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기후로 피부가 망가진다?
이상기후로 인해 망가진 피부. 이제 마지막 경고다.
“우리는 대멸종의 시작점에 있습니다. 그런데 당신들이 할 수 있는 얘기는 전부 돈과 끝없는 경제성장에 관한 것들이네요.” 2019년 9월, 유엔 본부에서 열린 ‘기후행동정상회의’에서 당시 16세였던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전 세계 국가 정상들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여름 평균기온 16.5℃를 유지해 지구에서 가장 추운 곳으로 꼽히는 시베리아 북동쪽 도시 베르호얀스크의 2020년 여름 기온이 38℃까지 치솟았다. 미국 포틀랜드는 44.4℃, 시애틀은 42.2℃까지 올랐다. 터키와 그리스에는 찌는 듯한 무더위에 대규모 산불이 발생했고, 이라크는 50℃를 웃도는 폭염 사태에 전기까지 끊겨 큰 시위까지 일어났다. 독일은 24시간 동안 150mm나 쏟아진 기록적인 폭우로 약 200명이 사망했고, 중국 허난성 역시 갑자기 쏟아진 비로 지하철역이 잠기기까지 했다. 악몽은 겨울에도 이어졌다. 작년 크리스마스에 눈폭풍 한파가 미국을 덮쳤고, 미 전역에서 최소 57명, 뉴욕주 인근에서만 28명이 사망했다. 그야말로 쌓이는 눈을 피하다가, 혹은 눈을 치우다가 죽는 경우도 생겼다. 그런데 같은 시기 프랑스를 비롯한 중서부 유럽은 10℃를 웃도는 따뜻한 겨울이 찾아왔다.
프랑스 기상청은 2022년 12월 평균기온이기상 관측을 시작한 1900년 이래 가장 더운 해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공원에서 반바지를 입고 운동하는 사람이 보였을 정도. 프랑스의 농업 기상학자 세르주 자카는 이런 현상에 대해 “한 세기 동안 벌어진 일 가운데 최악의 일 중 하나”라는 트윗을 남겼다. 내셔널 트러스트 재단은 기후변화로 인해 발생하는 극단적인 날씨가 ‘뉴노멀’이 됐다고 평가했다. 명확하다. 대멸종의 시작점에 우리가 있고, 지금 기후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멸종’이 시작될 거라는 것이다. 2019년 발행된 유엔 미래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인해 지구상 생물 800만 종 중 100만 종이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전 세계 멸종 위기종의 19%가 기후변화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앞으로 20년 안에 지구 온도는 1.5℃ 이상 상승할 것이 확실시된다. 문제는 환경이 아니라 우리다. 마실 것, 먹을 것이 사라지거나 계절이 짧아지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우리는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사람들에게 묻는다. 이상기후로 달라진 것을 체감하고 있는가? 물론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답이 돌아온 적은 없다. 그렇다면 이건 어떨까? 이상기후가 우리 몸을 교란한다. 인체의 온도계 역할을 하는 뇌의 시상하부와 조절 기관은 기후에 맞춰 호르몬 분비 수준을 재조정하고 화학적 조정 작용을 거쳐 기후에 적응할 수 있도록 정리하는데, 이 과정에서 우리는 많은 걸 잃게 되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피부’가 있다. 당신의 피부가 나빠진 건 ‘기후변화’ 때문이다.
내 몸에 스마트 워치가 있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는 몸속에 저마다 시계를 갖고 있다. 그 시계에 의해 계절과 시간의 흐름을 예측하며 시기에 맞는 적절한 행동과 생리작용을 수행한다. 환경의 변화를 예측하고 시간에 맞춰 적절하게 행동하기 위해 생체시계 시스템을 발달시켰다. 24시간의 주기로 반복되는데, 이를 ‘생체리듬(Circadian Rhythm)’이라고 한다. 생체리듬이 한번 저장되면 전달 체계에 이상이 생기지 않는 한 비교적 높은 정확도를 유지한다. 생체리듬이 달라지는 경우의 대표적 예가 바로 사춘기나 임신기, 갱년기 같은 때다. 그러나 과로와 스트레스가 누적되거나 계절이 바뀌는 환절기에도 생체리듬은 변한다. 한번 교란된 생체리듬은 뇌와 신경의 전기적 신호를 통해 전신 대사에 영향을 주고, 내분비계, 면역체계, 순환계, 그리고 피부의 변화로 이어진다.
피부에 와닿는 기후변화
피부세포인 각질세포, 멜라닌세포, 섬유모세포에도 피부 생리 활성을 조절하는 독립적인 생체시계가 있다. 피부세포 증식 및 분화, 수분의 보충과 손실, 모세혈관 혈류, 피지 생성, 온도, 표면 pH 농도와 주름 형성에 관여하는 것이다. 그런데 변칙적인 기후는 피부를 예민하게 만들 뿐 아니라 위의 기능도 저하시킨다. 피부 생체리듬이 깨지면 정확한 시간에 필요한 생리학적 반응을 일으키지 못하고, 이는 곧 피부의 항상성이 깨져 피부 노화를 촉진하며 피부 질환을 야기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갑작스러운 이상기후로 피부는 극심한 산화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로 인해 신경섬유의 변성이 일어나면 염증 반응이 증가하는데, 이때 세포 간 호흡에서 지질의 상대적 균형이 깨지면서 피부 자생 시스템도 악화된다.
잃어버린 리듬을 찾아서
지구와 피부, 2가지 모두를 잃을 수 있는 현 상황에서 가장 먼저 할 일은 산화 스트레스에 대한 대응이다. 노화 현상의 주원인인 활성산소를 제거할 항산화 체계가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체내 활성산소를 해가 없는 물질로 바꿔주는 항산화 작용과 활성산소에 노출되어 손상되는 DNA와 세포 구성 단백질 및 효소를 보호하는 기능을 갖춘 플라보노이드 성분을 추천했다. 세포 에너지원인 ATP 생성 능력을 활성화하는 것 또한 방법이다. ATP의 합성을 증진하거나 보유력을 증대시키면 손상된 피부세포의 재생과 회복 효과를 높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단쇄지방산 섭취다. 단쇄지방산은 장내 마이크로바이옴 균형의 항상성을 유지해 피부 생태계에 도움을 주며 피부 면역력과 저항력, 피부 장벽을 강화해 이상기후로 인한 피부 재난을 막아준다.
EDITOR’S PICK
우리는 단순히 기후변화로 인한 피부의 변화를 막는 것을 넘어 피부 위기와 재난에 대비해야 한다.
SOLUTION 1
피부 장벽, 우리 이제 무너지지 말자
SOLUTION 2
제대로 돌아라! 피부 사이클
SOLUTION 3
한겹 한겹 콜라겐으로 쌓아요
SOLUTION 4
항산화 성분으로 피부 철벽 보호
사진 김태선
도움말 김홍석(보스피부과), 문득곤(미파문피부과)
어시스턴트 도혜수