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흰자위에 물집이 생겼다?
흰자위에 생긴 물집, 이게 뭐예요?
이 이야기는 지난 연말, 극한의 마감을 겪으며 해 뜰 즈음에 퇴근한 에디터의 실화에서 시작된다. 새벽까지 컴퓨터를 부여잡고 원고를 꾸역꾸역 써낸 후 집에 도착했을 때, 눈가에 감지된 이상 기운. 그 시작은 피로감이다. 펑펑 울고 났을 때처럼 눈꺼풀이 천근만근 무겁게 느꼈던 것을 그때까지만 해도 피곤함 때문이라 치부했다. 샤워 후 상비해둔 인공 눈물 중에서도 붉은 기를 잠재우는 효과가 있는 제품을 대충 넣고, 침대에 벌러덩 누워 SNS를 뒤적였다. 렌즈 생활 20년 차이니 인공 눈물 정도는 눈 감고도 가뿐하게 넣을 수 있기에 거울을 보지 못했고, 그때까지만 해도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런데 불편한 기운이 가시기는커녕 시간이 지날수록 심해졌고, 급기야 눈앞이 뿌옇고 다래끼가 날 것처럼 묵직하고 뻐근한 증상이 이어졌다. 심지어 가렵기까지. 그제야 거울을 집어 들었고 문제를 파악하기 위해 거울을 마주했을 때 시선에 포착된 광경은 공포 그 자체였다. 오른쪽 눈 흰자위에 볼록하게 부풀어 오른 정체불명의 무언가. 마치 달걀프라이의 노른자처럼 볼록 솟은 막 안에는 노란빛이 감도는 액체가 출렁이고 있었다. 크기도 새끼 손톱 절반 정도로 꽤 큰 편. 눈꺼풀 밖으로 쏟아져 내릴 만큼 크게 부풀어 오른 물집(?)은 눈동자를 상하좌우로 움직일 때마다 점막에 부딪혀 씰룩거렸다. 낮까지도 멀쩡하던 눈동자에 이게 무슨 일이람!
설명하기에 앞서 눈의 구조를 간단하게 정리해보면 검은자위를 ‘각막’, 흰자위를 ‘공막’이라고 하며, 눈알의 가장 바깥을 감싸고 있는 막이 ‘결막’이다. 이 조직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이 중 공막은 안구에서 각막을 제외한 뒤쪽 6분의 5를 차지하는 흰색의 질긴 섬유조직이다. 눈 모양을 유지하는 데다 눈의 움직임을 담당하는 근육이 연결되어 있다. 그 때문에 눈동자를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으며, 외부 충격으로부터 보호하는 완충 역할까지 담당한다. 흰자위는 투명한 결막을 통해 공막이 비쳐 보이는 것.
“결막부종이네요. 최근에 혹시 극심한 피로를 느꼈나요?” 박진환 원장이 내린 진단은 공막의 싸개, 흰자위를 덮는 구결막이 부풀어 올라 나타나는 결막부종이다. ‘아니 만성 부종 탓에 평생 코끼리 발목으로 사는 것도 서러운데, 이제 눈동자까지?’ 결막에도 혈관과 림프관이 존재하며 이를 통해 혈액 및 림프액이 순환하는데, 염증으로 인해 손상된 결막의 혈관벽에서 여출액(염증 반응으로 생긴 액체)이 구결막의 아랫부분에 고여 부풀어 오른 것.
심할 때는 물집처럼 부풀어 올라 검은자위를 가려 시야를 방해하기도 하며, 최악의 경우에는 바늘로 터뜨려 배출해줘야 한다. 각막 내 수분량이 증가해 부풀어 오른 각막부종이 빛 번짐, 시력 저하 등 시야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것과 달리 결막부종은 흰자위에 발생해 일상생활을 하는 데는 큰 불편함이 없지만, 그렇다고 방치했다가는 2차 감염이나 녹내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결막부종의 원인은 여러 가지지만 대표적으로는 세균, 바이러스 등 병원균에 의해 감염된 결막염의 2차 증상이거나 렌즈를 장시간 착용하는 습관이 주로 꼽힌다. “오랜 시간 렌즈를 착용하다 보면 눈이 건조해지죠. 이런 환경은 염증을 유발합니다. 렌즈를 낀 채 깜빡 잠이 들거나 하는 사소한 잘못도 눈 건강을 크게 위협할 수 있어요.” 구태형 원장의 설명이다. 그런가 하면 스트레스나 피로가 원인이 되기도 한다. 피로가 쌓이면 몸의 면역력이 떨어진다. 이에 따라 세균, 바이러스 등에 노출되었을 때 쉽게 감염될 수 있다 보니 결막염, 결막부종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과도한 아이 메이크업이나 반려동물의 털 알레르기, 눈 성형도 결막부종을 유발하는 원인들. 무심코 눈을 비비는 습관도 눈에 자극을 주어 원인의 일부가 되기도 한다. 결막부종은 물집이 곧바로 생기기보다는 부종이 차츰 심해지며 물집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시야가 흐릿하거나 눈두덩이 뜨겁게 느껴진다면 전조 증상이라 의심해볼 수 있다.
이미 증상이 발생하기 전이라면 열을 식히고 부기를 가라앉혀 증상이 심화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인공 눈물을 차갑게 해서 넣어주는 것이 도움이 돼요. 인공 눈물은 눈의 건조함을 해소하고 눈 표면의 먼지나 이물질을 세척하는 효과가 있거든요. 하지만 식염수를 사용하는 것은 절대 금물입니다. 식염수는 약이 아닐뿐더러 항균 작용을 하는 눈물마저 씻어내기 때문이죠. 인공 눈물을 사용할 때는 방부제가 없는 무방부제 일회용 인공 눈물을 사용해야 합니다.” 강은민 원장의 조언처럼 여러 번 사용하는 인공 눈물 속에 들어 있는 방부제 성분은 오히려 눈에 자극을 줄 수 있다. 반면 히알루론산은 각막에 있는 미세한 상처를 치료하는 데 효과가 있다. 불편한 눈을 가리기 위해 안대를 착용하는 것도 금물. 안대는 통풍이 되지 않고 자칫 습기가 찰 수 있어 치료에 도움을 주기는커녕 염증을 가속화할 수 있다.
얼굴 절반 이상을 가리고 다니는 요즈음, 눈은 유일한 소통의 창구다. 그리고 사람이 눈으로 대화할 수 있는 이유는 흰자위 덕분이다. 동물과 달리 공막이 유일하게 흰색이며 가장 넓은 흰자위를 가지고 있다. 이는 동공의 움직임을 드러내 감정을 표현하고 교감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우리가 눈 건강을 이야기할 때 주인공은 언제나 검은자위였고, 흰자위에 대해서는 무심했다. 흰자위가 주제로 등장하는 경우는 새하얗게 유지하는 미관상의 이유였을 뿐. 하지만 흰자위는 기능적으로도 눈맞춤에 있어서도 중요한 역할임을 기억하자.
사진 김태선
모델 메구
헤어 오종오
메이크업 강석균
도움말 강은민(비앤빛 강남밝은세상안과) 구태형(드림성모안과) 박진환(삼성미라클안과 강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