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흘리는 땀만큼 살이 빠질까?
다 같은 땀이 아니다. 옷이 푹 젖을 만큼 땀 흘려도 살은 빠지지 않는다.
흘린 만큼 빠진다? NO
“땀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운동선수뿐 아니라 다이어터도 오랜 정언처럼 받들었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고 운동보다 땀을 흘리는 게 목적이 될 때도 있었다. 괜히 뜨거운 사우나에서 오래 버티기도 하고, 옷을 잔뜩 껴입은 채 뜀박질을 하기도 했다. 어쨌든 땀 흘린 만큼 살이 빠질 거라고 믿었다. 이런 믿음을 가진 사람들에겐 미안한 얘기지만 땀은 지방 연소와 체중 감량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다. 우선 땀은 살을 빼기 위해 나오는 것이 아니라 수분을 날려 체온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신체에는 땀샘이 200만∼400만 개가 있다. 우리 몸이 더위를 느끼면 체온 조절 중추인 시상하부를 통해 교감신경을 자극해서 땀 분비가 일어나고, 땀이 증발하며 피부 표면을 냉각해 체온을 떨어뜨린다. 체중 감량은 결국 체내 수분을 빼낸 것이 아닌 체지방 감소의 결과라서 땀의 양과 상관없다. 칼로리 소모 원인은 땀이 아닌 운동으로, 땀은 단순히 체온이 올라간 것에 대한 결과일 뿐이다. 청주나비솔한의원 김희준 원장은 이런 현상에 대해 “빵집 굴뚝에 연기가 피어오른다면 맛있는 빵이 구워졌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냥 군불을 때고 있는 건지도 모릅니다. 연기가 나는 것을 땀으로, 칼로리 소모를 빵으로 생각하면 됩니다. 연기가 나와서 빵이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빵을 만들 때 어쩌다 연기가 같이 나오는 것일 뿐이죠”라고 설명했다.
땀도 다다익선일까? NO
땀을 흠뻑 흘리고 몸무게를 쟀을 때 체중이 준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터. 이는 체내 수분이 땀으로 배출된 결과일 뿐, 체지방이 빠져나간 결과가 아니다. 즉 발한 작용은 지방의 분해와는 아무 관련이 없고, 땀을 흘리는 행위가 관여하는 건 체지방이 아닌 오로지 체내 수분에 관한 작용인 것. 땀을 흘릴 때 심박수가 증가하고 신진대사를 촉진하면서 약간의 칼로리 소모가 추가로 생길 수 있지만, 그 양은 미미하다. 간혹 땀을 더 내겠다며 땀복을 입기도 하는데, 잘못된 생각이다. 땀복은 운동선수가 계체량을 통과하기 위해 수분을 빼서 체중을 조절하거나 열에 대한 적응력을 높이려고, 혹은 야외 활동 시 땀으로 인해 체온이 급격히 떨어질 때를 대비하기 위함이다. 고혈압이나 심폐 기능에 이상이 있는 사람이 체열을 인위적으로 올리고 외부로 열을 발산하지 못한다면 탈수증과 더불어 현기증으로 쓰러질 수 있다.
다 같은 땀이 아니라고? YES
1982년 토론토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사우나에서 흘린 땀과 운동으로 흘린 땀의 농도가 약간 다르기는 하다. 해당 연구 결과를 보면 나트륨 이온(Na+), 칼륨 이온(K+), 염화 이온(Cl-)의 수치는 비슷하지만, 사우나에서 흘린 땀에서 마그네슘 이온(Mg2+)과 칼슘 이온(Ca2+)의 농도가 더 높았다. 그러나 땀은 근본적으로 기화작용을 일으켜 체온을 떨어뜨리기 위한 것이므로 땀마다 다른 물질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운동 후 흘리는 땀과 사우나에서 흘리는 땀 성분에도 차이가 있다. 땀 성분이 차이를 보이는 건 땀을 흘릴 때 발한 양과 발한 속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운동할 때 흘리는 땀의 양, 사우나 했을 때 땀을 흘리는 속도나 양에 따라 성분에 차이가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래서 땀을 흘릴 때 어떤 땀이 좋은 땀이라고 결론을 내릴 수는 없지만, 우리 몸을 건강하게 해주는 운동을 할 때 흘린 땀이 더 값지지 않을까?
내 몸의 건강 신호등
땀은 99%의 물과 소금, 칼륨, 질소 함유물로 구성된 액체로, 체온이 올랐을 때 땀샘에서 분비돼 노폐물과 수분을 몸 밖으로 배출한다. 정상적인 땀은 색깔과 냄새가 나지 않는다. 겉으로 보기엔 똑같아 보이더라도 체질과 몸 상태에 따라 우리가 흘리는 땀의 종류는 각양각색이다. 손, 발, 겨드랑이 등 특정 부위에서 나는 땀으로 인해 불편함을 겪을 정도라면 다한증을 의심해봐야 한다. 잘 때 식은땀을 흘린다면 신장 기능이 안 좋아졌다는 신호. 식사할 때 땀이 비 오듯 나는 사람이 있다. 음식을 먹으면 위에 열이 생겨 땀이 나는 건데, 이 경우 위의 열기를 빼주는 것이 중요하다. 갑자기 땀의 양이 많아졌다면 당뇨병, 특히 저혈당이 의심된다. 체내 혈당이 낮아지면 땀 발생을 조절하는 자율신경 이상으로 땀이 과도하게 배출될 수 있다. 자주 배가 고프고, 살이 빠지며, 맥박이 빠르게 뛰면서 땀이 많이 난다면 갑상선기능항진증의 증상 중 하나일 수 있다. 이건 신체 대사를 조절하는 갑상선호르몬이 지나치게 분비되면서 에너지 소모량이 늘어나기 때문. 기본적으로 땀은 무색이다. 그러나 어느 경우든 땀의 색이 변해서 뚜렷하게 보인다면 서둘러 전문의의 상담을 받아야 한다. 땀샘에 문제가 생기면 색땀증 같은 질환에 걸리는데, 이때 노랑, 초록, 파랑, 검정, 갈색 같은 땀이 난다. 출혈이나 중독 상태일 때도 땀에 색이 생긴다. 이처럼 정상적인 생리 반응을 넘어선 땀은 반드시 의사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사진 김태선
모델 스완
메이크업 정지은
헤어 박수정
스타일리스트 임지현
도움말 김희준(청주나비솔한의원)
어시스턴트 조원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