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들으면 빠진다?
식욕을 잠재워 줄 음악이 있나요? DJ, 그 음악을 틀어줘요.

귀로 듣고 혀가 만족할 반찬, 음악
인간이 살아가는 데에 필수 기본 요소인 의식주. 그중 생명과 직결되는 건 바로 음식을 먹는 행위다. 문명이 발달하면서 오로지 살기 위해 음식을 섭취하던 시대는 끝났다. 오직 생명 연장만을 위한 행위도 우린 하지 않는다. 이젠 음식을 즐기게 됐다. 물론 그 결과에 따라 인류는 과다 섭취로 인한 비만과 합병증으로 고통받고 있다. 문제는 바로 식욕. 이는 단순한 게 아니다. 식욕은 뇌가 명령을 내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본능적으로 몸 전체가 반응하는 욕구다.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우리는 감각의 대부분을 동시에 사용한다. ‘먹는 행위’ 역시 모든 감각이 종합된 활동이다. 감정에 따라 입맛이 바뀌는 건 누구나 겪어본 일. 그 외에 조명과 온도 같은 공간적 요소도 식욕에 영향을 준다. 같은 음식을 먹더라도 레스토랑에서 먹을 때와 길거리에서 먹을 때, 집에서 먹을 때 음식 맛이 다르게 느껴지는 이유다. 음악도 그중 하나다. 자주 방문하는 레스토랑과 패스트푸드점, 카페나 라운지까지. 뭔가를 먹는 곳에선 으레 음악이 흘러나온다. 때로는 어깨가 들썩일 정도로 빠른 음악이, 때로는 차분한 음악이 나오는데, 이는 우리의 뇌에도 영향을 미친다.
밥맛 떨어지는 소리 어때요?
많은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음악의 장르마다 식욕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다고 한다. 2013년 아칸소대 연구팀은 배경음악과 음식의 맛에 대한 상관관계를 조사했다. 실험은 참가자들에게 클래식, 재즈, 힙합, 록 장르의 음악을 들려주고 음식을 섭취하게 한 뒤 맛에 대한 평가와 감정의 변화를 관찰했다. 참가자들은 재즈를 들으며 음식을 먹었을 때 가장 좋은 평가를 내렸다.
영국 옥스퍼드대 통합감각연구소 소장이자 실험심리학자인 찰스 스펜스는 세계 정상급 레스토랑과 다국적 식품 기업이 가장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으로 꼽을 정도로 음식과 심리적인 부분에서 독보적이다. 그가 제시한 흥미로운 이론 가운데 하나가 바로 감자칩과 바삭한 소리인데, 눅눅해진 감자칩을 먹을 때 바삭한 소리를 들려주면 뇌가 감자칩을 15% 정도 더 맛있게 느낀다는 것. 이 연구는 2008년 공동 연구자 막스 잠피니와 함께 그에게 ‘이그노벨상’ 영양학 부문 수상의 영예를 안겨주었다. 찰스 스펜스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음식의 맛은 미각뿐 아니라 후각, 시각, 청각 등 다양한 감각의 영향을 받는다’는 ‘가스트로피직스(Gastrophysics)’라는 개념을 정리하며 미각과 감각, 그리고 뇌의 인식에 대한 다양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경쾌한 음악은 단맛을, 고음의 음악은 신맛을, 신나는 음악은 짠맛을, 부드러운 음악은 쓴맛을 더 잘 느끼게 하고 시끄러운 소리는 단맛을 덜 느끼게 해 음식에 대한 욕구를 떨어뜨리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뇌파 때문이다. 우리 뇌에는 전기적 활동에 의해 일어나는 전위 변동을 연속적으로 기록하는 뇌파가 있는데, 뇌파는 진동수에 따라 5가지로 분류된다. 명상을 하거나 조용히 쉴 때는 알파파, 토론이나 대화 등왕성한 두뇌 활동을 할 때는 베타파, 깊은 잠에 들었을 때의 델타파와 졸음이 와서 멍한 상태일 때의 세타파, 그리고 스트레스로 몸이 긴장하거나 불안할 때 나타나는 감마파까지. 보통 공복이거나 배고픔을 느낄 때는 나른하고 의욕 없는 상태인 델타파와 세타파가, 포만감을 느낄 때는 무언가에 집중하거나 만족스러운 상태인 베타파와 알파파의 비율이 높게 나타난다. 그런데 음악과 식욕의 관계를 연구한 결과, 잔잔한 클래식을 들을 때 수면이나 명상 상태라고 인식한 뇌가 세타파나 델타파를 전달하여 식욕을 불러일으켰다. 반면 신나는 음악을 들을 때는 베타파를 발생시켜 식욕을 오히려 떨어뜨렸다.
무엇을 듣느냐가 다이어트 성공 여부를 결정한다
음악은 귀를 통해 중간 뇌의 청각조절 중추에 전달된 뒤 청각신경을 통해 분석되는데, 청각신경을 통해 전달된 음악 장르가 뇌의 식욕조절중추를 통해 다시 분석된다. 식욕을 증진하는 음악이라고 판단되면 대뇌는 운동조절중추와 침샘을 자극해 소화를 위한 효소를 분비하고, 식욕 해결을 위한 명령을 각 감각기관에 전달한다. 이때 위와 췌장이 자극받아 식욕 관련 호르몬을 분비한다. 물론 아직은 임상실험 등의 많은 연구 개발 단계를 거쳐야 한다. EDM을 듣는다고 살이 빠지거나 섭식장애가 치료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위에서 설명했듯 뇌 기능과 감정, 식욕의 연관성은 이미 증명된 사실이다. 1825년 장 앙텔므 브리야사바랭은 <미식 예찬>에서 이렇게 썼다. “식탁의 즐거움은 다른 즐거움과 함께하며, 그것들을 능가한다. 그리고 기억에 남아 우리를 위로해준다.” 그의 말처럼 먹고 마시는 행위는 삶에서 즐거운 경험 중 하나다. 거기에 인류가 가장 쉽게 향유할 수 있는 예술과 음악이 더해진다면 다이어트마저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사진 김태선
모델 메구
도움말 김희준(청주나비솔한의원)
참조 <왜 맛있을까>(찰스 스펜스, 어크로스)
어시스턴트 도혜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