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거프리, 진짜 0칼로리 맞아?
이토록 달콤한 #슈거프리
달콤하지 않은 진실
“직접적인 독성은 없으나 만성적으로 설탕을 먹으면 독이 됩니다.” 1925년 <동아일보>에 설탕의 해악을 알리는 기사가 등장했다. <사피엔스: 유인원에서 사이보그까지>의 저자 유발 하라리(Yuval Harari)는 자신의 다른 저서 <호모데우스>에서 설탕이 화약보다 위험하다고 말했다. 이 책에서 그는 2012년 전 세계 사망자 5600만 명 가운데 150만 명이 당뇨병으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는 폭력으로 사망한 62만 명과 자살로 죽은 80만 명을 합친 인원보다 많다.
<사이언스>와 <뉴욕타임스>에 글을 기고하던 과학 및건강 전문 기자 게리 타우브스(Gary Taubes)는 인류의 건강에 가장 큰 해를 입힌 먹거리로 설탕을 꼽았다. 수치나 장황한 설명 없이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설탕은 건강을 해치는 직접적인 원인이라는걸. 설탕 소비량이 그 나라 문화 수준의 척도로 여겨지던 때가 있었다. 지금은 어떤가. 이미 많은 국가에서 설탕이 다량 들어간 제품에 세금을 더 부과하는 ‘설탕세’를 시행 중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2월 설탕세에 관한 법안을 발의했다. 설탕세가 도입될지 아닐지 아직은 미지수지만, 설탕이 인류 공동의 적이 된 건 분명하다. 최근 ‘무설탕’이라는 말을 앞세운 청량음료나 이온음료, 껌, 사탕, 빵이나 과자 등을 쉽게 볼 수 있다. 심지어 맛도 있다. 그렇다면 무설탕 제품은 어떻게 단맛을 만들까? 설탕이 없으니 더 건강할까?
무설탕인데 왜 달콤한 걸까?
무설탕은 당류가 매우 적거나 아예 없다는 뜻일 뿐무설탕 제품에도 설탕을 대신하는 ‘당’은 여전히 존재한다. 대부분 올리고당, 액상과당 등으로 설탕을 대체하는데, 이 설탕 유사 성분은 설탕보다 칼로리는 낮지만 몇 백 배의 달콤한 맛을 자랑한다.
제로 콜라는 몇 병을 마셔도 진짜 0kcal일까?
무설탕 제품에도 설탕이 들어 있을 수 있다. 현행 식품법상 설탕이 0.5g 미만을 함유한 제품은 무설탕이라고 표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음료 역시 100ml당 4kcal 미만이면 ‘제로 칼로리’로 표기할 수 있다. 제로 칼로리 식품의 대부분이 아스파탐 같은 설탕의 대체 감미료를 사용하는데, 설탕량보다 수백 분의 1만 넣어도 압도적인 단맛이 난다. 극히 소량을 사용하기 때문에 칼로리는 사실상 ‘제로’에 가까우나 진짜 ‘제로’는 아니다.
당뇨병 환자가 무설탕 제품을 섭취하는 건 안전할까?
모든 연구가 같은 결과를 도출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대부분의 연구에서 당뇨병 환자는 설탕을 섭취하는 것보다 무설탕 제품을 섭취하는 게 혈당 조절에 유리하다고 한다. 대체 감미료는 칼로리가 없어 섭취후 혈당 상승이 억제되기 때문이다. 인공감미료에 대한 연구는 현재 진행형이니 늘 경계해야 한다.
무설탕은 설탕보다 더 건강할까?
무설탕 제품을 ‘건강식품’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설탕 대신 첨가된 감미료에 대한 안전성은 여전히 논란거리다. 국제비만학회지에서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실험 쥐가 설탕물을 먹었을 때보다 인공감미료를 넣은 음료를 먹었을 때 식욕과 음식 섭취량 모두 늘었는데, 인공감미료가 설탕보다 훨씬 달기 때문이다. 단맛은 충분하지만 칼로리가 낮아 배부름의 경계에 도달하지 못해 결과적으로 더 많은 음식을 먹게 된다. 하지만 과하게 섭취하지만 않는다면 금기시할 필요는 없다. 언제, 어떻게, 얼마만큼 섭취하는지가 중요하다.
대체 감미료의 성분은 모두 같을까?
대체 감미료의 종류는 무궁무진하다. 스테비아처럼 천연 감미료가 있는 반면 아스파탐은 인공적으로 만든 합성 감미료다. 또 알룰로스나 자일리톨 같은 반(半)합성감미료도 있다. 영양 성분 또한 다른데, 단일 영양소로 규정할 수 없는 스테비아는 탄수화물로 분류하지 않지만, 같은 천연 감미료인 에리스톨은 당알코올로 규정해 탄수화물로 본다. 성분이 다르니 신체에 미치는 영향도 다르다. 따라서 모든 감미료의 효능이 같거나 뭔가가 특수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때로는 약, 때로는 독
설탕도 무설탕도 정답은 아니다. 그렇다 보니 무엇을 먹어야 하는지, 어떤 게 더 좋은지 혼란스럽다. 둘 중하나만 선택할 필요는 없다. 설탕을 완전히 끊을 필요도 없다. 사실 단맛을 완전히 끊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중요한 건 내 입과 내 몸으로 들어간 것에 대해 정확히 알고 먹어야 한다는 거다. ‘호르메시스’라는 말이 있다. 먹은 양에 따라 독인지 약인지 결정된다. 독이라도 일정량 이하는 인체에 해가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이로울 수도 있다. 담배나 카페인, 스트레스, 방사선이 그렇다. 설탕 외에도 나를 살찌게 하는 성분은 많고, 몸에 해로운 건 더 많다. 아는 게 힘이고 삶은 선택의 연속이다. 우리는 그저 또 한 번 선택하면 된다.
사진 김태선
참고문헌 <설탕을 고발한다>(알마, 게리 타우브스) <설탕, 내 몸을 해치는 치명적인 유혹>(원앤원스타일, 캐서린 바스포드)
도움말 김희준(청주나비솔한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