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아나 도대체 뭐죠?

체중이 60kg을 넘는다면 죽는 게 나아요! ‘개말라 인간’이 되고 싶은 당신에게.

프로아나
카디건 자라.

  “같이 #프로아나 하실 분?”

지난 5년간 10대 여성 청소년 중 거식증 환자의 비중은 14.4%(1208명). 이는 국내 거식증 환자 8417명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마른 몸에 대한 동경은 늘 있어온 일이지만 이번엔 조금 다르다. 거식증 환자에 가까운 ‘마른 몸’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개말라’ ‘뼈말라’ ‘프로아나’를 추구하는 청소년이 급속히 늘었다. ‘개말라’는 말 그대로 매우 마른 상태, ‘뼈말라’는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상태를 뜻한다. ‘프로아나’는 ‘찬성하다’는 뜻의 ‘pro’와 ‘anorexia(거식증)’를 합쳐서 말 그대로 ‘거식증을 찬성한다’는 신조어다. 카카오톡 오픈 채팅으로 ‘프로아나 꿀팁’을 공유하고, 트위터에 ‘#프로아나_트친소’ 태그와 함께 마른 몸의 사진을 훈장처럼 올려 자랑하는 기이한 일을 쉽게 볼 수 있다.

  먹고 씹고 토하고 뱉고

이런 극단적인 다이어트는 ‘제거 행동’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제거 행동은 체중이 증가하는 게 두려워 먹은 걸 취소하는 행동이다. 무리하게 운동하거나 절식을 하고, 먹고 토하는 일명 ‘먹토’와 씹고 뱉는 ‘씹뱉’을 일삼는다. 먹은 음식물을 빼내기 위해 소변을 나오게 하는 이뇨제나 변을 보게 하는 하제를 남용할 뿐 아니라 심지어 음식을 섭취하지 못하도록 혓바닥에 피어싱을 하거나 칼로 베는 등 무시무시한 방법을 자행하기도 한다.

  함께라면 천하무적!

법적으로 성인의 기준은 만 19세지만, 심리학적으로는 20대 중반까지를 청소년기로 본다. 이 시기는 집 앞 편의점에 갈 때도 멋진 옷을 입고 싶고 공부하러 독서실에 갈 때도 화장을 하는 나이다. 전문가들은 SNS를 지적한다. 인스타그램에 ‘#anorexia’를 검색하면 ‘회원님이 검색하려는 단어가 포함된 게시물은 사람들에게 해가 되거나 심지어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는 행위를 하도록 부추길 수 있다’는 경고 문구가 뜬다. 하지만 한국어로 ‘#거식증’을 검색하면 다양한 게시물이 나온다. 검색 알고리즘은 관심사가 같은 사람들을 집단화하고 형성된 집단은 서로 동기부여하며 문제는 더욱 심화되었다.

  섭식장애도 ‘병’이다

초기에는 영양부족으로 인한 만성 피로와 탈모, 변비, 탈수 증상과 저혈압이 생긴다. 등과 목덜미, 팔에 솜털이 늘어나고 구토를 많이 한 경우 침샘이 부어 턱선이 변하기도 한다. 빈혈이나 백혈구감소증이 생길 수 있으며 뼈에 문제가 생겨 골다공증을 얻을 수도 있다. 여성은 생리불순이나 무월경이 지속되기도 한다. 심장이 느리게 뛰는 서맥이 나타나거나 부정맥으로 인한 심정지로 사망하기도 한다. 정신 건강에도 문제가 생긴다. 체중이 늘어남에 대한 두려움과 체형이 변하는 것에 대한 걱정으로 감정 조절이 어려워진다. 극단적 다이어트가 계속되면 뇌의 신경가소성을 지속하는 데 필요한 영양소가 부족해져 뇌가 정상적으로 기능하지 못한다. 일상생활에서 집중력이 낮아지고 이해력과 주의력도 떨어지며 평소엔 쉽게 하던 일에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특정 기억이나 원칙에 집착할 때도 있다. 가장 무서운 건 이런 현상이 오래 지속되면 죽음으로 몰고 갈 수도 있다는 것. 섭식장애 환자의 10~20%가 자살 시도를 하며, 거식증 환자의 사망 원인 2위는 자살이다.

  마른 몸, 이제는 보내줄 때

20세기 대중문화의 아이콘 오드리 헵번은 170cm의 장신인데도 체중이 50kg을 넘은 적이 없다. 이유는 단순하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 그가 살던 네덜란드는 극심한 식량난을 겪었고 늘 배고픈 채 살아야 했다. 그런데 우리는 굶주림에 고통받던 몸이 되기 위해 어떤 행동까지 했는가. 포털 사이트에서 가수 선미가 8kg을 찌워 ‘드디어’ 체중이 50kg이 되었다는 기사를 접했다. 2010년 거식증으로 사망한 프랑스 모델 이사벨 카로로 인해 충격을 받은 건 잠깐이다. 여전히 우리는 살찌는 것에 대한 경계로 가득한 세상에서 살고 있다. 과연 꿈에 그리던 35kg이 되면 행복해질까? 변해야 한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에게 “왜 이렇게 살이 빠졌어?”라고 말한 걸 후회한 순간부터. 점심에 피자를 5조각이나 먹었으니 저녁은 가벼운 샐러드를 먹어야겠다고 생각한 오늘부터.

  CHECK LIST
혹시 나도 섭식장애?

다이어터라면 누구나 갖는 증상이라고? 당신에게 필요한 건 체중 감량이 아닌 전문가와 함께하는 치료다.

□ 살이 찐 것 같아 신경 쓰인다.
□ 사람들이 내 체형을 어떻게 생각할지 걱정된다.
□ 체중을 재는 것이 두렵다.
□ 음식을 먹은 뒤엔 항상 체중을 잰다.
□ 먹고 싶은 음식에 대한 집착이 커진다.
□ 음식을 먹은 뒤 운동을 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낀다.
□ 운동을 하는 이유는 오직 체중 감량을 위해서다.
□ 칼로리를 계산하며 먹은 적이 있다.
□ 작게 잘라 먹는 등 나만의 고집스러운 식사 방법이 있다.
□ 끼니를 챙겨 먹는 것에 죄책감을 느낀다.
□ 먹은 것을 후회한 적이 있다.
□ 다이어트를 위해 약을 복용하거나 구토를 한 적이 있다.
□ 날씬해져야 한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다.
□ 체중에 의해 자신감이 좌우된다.
□ 계속 실패하지만 다이어트를 포기할 수 없다.

  DOCTOR’S ADVICE


1 식사를 ‘잘’ 합시다.
굶는 게 칼로리를 줄이는 좋은 방법이라고? 그럴수록 살이 잘 찌는 몸으로 바뀔 뿐이다. 우리 몸은 신체 기능 유지를 위해 기준치의 영양분이 필요한데, 만약 영양분이 규칙적으로 공급되지 않으면 들어오는 열량을 곧장 비축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굶는 건 몸만 상할 뿐 오히려 반대의 결과를 낳을 수 있다.

2 치료하면 낫는 병
섭식장애는 다이어트의 개념이 아니다.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면 사망에까지 이르는 심각한 병이다. 자신이 문제가 있다고 인지한 순간 숨기지 않고 반드시 주변에 도움을 청해야 한다. 섭식장애를 고치는 건 의지의 영역이 아닌 치료의 영역임을 명심한다.

3 아름다움에 정답은 없다.
팬데믹 이후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한 고독감 때문에 섭식장애 발병 가능성이 높아졌다. 반면 외모 지향적 콘텐츠는 넘쳐나는 추세. 사회 문화적으로 획일화된 미를 이야기하면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그것만이 정답이라고 여긴다. 다양한 아름다움이 공존할 수 있도록 다름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

4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지금 잘나가는 사람이 계속 잘나갈 거라는 확신도 없고, 지금 뒤처진 사람이 영원히 뒤에 있을 거라는 보장도 없다. 엄격한 잣대를 내리고 더 넓은 시야에서 너그럽게 바라보자. 맛있는 음식을 먹고, 좋아하는 사람과 즐거움을 나누는 평범한 행복이 외모의 완벽함보다 더 중요한 가치임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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