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가 유전이 아니라면
우리 모두 ‘탈모인’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콧방울의 사이즈를 줄이고, 턱선을 갸름하게 만들고, 헤어라인을 살짝 내려 좌우 대칭을 조절한다. 셀카를 찍은 후 SNS에 올리기 전, 나만의 보정법이다. 헤어라인까지 건드리게 된 건 비교적 최근의 일. 어릴 땐 내 M자형 이마를 두고 어른들이 ‘미인형’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건만 30대가 넘어가니 소문자 m이 대문자 M으로 바뀌며 양옆 뾰족한 부분이 더 깊어진 게 아닌가! 포니테일로 높게 묶어 기분 전환을 하고 싶어도 휑하니 드러나는 머릿속을 들킬까 무섭다. 게다가 왼쪽의 옆통수가 더 비어 보이는 비대칭 탓에 셀카 보정 어플을 끊지 못하는 상황. 이런 증상을 호소하는 이들이 나뿐만은 아니다. 최근 이직을 하며 극한의 스트레스를 경험 중인 20대 후반의 후배 A는 정수리가 갑자기 휑해져 울상을 짓고, 혹독한 다이어트에 성공한 30대 초반의 후배 B는 늘 자랑거리로 삼던 머리숱이 급격이 줄어 약까지 복용 중이라고. 익히 알려진 대로 여성의 탈모는 남성과 사뭇 다르다. “남성 탈모의 주원인이 유전인 반면, 여성 탈모는 극심한 스트레스와 다이어트 탓이 가장 크죠. 그 외 빈혈, 다낭성 난소증, 갑상선 질환 등에 탈모가 수반될 수 있고, 중년이 되어 여성호르몬이 부족해지면서 탈모가 진행되기도 한답니다.” 탈모&두피케어 전문 브랜드 자올 닥터스오더 민경선 대표의 설명.
최근엔 서구화된 식생활과 미세먼지 같은 환경 이슈까지 맞물려 정수리와 가르마 주변부터 머리카락이 가늘어지면서 빠지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고. 결론부터 말해 여성 탈모, 즉 요즘 탈모는 유전과 하등 상관이 없다는 소리다. 남성의 경우 직계가족 중 탈모 유전력이 있을 경우 50% 이상 발현 가능성이 있으며, 상염색체 우성으로 유전된다. 탈모 유전자의 수는 총 8개로 그중 1개만 갖고 태어나도 유전력이 있다고 볼 수 있는 것. 타고난 유전력(DNA)는 바꿀 수 없지만 꾸준한 관리를 통해 탈모증의 발현 속도를 가중시키는 호르몬(RNA)의 수치를 낮춤으로써 이를 예방할 수 있다. 여성의 경우 유전력이 있어도 모발이 선천적으로 가늘게 태어나는 것 외에 가족력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 하지만 최근엔 남녀를 막론하고 가족력과 상관없는 탈모인의 숫자가 전체의 40%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비유전적 탈모의 원인을 찾아라
그렇다면 왜 우리집에서 ‘나만’ 탈모인이 된 걸까. 첫 번째 이유로는 미세먼지와 황사로 인한 대기질 변화를 꼽을 수 있다. 미세먼지가 머릿속 모공에 침투해 두피 내 호흡과 모낭세포의 활동을 저해하기 때문. 이로 인해 두피의 수분이 빠지고 두피 표면의 온도가 상승하면서 머리카락이 자라날 좋은 밭의 조건을 모두 상실한다. 사막처럼 건조해진 두피에 머리카락은 영양을 상실하고 가늘어지며 빠지게 되는 것. 30대 이하의 남녀에게 발생하는 조기 탈모의 원인 중 90% 정도가 바로 이 환경 원인이라고 보면 된다. 민경선 대표는 “두피는 피지 분비가 활발해 미세먼지가 엉겨붙기 쉬운 반면, 모발이 덮여 있어 클렌징이 까다로워요. 게다가 두피의 모공은 얼굴의 모공보다 크기가 큰 탓에 미세먼지의 흡수율이 3.5배 정도 높거든요. 미세먼지는 두피 모공의 1/4 크기 정도라 쉽게 침투할 수 있죠. 얼굴 딥 클렌징만 할 게 아니라 아니라 두피 스케일링도 주기적으로 하는 게 중요한 시대입니다”라며 약산성 탈모 개선 샴푸는 물론, 두피 각질 제거 팩, 두피 스케일러 등의 사용을 권했다. 비유전적 탈모의 두 번째 주범인 스트레스는 관리가 좀더 까다롭다. 우리 몸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코티솔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되는데, 과도한 코티솔 분비는 혈관을 수축시켜 영양분과 산소의 공급을 방해한다. 특히 모세혈관이 잔뜩 수축하면 모근으로의 영양 공급이 막혀 탈모를 부르는 것. 이뿐이 아니다. 스트레스는 활성산소를 필요 이상 증가시켜서 불안정한 산소가 주위 세포를 공격한다. 두피 모근 주변에 활성산소가 지나치게 쌓이면 모근 세포를 파괴해 탈모가 시작될 뿐 아니라 탈모 유전자를 발현시키는 요인이 된다고. 숨어 있던 탈모 유전자를 발현시키는 대표적인 범인이 바로 활성산소임을 기억하자. 만일 뒷머리는 그대로인데 앞이마 숱만 현저히 줄었다면 과도한 스트레스를 의심해봐야 한다. 이런 사람들은 유독 앞이마가 뜨겁다는 공통점이 있는데, 스트레스와 압박이 체내 부담을 줘 혈액순환 저하가 ‘두피열’ 증상을 부르는 원리다. M자가 깊어지고 있어 자꾸만 셀카 보정 어플의 힘을 빌린다면 두피 관리보다 스트레스 관리가 급선무라는 소리!
1 잠들기 전 샴푸하라 밤에 샴푸를 하지 않는 건 화장을 지우지 않고 자는 것과 같다.
2 샴푸 후 모발을 충분히 건조시키라 축축한 두피와 모발은 세균이 가장 좋아하는 환경이다.
3 빗질을 생활화하라 샴푸 전 상체를 90도로 숙인 채 뒷목에서 이마 방향으로, 옆통수에서 정수리 방향으로 거꾸로 빗질을 하면 두피 혈액순환에 도움이 된다.
4 야외 활동 시엔 챙이 긴 모자를 쓰라 두피 열을 무시했다간 큰코다친다. 특히 물에 젖은 상태로 직사광선 밑에 있는 건 최악.
5 무조건 굶는 식의 다이어트는 금물이다 단백질, 철분, 비타민 등의 결핍으로 모발이 부스러지는 건 물론 두피 전반에 ‘휴지기 탈모증’을 야기한다.
6 검은콩이 도움이 된다 검은콩 파우더, 검은콩 차 등을 가까이하자. 콩에 함유된 이소플라본이 에스트로겐과 유사한 기능을 지녀 모발의 성장을 돕는다.
1 자올 닥터스오더 시너지 부스터 우먼 석류, 하수오 뿌리, 콩을 발효시켜 만든 탈모 방지용 두피 세럼. 두피에 직접 두드리며 흡수시킨다. 100ml 5만7000원.
2 알터에고 이태리 에너자이징 샴푸 안티폴루션에 도움을 주는 유자 성분이 예민한 두피를 보호하고, 식물성 계면활성제를 사용한 풍성한 거품이 딥 클렌징을 돕는다. 300ml 3만9000원.
3 려 자양윤모 탈모 증상 케어 모근영양 진액 에센스 인삼 추출물이 가늘고 힘없는 모발을 굵고 튼튼하게 가꾼다. 뚜껑에 달린 마사지 봉으로 흡수시키는 방식. 75ml 2만원대.
4 닥터그루트 힘없는 모발용 트리트먼트 센텔라, 박하, 어성초 등의 천연 성분이 두피 각질, 비듬, 두피 열 등을 케어해 탈모 증상을 완화하고 모발 뿌리에 볼륨감을 부여한다. 300ml 1만9000원.
5 이니스프리 마이 헤어 레시피 로스케어 샴푸&스칼프 스케일러 검은콩 추출물이 모근을 건강하게 가꿔주며 제주 피톤치드 콤플렉스가 두피 스트레스를 완화한다. 주 1~2회 두피 스케일링까지 곁들이면 좋다. 각 330ml 1만2000원, 15ml×3개 1만원.
사진 김태선
모델 아카리
메이크업 이영
헤어 오종오
스타일리스트 김민지
참고 <밸런스뷰티> 김지영 시대인
도움말 민경선(자올 닥터스오더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