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 수분 방어 #바셀린슬러깅
비싼 크림 필요 없어. 바셀린만 있으면 돼.
최근 틱톡과 인스타그램에서 눈길을 끄는 콘텐츠를 발견했다. 번들번들한 얼굴로 웃는 사람들의 동영상에는 해시태그와 함께 ‘슬러깅(Slugging)’이라는 단어가 적혀 있다. 새로운 스킨케어법의 시대가 열린 것. 주인공은 바로 바셀린이다. 일반적으로 바셀린 하면 꾸덕꾸덕하고 기름진 제형부터 떠오른다.
그런데 ‘좋은 피부’란 기름기 없이 뽀송한 피부 아닌가? 슬러깅은 이런 편견에 반론이라도 제기하듯 저녁 세안 후 기존의 스킨케어 루틴을 끝내고 바셀린을 얇게 덧바르는 방법이다. 얼굴에 펴 바른 바셀린의 끈적끈적한 느낌이 민달팽이가 된 듯한 기분을 주는데, 슬러깅이라는 이름 역시 여기서 착안했다.
01 바셀린, 어디까지 써봤니?
단순히 바셀린을 피부에 바른다는 게 새롭고 놀라운 스킨케어법은 아니다. 슬러깅이 주목받는 이유는 바셀린의 원료로 사용되는 석유 때문이다. 잠깐, 석유라고? 맞다. 바셀린은 석유계 광물성 오일로 만든다. 바셀린의 대표 성분인 ‘페트롤륨 젤리(Petroleum Jelly)’는 석유 추출물로 피부에 막을 형성해 수분 손실을 막아준다.
02 피부에 안전한 성분일까?
바셀린은 석유의 부산물을 깨끗하게 정제해 만든다. 정제하는 과정에서 약간의 불순물이 생길 수 있지만, 부작용이 발생할 확률은 희박하다. 바셀린은 150년이라는 오랜 시간 동안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은 제품이다. 특히 미국에서 피부 관리 제품을 FDA에 등록하고 승인을 받는 건 매우 까다롭다. 바셀린이 시중에 판매되고 있다는 건 화장품과 의약품에 대한 기준과 절차를 통과했다는 뜻이니 염려할 필요는 없다.
03 따라 해봐요! 슬러깅
방법은 간단하다. 자기 전, 바셀린을 완두콩 크기로 덜어 스킨케어 루틴을 끝낸 얼굴에 얇게 펴 바르면 끝. 스킨케어 단계에서는 스폿 트리트먼트나 페이스 오일은 생략한다. 대신 피부에 수분을 채워줄 수 있는 보습제를 듬뿍 발라 흡수시킬 것. 바셀린은 수분을 가둬주는 역할을 할 뿐, 수분을 직접적으로 공급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히알루론산이나 세라마이드 같은 피부 장벽을 위한 성분이 들어 있는 수분 크림을 추천한다. 다음 날 아침 세안할 때 바셀린의 잔여물이 남지 않도록 깨끗이 닦아낸다.
04 모든 피부에 잘 맞나요?
안타깝게도 아니다. 바셀린이 기름지기 때문은 아니다. 오히려 전문가들은 바셀린이 피부에 직접적 영향을 주는 일은 극히 드물다고 설명한다. 바셀린의 분자 크기가 너무 커서 모공 속에 들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즉, 바셀린을 바른다고 모공이 막혀 여드름을 유발하지는 않는다. 다만 바셀린이 모공 위 산소를 차단해 여드름을 일으키는 세균을 증식시킬 위험이 있다. 지성 피부와 민감성 피부는 슬러깅처럼 무언가를 쌓아 올려 피부를 자극하는 스킨케어보다 피부가 편하게 숨 쉬도록 돕는 스킨케어를 추천한다.
05 ‘꾸준히’보다 ‘어쩌다’
피부 관리는 운동과 같다. 매일 할 필요는 없다. 가벼운 운동을 하는 건 건강에 좋은 자극이 되지만 무리하면 역효과가 일어나는 것처럼 슬러깅 활용 주기는 피부 타입과 상태에 따라 조절해야 한다. 어떤 의사들은 ‘피부 보호막 형성을 위해서 적절한 수분 손실이 필요하다’고도 말한다. 우리 피부는 수분 손실이 일어날 때 세포 간 지질 생성을 지속시키라는 신호를 세포에게 전달하는데, 수분 손실이 없어 신호가 세포에 전달되지 않으면 피부는 모든 것이 정상이라고 생각해 회복력을 낮추기 때문이다.
06 환절기 특효약, 슬러깅
긴가민가해도 시도해볼 법하다. 특히 피부가 건조해 주름이 잘 생기는 건성 피부라면 말이다. 얼굴뿐 아니라 정강이, 팔꿈치, 어깨 등 건조한 곳이라면 어디든! 게다가 바셀린은 가격 부담이 없다. 당신이 구입하려는 어떤 스킨케어 제품보다 저렴할 거다. 단돈 몇 천 원으로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니, 얼마나 경제적인가! 단, 바셀린은 피부 외벽에만 사용할 것. 우리 몸은 바셀린을 분해할 수 없다. 입이나 피부 안으로 들어가면 체내에 쌓일 수 있으니 눈이나 입, 혹은 상처 있는 부위에 사용할 때는 반드시 주의해야 한다.
사진 김태선
도움말 김홍석(와인피부과) 이하은(포레피부과)
어시스턴트 안태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