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찌는 이유는 따로 있다? 오비소겐주의보

살이 찌는 진짜 이유.

우리가 살찌는 이유는 따로 있다? 오비소겐주의보

  비만의 시대

2013년 세계보건기구(WHO)는 비만을 ‘21세기 신종 감염병’으로 규정했다. 세계비만연맹은 지난해 3월 발표한 보고서 ‘세계 비만 지도(World Obesity Atlas)’를 통해 2030년까지 세계 비만 인구가 10억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2010년 5억 명의 두 배가 넘는 수치다. 여기에 최근 몇 년간 지속된 코로나19 영향까지 더해져 그 수가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비만이 전 세계인의 해결 과제로 떠오르며 이미 오래전 미국과 영국을 비롯한 국가에서는 설탕에 세금을 부과하고, 밤 9시 이전 패스트푸드 광고를 제한하는 비만 관련 정책을 도입했다. 보건복지부에서도 가공식품 중 당류 저감 지침을 보급하고 폭식 조장 미디어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등 비만을 해결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나를 살찌게 하는 너

이미 잘 알고 있듯 비만의 대표 원인은 과식과 운동 부족이다. 하지만 아무리 운동을 열심히 하고 식사량을 줄여도 몸무게가 그대로인 건 왜일까? 바로 ‘오비소겐’ 때문이다. 비만을 유발하는 내분비계 교란 물질을 통칭하는 오비소겐은 비만을 뜻하는 ‘Obese’와 물질을 뜻하는 ‘-gen’을 조합한 신조어로, 2006년 미국의 브루스 블룸버그 생물학 교수가 처음 도입했다. 화학물질이 각종 질병과 비만을 유발한다는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근본적인 메커니즘은 최근에서야 연구를 통해 밝혀지는 추세다.

2019년 중국농업대(China Agriculture University)의 연구진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살충제 속 오비소겐은 장내 장벽을 무너뜨려 독소를 체내에 유입시키고 염증을 유발해 비만 발생 위험을 증가시킨다. 그뿐만 아니다. 오비소겐은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인 렙틴의 분비를 막아 에너지가 필요하지 않을 때도 공복감을 느끼게 하고, 지방세포의 수와 크기에 영향을 끼친다. 오비소겐이 인체의 전반적인 신진대사 조절 능력을 저하시켜 우리 몸을 살찌기 쉬운 체질로 바꿔놓는 것이다. 그동안 운동을 아무리 열심히 하고 적게 먹어도 살이 빠지지 않은 진짜 이유다.

  대물림되는 비만 유전자

플라스틱 제품과 위생용품, 마시는 물과 공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경로를 통해 몸속으로 유입되는 오비소겐을 경계해야 하는 더 큰 이유는 따로 있다. 체내에 축적된 오비소겐이 다음 세대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대 연구진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오비소겐의 일종인 트리부틸틴이 비만을 유발하고, 그 영향이 최소 다음 두 세대까지 전달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혈압, 당뇨, 암 등 각종 질환이 가족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듯 신진대사와 식욕을 관장하는 능력 역시 유전자의 영향을 받는 것이다.

  피할 수 없다면 줄여라

먹고, 마시고, 사용하는 모든 것에 빠지지 않고 들어 있는 오비소겐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안타깝지만 오비소겐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다고 너무 실망할 필요는 없다. 체내 오비소겐 농도를 줄이는 것만으로도 살이 찌지 않는 체질로 바뀔 수 있기 때문.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배달 음식과 코팅한 프라이팬 사용을 자제하고, 방금 드라이클리닝을 마친 옷처럼 화학물질에 고농도로 노출된 물건은 야외에서 충분히 환기한 뒤 사용하는 등 생활 속 작은 노력으로 몸속 오비소겐 농도를 줄일 수 있다. 또 한 가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바로 장내 미생물 밸런스. 장내 유해균과 유익균의 균형이 깨지면 장을 통해 체내에 오비소겐이 쉽게 유입되기 때문이다. 건강한 장내 환경을 위해서는 양질의 유산균과 마그네슘을 꾸준히 섭취하고 충분한 수면을 취해야 한다. 적당한 유산소운동으로 장을 움직여주는 것도 장내 균 밸런스 유지에 도움을 준다.

  매일 접하는 생활 속 오비소겐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생필품과 먹거리에는 어떤 오비소겐이 있을까?

1 비스페놀 A(Bisphenol A, BPA)
플라스틱을 단단하고 투명하게 만드는 화학물질인 비스페놀 A는 플라스틱 병과 영수증 종이, 통조림캔 내부를 코팅할 때 주로 사용한다. 에스트로겐 수용체에 결합해 지방세포의 분화를 촉진하고 인슐린 저항성을 높인다.

2 프탈레이트(Phthalate)
플라스틱을 부드럽게 하는 가소재로 비닐과 알약의 코팅, 샴푸, 화장품, 위생용품 등 거의 모든 공산품에 쓰인다. 플라스틱에 열을 가하면 프탈레이트 분자가 떨어져 나와 기초대사를 조절하는 갑상샘 호르몬 작용을 억제한다.

3 트리부틸틴(Tributyltin)
PVC 플라스틱과 페인트에 많이 사용하는 화학물질로, 어류와 수돗물에서 발견된다. 주로 식품을 통해 체내에 유입되는 트리부틸틴은 코르티솔 분비를 촉진해 내장지방이 더 많이 축적되도록 만든다.

4 DDT(Dichloro-diphenyl-trichloroethane)
유기염소계 살충제로 지방조직에 빠르게 축적되어 내분비계를 교란한다. 그 유해성이 알려지며 1970년대 대부분의 국가에서 사용을 금지했지만, 2017년 경북에서 생산된 달걀에서 DDT가 검출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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