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자친구에게 원하는 이상적인 향
2월, 뜨겁고 열렬한 사랑을 한 스푼 더해줄 <뷰티쁠> 편집부의 이상‘향(香)’.
SMELLS LIKE GENTLEMAN
밸런타인데이를 위한 향수를 생각하는 건 시작부터 지난하다. 극히 개인적이면서 예측하기 까다로운 것이 향에 대한 성향. 머스크나 우디는 뻔한 감이 있고, 오리엔탈이나 스파이시한 계열은 다소 위험할 수 있다. 1902년에 등장한 펜할리곤스의 ‘블렌하임 부케’는 단순하지만 정중하고 귀족적으로 설계한 향이다. 말하자면 캐주얼하지만 신사적인 느낌이 든다. 라임과 레몬 오일에 소나무 냄새가 어우러져 신선한 세탁물 같은 냄새가 나는 동시에 칵테일의 상큼한 기운이 더해져 결코 지루해지지 않는다.
영국 윌리엄 왕자도 블렌하임 부케를 쓴다고 했는데, 이건 이발사, 언론인, 귀족, 모델 등 직업이나 직위에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어울릴 것 같은 향이다. 이런 향수를 쓰는 남자친구를 둔 여자에게는 펜할리곤스의 ‘사보이 스팀’을 권한다. 둘의 조합은 애초에 예정되어 있던 것처럼 절묘해서 따스한 동시에 산뜻한, 기분 좋은 페어링을 경험하게 해줄 거다. 편집장 J
SMOKE SIGNALS
가까운 사람에게 향을 선물하는 것은, 선물하는 이의 만족을 위해서라고 볼 수 있다. 향수를 뿌리는 사람보다 그의 옆에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 향을 더 예민하게 느끼기 때문. 그래서 결코 독하지 않으면서도 전형적인 ‘남자 향수’를 찾아 선물하는 것이 어렵게 느껴지는데, 바이레도의 ‘믹스드 이모션’이 그런 향이다. 달큼한 블랙커런트와 찻잎을 태우는 듯한 스모키한 향으로 시작해 강한 느낌이 나면서도, 따뜻한 실론 홍차와 부드러운 버치 우드, 파피루스 향으로 반전된다.
말끔하게 정돈된 정장에서 날 법한 향기인 동시에 편안하고 포근한 스웨터에서 풍기는 향이기도 하다. 둘 중 어느 쪽이든 얼굴을 파묻고 숨을 들이마셨을 때 안정감이 느껴지기 때문에 이성에게 선물하고 싶은 향수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너무 달거나 가볍지 않으니 선물받은 남자친구도 충분히 만족할 만한 완벽한 향수가 아닐까? 에디터 H
OVER THE ERA
사람들은 오래되면 좋은 거라고들 하지만, 화장품 중에서도 향수는 오래가는 게 좋은 거다. 지난해 100주년을 맞이한 샤넬 N°5 빠르펭, 30년이 훌쩍 지난 N°5 오 드 빠르펭이 바로 그렇다. 이렇게 시대를 초월하는 향은 오래 기억되며 성별에 관계없이 모두를 매료시킨다. 이 아이코닉한 향수는 관능적인 메이 로즈와 부드러운 재스민으로 시작해 섬세하고 예리한 알데하이드로 연결된다. 여기에 마지막은 잔잔하고 부드럽게 존재감을 과시하는 바닐라가 남는다.
이렇게만 생각하면 분명 클래식하고 페미닌한 여자를 위한 향이라고 여기겠지만, N°5는 모던하고 유니크한 기운을 가진 남자와도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실제로 이제는 글로벌 아이콘이 된 우리나라 보이 그룹의 리더도 이 향을 쓴다고도 말했다. 캐주얼한 데님, 포멀한 슈트, 포근한 스웨터까지, 의외로 모든 룩에 자연스럽게 매치된다. 이렇게 모던하면서 달콤한, 이상‘향’이 느껴지는 이상형을 찾고 싶다. 에디터 S
PORTRAIT OF ADULT
시그너처 보틀에 담긴 노란 액체. 향은 제품의 이미지를 그대로 이어받았다. ‘재즈 클럽’에서는 오크 통 안에서 오랫동안 숙성된 복잡한 위스키의 향이 난다. 그 뒤를 잇는 달큼한 향은 마치 잔잔하게 타오르는 장작 위에 올려놓은 진한 초콜릿 같다. 이 달콤한 부드러움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무게감을 더하는데, 가죽 손목시계를 찬 ‘어른’의 모습이 그려진다. 어떤 사람에게도 추천할 수 있는 것 또한 재즈 클럽의 매력. 섬세한 남성이든 마초 같은 남성이든 상관없고, 중성적인 향을 좋아하는 여성과도 잘 어우러진다.
성숙하고 세련된 향으로 겨울에 가장 어울리는 향수지만 2월, 기온이 조금씩 올라가며 눈이 녹을수록 재즈 클럽의 로맨틱함은 더욱 깊어질 거다. 플라톤은 “사랑하면 누구나 시인이 된다”고 했고, 헤밍웨이는 “사랑에 빠졌을 때 가장 좋은 글이 나온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가장 향기로운 향은 내가 지금 사랑에 빠진 향, 재즈 클럽이 아닐까? 에디터 K
사진 김태선
어시스턴트 공지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