부터 다른 것같아요. 무대를 꾸밀 때 스케일이 저희는 어떤 틀에 갇혀 있다면 후배들은 전혀 생각하지 못한 규모까지 가버리니까. 충격적이기도 하고 그런 부분에서는 많이 배웠어요.


처음엔 데뷔 10년 차 아이돌의 경연 프로그램 참가 소식에 의아했어요. 다른 멤버들도 처음엔 반대했고, 민혁이 회사와 멤버들을 설득했다고요?
민혁 오래된 팬들과 함께 안정적으로 갈수는 있겠지만, ‘과연 오래가는 팀이 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 있었어요. 나가면 잘할 거라는 멤버들에 대한 자신감도 있었고요. 개인적으로는 래퍼 포지션이 활약하기 힘들었는데, <킹덤>에 도전하면 ‘비투비는 다 잘한다’ ‘이런 멤버도 있구나’라는 걸 알릴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었어요. 그래서 열심히 설득했죠.
은광 진짜 주위 사람 대부분이 만류했어요. 후배들과의 경쟁에서 밀리면 그동안 우리가 쌓아온 걸 잃을 테고, 발악으로 보일 수도 있고.
창섭 전 죽어도 안 한다고 했어요. 얻을 건 없고 잃을 것만 있을것 같았거든요. 마지막까지 저 혼자만 ‘안 하고 싶다’였어요.
민혁 그래서 제가 빌었어요. “한 번만 부탁할게 창섭아” 하면서요.
후배들과의 경쟁에 대한 부담은 없었나요?
프니엘 저는 즐겼어요. 원래 마인드가 그래요. 이왕 할 거면 ‘재미있기라도 해야지’라는 생각?
창섭 저도 없었어요. 처음엔 이걸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지 않았나 봐요. 그런데 회차를 거듭할수록 잘못 생각했단 걸 깨달았어요. 잃기는커녕 다 얻어가니 얼떨떨하다가 파이널 무대 때 긴장되더라고요. 그전까지는 부담을 덜 가진 거같아요. 제가 가져야 할 걸 여기 은광, 민혁이 형 둘이 다나눠 가졌죠.
민혁 대면식이랑 1차 경연 무대 때 창섭이랑 프니엘 둘은 전혀 긴장되지 않는다고 했어요. 은광이랑 둘만 엄청 긴장하고.
창섭 지금은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죠. <킹덤>한테 감사한 게 많아요.
둘씩 성격이 비슷한가 봐요. 은광과 민혁은 스스로에게 혹독한 스타일이고, 프니엘과 창섭은 흘러가는 스타일?
민혁 그런 부분이 있죠.
프니엘 맞아요. 세상 흐름대로. 창섭이 형이랑 제가 제일 많이 하는 말이 그거예요. “그래. 멤버들이 하는 대로 하자.”


<킹덤> 마지막 ‘피날레 (Show And Prove)’ 무대를 마치고 넷의 반응이 다른 것도 재미있더라고요. SNS에 창섭은 ‘엽사’ 셀카, 민혁은 눈부신 무대 셀카, 프니엘은 네일 아트를 자랑하는 사진을 올렸어요. 은광은 리더답게 장문의 감사 인사를 했고요. 비투비가 아닌 서은광, 이민혁, 이창섭, 프니엘은 어떤 사람인가요?
프니엘 전 비투비일 때 더 조심스러워요. 시카고 사람의 특징이 주변을 별로 신경 안 써요. 눈치도 없고. 그런데 비투비일 때는 저뿐 아니고 멤버들 인생까지 생각하게 되니까. 눈치를 보게 되고, 말도 행동도 조심하는 것 같아요.
민혁 저는 거의 비슷한데, 팀에 오면 좀 더 활발해지는 느낌?
창섭 전 혼자 있으면 진짜 조용해요. 의외로 진지한 사람인데 남들이 재밌는 사람인 줄 알아요. 낯도 엄청 가리고 잘 모르는 사람들 틈에 있으면 말을 못해요. <킹덤>에서도 다들 금방 친해져서 어울려 노는데 저만 그걸 못했어요. 집에 있을 때도 정적을 좋아해서 다 꺼놓고 가만히 있어요.
은광 전 그냥 비투비예요 늘. 그런데 카메라 앞의 서은광은 다른 사람 같아요.
두 개의 자아, 뭐 그런 거예요?
창섭 사람이 곧 죽을 것처럼 있다가도 카메라가 돌면 갑자기 변해요.
프니엘 은광이 형이 자주 하는 자세가 있어요. 메이크업 안 묻게 가슴에다가 턱을 괴고 자거든요. 카메라가 돌기 시작하면 갑자기 살아나요.
10년 차쯤 되니, 카메라 안과 밖을 분리할 수 있게 된 건가요?
은광 이젠 좀 생긴 것 같아요. 그게 없으면 힘들 수 있어요. 왜냐하면 카메라 속 모습이 대중이 바라는 모습일 수도, 촬영팀에서 원하는 모습일 수도 있는데, 난 하기 싫을 때가 있잖아요. 그게 구분되지 않을 때 힘들더라고요. 억지로 하니까. 어느 순간 분리되고 나니 더 편하더라고요.
창섭 사실 스위치를 껐다고 텐션이 낮아지지는 않아요. 평소에도 원래 기본 텐션이 게이지가 다 차 있어요. 방송 들어가면 부스터 모드고.

그럼 평소에 내가 본 나는 어때요?
창섭 내가 본 난 요즘 되게 흐물흐물해요. 나른나른하고요. 목표를 세우고 달성해가는 성취감을 원동력 삼아 살았는데, 나이 들어서 그런가? 점점 그 목표란 걸 잡기까지 너무 많은 고민을 해요. 발전기가 안 돌아가는 느낌? 게을러진 것 같기도 하고요. 그래서 요즘 고민이에요. 전역하고 일 년 가까이 이 상태예요.
민혁 본인이 요즘 게을러진 것 같다고 느끼는 게 원래 지독한 연습 벌레였거든요.
9년 동안 활동하면서 슬럼프가 찾아온 시기는 없었나요? 창섭은 그게 지금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창섭 그런가 봐요.
민혁 저는 딱 2번 있었는데 2014년? 저희가 ‘넌 감동이야’ 활동할 때요. 사실 그때 작곡에 도전하고 싶었는데, 예능이나 다른 활동을 많이 했거든요. 멤버 현식이가 부럽기도 하고 복합적으로 많이 힘들었어요. 또 한 번은 저희가 연속으로 발라드 활동을 했어요. ‘괜찮아요’ ‘집으로 가는 길’ ‘봄날의 기억’ 발라드 3부작. 두 번째 발라드 활동 때 사랑받아서 너무 행복한데 스스로에 대한 의문이 생겼어요. 이대로 나는 행복한가? 사랑받아서 행복한데 동시에 우울했어요. 제 영향력이 없는 것 같았거든요. 내가 없어도 비투비는 사랑받았겠다는 생각? 제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해소되지 않으니까 <킹덤>에 더 나가고 싶었어요.
그럼 <킹덤>을 마친 지금은 해소됐나요?
민혁 많이 해소됐죠. 그래서 요새는 맨날 행복해요. 감사하기도 하고.




<킹덤>을 기점으로 비투비의 제2막이 열렸어요. 앞으로 새로운 목표가 있나요?
민혁 <쇼! 음악중심> 1위. 타이밍이 항상 어긋나서 활동한 지 10년이 다 됐는데 그 프로그램에서만 1위를 못해봤어요.
창섭 전 그냥 다시 젊어지고 싶어요. 육체가 강해져야 정신도 강해진다니까 운동을 해야겠어요. 제 꿈은 복근입니다. 다시 대면 콘서트가 열리는 그날 웃통을 훌러덩 벗고 나올게요. 목표를 만들어야 움직이지.
프니엘 최근에 팔을 아예 못 썼어요. 건강 때문에 활동하는 데 문제가 생기니 속상하더라고요. 건강하게 오래오래 비투비 멤버로 새로운 음악을 하는 것. 언젠가 펑크록과 힙합을 섞은 음악에 도전하고 싶어요. 빌보드에서도 힙합 아티스트들이 록이 섞인 음악을 많이 보여줬거든요.
은광 전 목표가 항상 똑같아요. 최고가 되고 싶어요.

최고인지는 어떻게 판단해요?
은광 예전엔 그걸 목표로 삼았어요. 너무 바빠서 하루 2시간 자기. 그 정도면 최고쯤 되지 않을까요. 지금 최고는 BTS죠. 넘사벽. 목표를 최고로 잡으면 늘 겸손해지고 배울 게 생기고, 최고가 됐을 때 모습을 상상해야 하기 때문에 원동력이 돼요. 2막도 달릴 거예요. 1막이랑 똑같이.
8월에 나올 앨범을 준비하고 있다고요. 다음 앨범은 어떤 곡으로 채울 건가요?
프니엘 비투비가 지금까지 해본 스타일은 아닌데 비투비 노래 같아요.
창섭 생소한 음악을 또 한 번 하는 거예요.
은광 변신. 여러분이 생각하는 비투비의 음악은 아닐 거예요.

마지막으로 잡지 이름이 <뷰티쁠>이라서 물어볼게요. 최근에 아름답다고 느낀 게 있나요?
창섭 집에서 식물 3종류를 키워요. 몬스테라랑 다 죽어가는 식물 하나. 그리고 길거리에서 꽃 파는 아주머니가 자기 꿈이 꽃집 차리는 거라고 하셔서 산 조그마한 식물이에요. 가끔 물 주고 잊고 있다가 어느 날 봤는데 처음보다두 배 이상 자란 거예요. 화창한 날 창문 밖으로 하늘이랑 식물 자란 게 같이 보이니까 ‘와 이쁘다’ 했어요. 요즘 식물 키우는 재미에 살아요. 물 주고 햇빛 쬐주고 잎사귀 닦아주고 그래요.
프니엘 저는 하늘? 미세먼지가 하늘을 덮었다가 비가 내리고 난후에 완전 파란색 하늘을 가만히 보고 있을 때. 참 아름다워요.
하늘을 자주 올려다봐요?
프니엘 전 별과 달 떠 있는 밤하늘도, 노을 지는 하늘도 좋아해요. 최근에 오토바이 타고 영동대교 지날 때 노을 지는 모습 보면서도 아름답다고 생각했어요.
창섭 하늘을 안 보는 사람이 있어요? 얼마나 예쁜데.
사진 신수혜
헤어 태현(미장원 by 태현)
메이크업 미애(미장원 by 태현)
스타일링 박혜정 전소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