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세상의 허와실

그들이 사는 세상, 지금 이대로도 괜찮은가요?

유튜브 세상의 허와실

“보람튜브, 대도서관, 도로시, 양팡, 떵개떵, 윰댕, 보겸TV, 프란, 입짧은 햇님이 뜻하는 건?” 불과 일 년 전까지만 해도 나는 이게 신조어인지, 요즘 뜨는 아이돌인지 전혀 알지 못했다. 정답을 모른다면 ‘현시대를 즐기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이야기는 한 귀로 흘려들었다. 그런데 이제 와 돌이켜보니 (짜증 나지만) 일리 있는 얘기다. 이건 국내 최강의 유튜버 크리에이터의 이름이고, 지금 그들은 명실상부 파워풀한 스타이자 만능 엔터테이너이기 때문이다. 이들처럼 억대 수익을 거두는 메가급 유튜버가 있는가 하면, 본업과 병행하며 전업 유튜버의 꿈을 키우는 이들까지, 이른바 직업 유튜버의 시대다. 실제로 최근 2년간 유튜브 앱 사용량이 3배 이상 증가했고, 웹사이트의 월간 순방문자 수는 20억 명을 거뜬히 넘겼다. 그야말로 유튜브가 가진 파워는 어벤저스급이다.

본래 동영상을 무료로 공유하는 커뮤니티 사이트였던 유튜브가 1인 미디어의 중심이자 전 세계 영상을 대표하는 플랫폼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건 콘텐츠만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환경과 구조를 구축했기 때문이다. 2007년 도입된 유튜버 파트너 프로그램이 바로 그것이다. 나의 개성을 어필하는 동시에 수익을 얻을 수 있다니! 말 많고 탈 많은 별풍선에 기대지 않고서도 말이다. 그런데 유튜버는 정말 꿈 같은 직업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혀 그렇지 않다. 우선 나를 드러내는 데 거리낌이 없는 관종력이 있어야 하고, 대중에게 소위 ‘먹힐’ 만한 콘텐츠를 기획해야 하며, 한 번이라도 더 노출될 수 있도록 트렌드에 걸맞은 키워드를 설정하는 안목, 그리고 약간의 운이 필요하다. 이게 다가 아니다. 콘텐츠를 생산하기 위한 노력에 반해 사람들의 관심을 얻지 못하는 암흑기를 견디는 인내 역시 필요조건이다. 유튜브와 파트너십을 맺으려면 구독자 수 1000명 이상이 되어야 하며, 콘텐츠 누적 조회 시간이 일 년 기준으로 4000시간 이상이 되어야 하기 때문.

이렇게 높은 진입 장벽을 돌파하고 대중의 눈과 귀를 단숨에 사로잡아 얻은 막대한 수익으로 건물 하나를 현찰로 거뜬히 사는 이들은 상위 1%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미와 인기, 영향력, 수익을 한 번에 얻을 수 있다는 달콤함에 푹 빠져 유튜버를 희망 직종으로 꼽는 이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지난달,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발표한 2019년 초중등 진로교육 현황 조사에 따르면 초등학생 희망 직업 3위에 크리에이터(유튜버)가 올랐을 정도로. 문제는 이 과열된 콘텐츠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노력에서 비롯된 부작용들이다.

성공에 도취한 몇몇 유튜버들이 일으킨 사회적인 파장이 그중 하나다. 크리에이터 매니지먼트 회사를 이끌고 있는 어느 인기 BJ 겸 유튜버는 소속 유튜버와 불공정 계약으로 논란이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스타그램에 신규 유튜버 모집 공고를 올리는 뻔뻔스런 태도를 보였는데 심지어 “1 : 9 비율로 수익을 나누어도 지금보다 나은 삶을 살게 해주겠다”는 ‘망언’을 해 도마 위에 올랐다. 또, 자신의 이름을 내건 상품을 판매하던 어느 유튜버는 광고 법률 위반으로 검찰에 기소되기도 했다. 굳이 이름을 언급하지 않아도 누구인지 금방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어그로(Aggravation) 콘텐츠의 나쁜 예도 속속 등장했다. 선동적이고 자극적인 콘텐츠로 사람들을 끌어 모으려는 관종의 어두운 면과 맞닿아 발생한다. 먹방 유튜버와 방송인 겸 유튜버의 ‘합방’에서 벌어진 상의 탈의 사건이 대표적인데 공공장소에서 이러한 행위를 한 것에 대한 지적이 일자, 서로에게 잘못을 미루며 치열한 공방전으로 발전했다. ‘충격 단독, 연예인 성추행 고발’이라는 자극적인 주제의 영상을 선보인 어느 유튜브 프로그램도 있다. 가해자가 평소 반듯한 이미지로 호감을 사고 있는 톱급 연예인이며 그가 출연한 예능 프로그램을 직접 언급해 온갖 추측을 불러일으켰다. 이것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해당 연예인이 해명을 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키즈 유튜버가 대세로 떠오르며 어린이 학대 논란도 문제가 되고 있다. 3개의 채널을 운영하는 어느 키즈 유튜버의 한 해 수익이 웬만한 중소기업과 맞먹는 수준이라는 사실이 공개되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자연스레 미투 콘텐츠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기 시작했는데, 아이가 원치 않아도 촬영을 위해 강행하거나 나이에 맞지 않는 상황을 연출하고, 위험한 행동을 부추기는 상황들이 생겨났다.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선택한 것이 아닌, 어른의 관점에서 기획된 콘텐츠이기에 생기는 문제들이다. 제3자의 초상권을 침해하는 일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누군가에게는 대수롭지 않은 일이겠지만, 만약 나에게 그런 일이 생긴다면 썩 유쾌하지 않을 터.

노튜브존(No Youtuber Zone)을 선언하는 카페와 식당이 속출하는 상황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초상권의 침해는 방송국의 유튜브화에서도 발생한다. 요즘 <온라인 탑골공원>처럼 먼지 쌓인 콘텐츠를 재가공해 다시금 화두에 오르는 경우가 많은데,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이 무분별하게 재가공되어 불편을 호소하는 사례도 있었다. 그런가 하면 콘텐츠나 음악을 무단으로 사용하는 저작권 침해도 있다. 이처럼 화려한 유튜브의 이면에는 아름답지 못한 부분들이 꽤 많다. 이를 규제하기 위해 유튜브는 노란 딱지를 도입했다. 성인용 콘텐츠나 폭력, 혐오를 조장하는 콘텐츠, 그리고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사건에서도 일방의 주장만을 다루고 있는 콘텐츠의 광고를 제한하는 제도다. 대부분의 사회 구성원이 인정할 수 있는 수준의 필터링 시스템을 마련해놓은 셈이다. 하지만 유튜브상의 모든 콘텐츠를 이 한 가지 제도로 규제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우리에게는 무엇보다 의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이용자와 제작자 모두 현재의 상황을 제대로 보고 문제를 인지하는 것부터가 시작이다. 이러한 상황을 바로잡으려는 노력과 성숙한 인격도 갖춰져야 할 것이다. 또한 유튜브가 커뮤니티였던 그 시절처럼 수익을 위한 것이 아닌 진정성 있는 콘텐츠를 생산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그렇지 않다면 유튜브는 우리를 거쳐간 수많은 플랫폼처럼 어느 한순간 연기처럼 사라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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