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 피부에 양보하세요

대세는 발효 공법! 피부를 위해 균을 배양한다.

균, 피부에 양보하세요

미생물 없는 식물은 존재할 수 없다. 인간을 비롯한 모든 동물이 그렇다. 만약 미생물이 없었다면 지구상의 모든 생명은 진화 자체가 불가능했다. 홀로 화성에 남은 한 남성의 생존기를 그린 영화 <마션>. 이 영화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화성에 혼자 남은 마크(맷 데이먼 분)가 변을 거름으로 활용해 감자를 재배하는 장면이다. 변이 없었으면 흙속에 미생물이 활성화되지 않아 감자를 재배할 수 없었고, 주인공은 화성에서 살아남지 못했다.

생물학자들은 지구의 생명을 크게 3가지로 나눈다. 단세포로 구성된 미생물의 한 종류인 ‘고세균’,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는 모든 생명체인 ‘진핵생물’, 그리고 박테리아다. 20세기 위대한 생물학자 중 한 명인 미국의 린 마굴리스는 “모든 생명체는 공생하는 세균이 연합해 만든 작은 우주”라고 말했다. 그게 피부랑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지금 코스메틱 업계의 가장 큰 이슈가 바로 균이기 때문이다.

균과 피부. 어울리지 않는, 오히려 서로 악영향을 줄 것 같은 둘의 만남이라니. 그러나 사실이다. 그동안 균은 피부에 악영향을 미치는 ‘트러블 메이커’였다. 대표적 예가 아크네균이다. 아크네균은 여드름 형성을 촉진하는 균으로 간주되었지만 미생물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면서 이 균이 건강한 피부에는 해를 주지 않고, 오히려 피부를 건강하게 유지시키는 유익균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2016년 아크네균은 피부에 사는 미생물이라는 뜻의 ‘큐티박테리움 아크니스’라는 새 이름도 얻었다.

과학자들은 미생물과 미생물 사이, 미생물과 인체 사이 상호작용을 더 깊숙이 파고들었다. 인체에 사는 미생물을 총칭하는 마이크로바이옴에서 이런 연구 흐름에 담긴 통합적 시점을 읽을 수 있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유익균과 유해균이 생성되는 원리와 질병 간 연관성을 분석할 수 있어 다양한 분야에 폭넓게 활용된다. 코스메틱 브랜드의 관심을 끈 건 당연지사.

국내외 유명 화장품 브랜드들이 피부와 미생물이 건강하게 어우러질 수 있도록 피부 마이크로바이옴을 연구하고 있다. 요즘 새롭게 출시된 제품의 성분을 살펴보자. 프로바이오틱스, 버섯효모, 발효까지 모두 ‘균’이 다했다.

발효 화장품 뷰티쁠 설문조사

  균, 미생물, 그리고 피부?

‘균(菌)’이라는 단어에 집착하지 말자. 균과 미생물, 박테리아는 우리가 아는 것만큼 나쁘지 않다. ‘균’은 원래 버섯을 뜻하는 한자다. 버섯과 비슷한 생물의 분류군을 일컫는 미생물을 가리킨다.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을 정도로 작아 존재의 이유까지 무시당하지만, 미생물이 지구 생태계에서 담당하는 역할은 실로 엄청나다. 미생물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물 중 3분의 2를 차지한다. 인간의 몸을 구성하는 세포 약 37조 개보다 몸속에 있는 미생물의 수가 훨씬 많다.

물론 미생물 중에는 좋은 균도, 해로운 균도 있다. 우리가 ‘균’에 대해 좋지 않은 인식을 갖게 된 이유도 유익균보다 유해균의 이미지가 더 강했기 때문이다. 최근 생물학계의 큰 흐름은 유기체와 미생물의 관계다. 우리는 숨을 쉬는 공간 모든 곳에서 미생물과 함께한다. 다시 말해 균을 비롯한 미생물이 우리의 모든 것을 좌우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피부 미생물은 피부 장벽의 구성 요소인 각질형성세포가 성숙하는 데 도움을 주고, 피부 면역의 항상성 컨트롤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스트레스로 인한 피부 속 미생물의 변화는 곧 습진, 여드름, 피부장벽장애로 이어진다. 또 스테로이드 호르몬 생산에 관여해 피부를 건조하게 하거나 피부장벽에 장애를 일으켜 염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당연히 의학계는 발칵 뒤집혔다. 특히 피부학계에서 미생물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발효가 피부에 선사하는 깊은 맛

균은 우리가 태어날 때부터 몸속에 갖고 있는 물질이다. 피부 표면은 유익균을 비롯한 상재균의 균형에 의존해 피부를 보호한다. 상재균의 균형이 유지될 때 피부의 보습력이 향상되거나 산성도를 정상적으로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런데 자외선, 미세먼지, 호르몬, 음식 등 환경 요인과 나쁜 생활 습관 탓에 균형이 무너지면 피부가 유해균을 막아내지 못한다. 유해균이 피부에 침투해 몸속에 원래 있던 균마저 피부에 악영향을 끼친다.

이때 발효 성분을 활용하면 유해균의 성장을 억제하는 항염 효과뿐 아니라 세균 번식을 막고 면역력 회복에도 도움을 준다. 우리 몸은 살아가는 동안 균에 대한 면역반응을 유지하므로 균을 활용한 발효 성분은 피부에 면역반응을 쉽게 형성한다. 발효용해액 안에는 미생물에 의한 대사 물질이 있어 피부의 면역반응을 지속시키기 때문이다. 미생물은 오래전부터 피부 미용에 관여해왔다. 미생물이라는 이름 대신 ‘발효’의 탈을 썼기 때문에 몰랐을 뿐이다. 발효는 미생물이 가진 효소를 이용해 유기물을 분해하는 과정이다.

미생물에 의해 유해 물질이 생산되는 부패와는 다르다. 생물이 활동함으로써 생성된 물질이나 균은 인간에게 이용 가치가 있을 때만 발효라고 한다. 발효는 미생물이라는 존재의 개념이 확립되기도 전부터 식품이나 주류를 만드는 데 사용했으며, 의약 분야에서도 널리 활용되었다. 발효의 가장 큰 장점은 진행 과정 중 영양소가 거의 파괴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또 발효 과정을 거치며 독성이 있는 성분이 제거됨과 동시에 비타민과 유기산, 미네랄, 아미노산 등 효능 성분 자체의 활동성이 증가한다. 게다가 발효하는 과정에서 유효 성분의 분자가 작아져 흡수력도 높아진다.

  좋기도 나쁘기도 한 너, 균

발효의 또 다른 장점은 다양한 원료로 구성될 수 있다는 점이다. 쌀 등 탄수화물을 바탕으로 한 누룩균과 단백질에서 얻는 바실러스균(Bacillus, 고초균), 유산균으로 잘 알려진 젖산균 및 버섯 등에서 얻는 효모균 모두 발효를 통해 얻은 결과물이다. 감초, 홍삼, 쑥 등을 이용한 한방 발효 성분과 찻잎을 사용하거나 해저 미생물을 사용한 발효 물질도 있다. 발효는 원료가 가진 고유 성분이 분해 과정을 거치며 효과를 얻는데, 전문가들은 균의 특성에 따라 또는 신체 건강 상태에 따라 효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한다.

더욱이 발효는 미생물의 작용 중에도 유난히 변수가 많은 활동이다. 발효 화장품을 쓰고 부작용이 생긴다면 발효가 야기한 일일 수도, 다른 원료 때문일 수도, 혹은 발효 성분과 또 다른 성분이 만나 얻은 시너지 때문일 수도 있다. 모든 제품이 그렇듯 발효 화장품에도 주의할 점은 존재한다. 발효 성분은 피부의 유수분 균형을 맞추는 컨디셔닝 작용이 우수한 성분이지만, 간지러움이나 오돌토돌한 트러블을 동반하는 경우도 있다.

즉 같은 균으로 만든 발효 화장품이 누군가에게는 인생템이, 누군가에게는 독이 될 수도 있는 것. 발효과정에서 독성은 제거되지만 순수 자연 유래 성분만 사용한다고 해도 특정 재료로 인해 일어나는 알레르기 반응에 대한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균을 이용한 발효 공법이 피부를 위한 최고의 방법은 분명 아니다. 그러나 보통의 화장품보다 시간과 공정을 더 들여야 할 뿐 아니라 피부, 더 나아가 인체에 더 유익한 성분으로 만들어지는 건 분명하다. 발효를 기다림의 미학이라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DITOR’S PICK

바야흐로 발효 화장품 전성시대. 발효 성분이 잘 맞을까 고민이라고? 발효 성분으로 꾸준한 인기를 유지하는 제품부터 발효 초심자가 사용하기 좋은 제품을 다양하게 모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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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프레쉬 콤부차 페이셜 트리트먼트 에센스 블랙티 발효 과정으로 형성된 콤부차 성분의 풍부한 유기산과 비타민으로 피부를 보호한다. 250ml 15만원대.

2 오리진스 메가머쉬룸 릴리프&리질리언스 수딩 트리트먼트 로션 발효 과정을 거친 차가버섯 성분과 프로바이오틱 성분으로 피부 장벽을 강화한다. 200ml 4만3000원.

3 라 메르 아이 컨센트레이트 라 메르만의 독자적인 해초 발효 성분으로 연약한 눈가 피부에 에너지와 수분을 공급한다. 15ml 30만1000원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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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헉슬리 컨디셔닝 에센스 리프레임 고농축 선인장 발효 보습 성분이 피부에 빠르게 흡수돼 보습감을 오래 지속시킨다. 60ml 4만5000원.

6 토코보 비피다 바이옴 에센스 고함량의 유산균 발효 성분 조합으로 최적의 피부 컨디션을 선사한다. 50ml 3만2000원.

7 오가나셀 바이오 액티옴 리커버리 크림 벌꿀 발효물과 콤부차의 유익균으로 피부 속 영양을 채워 피부 탄력을 쫀득하게 잡아준다. 50ml 4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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